‘사랑의 호르몬’으로 알려진 옥시토신(oxytocin)이 거식증 치료제로 이용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17일 발표됐다. 김율리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런던킹스칼리지의 공동연구 결과 옥시토신이 거식증 환자가 음식·체형 등에 주의를 기울이는 경향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옥시토신은 출산·수유·사랑 등 애착과 관련된 행동시 자연스럽게 분비된다. 특히 자폐증 환자의 사회불안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31명의 거식증 환자와 33명의 정상인들을 대상으로 옥시토신과 위약을 번갈아 투여했다. 연구 결과 거식증 환자에서 음식 사진 및 살찐 신체 부위 사진에 대한 주의편향이 감소됐다.
거식증 환자 가운데 자폐 특성 중 하나인 의사소통에 장애를 느낀 사람에서 호르몬 효과가 더욱 두드러졌다. 또 옥시토신은 거식증 환자가 갖는 부정적 정서인 ‘혐오감’에 과도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경향도 떨어뜨렸다.
이번 연구로 거식증 환자에게 옥시토신을 투여하면 스스로 위협적으로 느끼는 자극에 대한 경계수위를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김율리 교수는 “참여 환자수가 적어 연구를 더 해야하는 부분이 있지만 이번 연구는 적합한 치료제가 없어 고통받아온 거식증 환자를 위한 치료제 개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옥시토신의 치료적 유용성을 입증하는 연구들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연구교류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결과는 국제저널 신경내분비학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