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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걸러 다이어트’가 체중감량에 장수유전자도 발현시킨다는데…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02-25 12:18:28
  • 수정 2014-03-04 11: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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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수유전자 발현은 일시적이거나 불완전 … 잦은 열량섭취량 변화, 자칫 살찌기 쉬운 체질 유발

간헐적 단식이나 하루걸러 다이어트는 일시적 체중감소에 효과적이지만 폭식을 유도하기도 한다.

직장인 황모 씨(26·여)는 요즘 새로운 다이어트를 시도하고 있다. 평생을 다이어트하며 살아왔지만 의지박약으로 원하는 목표치에 도달해본 적이 없던 끝에 최근 ‘격일 다이어트’·‘하루걸러 다이어트’에 대한 정보를 듣고 솔깃해졌다. 어릴 적부터 통통했고 맛있는 음식만 보면 풀없이 다이어트 의지가 꺾이기 일쑤였는데 이참에 남은 20대 후반은 날씬하게 재탄생하겠다는 각오로 하루걸러다이어트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처럼 많은 여성들이 ‘예쁜 몸매’를 목표로 다이어트를 시도하지만 실패하기 마련이다. 초반 며칠은 잘 버티지만 ‘참다 참다’ 결국 음식 앞에 무너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다이어트에 성공했더라도 예전의 습관을 버리지 못해 금세 원래대로 돌아가는 요요현상을 겪는 사람도 많다. 실제 체중감량에 성공한 뒤 1년 동안 이를 유지하는 사람은 15% 미만으로 매우 드물다.

결국 ‘음식조절’이 관건이라는 의미다. 미국 성형외과 의사인 제임스 존슨은 2003년 국립노화연구소 마크 맷슨 박사팀의 실험 소식을 접했다. 한 집단의 쥐에게 매일 제한된 양을 먹이고 다른 집단에겐 하루는 먹고 싶은 만큼 먹게 하고 다음날은 먹이의 양을 제한했다. 연구 결과 하루 걸러 다이어트를 한 쥐의 건강상태가 훨씬 좋았다.
 
그는 이를 체중감량에 적용하기 위해 직접 실험에 나섰다. 존슨 박사도 적정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매번 실패했다. 이에 하루는 자기 체중의 20~30%에 해당하는 칼로리의 음식을 섭취하고, 이튿날은 먹고 싶은 음식을 양껏 먹는 것을 반복했다. 그 결과 11주 동안 체중이 16kg 주는 쾌거를 거뒀다. 극히 간단한 다이어트 방법으로 이런 패턴을 계속 유지하면 다이어트 효과가 절로 나타난다고 하니 황 씨 같은 사람이 관심가질 만하다.

식이제한일에 섭취해야 할 음식 칼로리는 자신의 몸무게에 맞게 에너지대사율(relative metabolic rate, RMR)을 계산해서 구할 수 있다. 우선 안정시대사량을 구해야 한다. 여자는 655+(9.6*체중kg)+(1.8*키cm)-(4.7*나이)를, 남자는 664+(13.7*체중)+(5.0*키)-(6.8*나이)를 계산한 게 안정시대사량이다.

여기에 활동량을 고려해 △사무직 등 거의 움직이지 않는 사람은 RMR에 1.2를 △1주일에 1~3일 가벼운 운동을 즐기는 사람은 RMR에 1.375를 △1주일에 3~5일 운동하는 사람은 RMR에1.55를 △1주일에 6~7일 강도 높은 활동을 하는 사람은 RMR에 1.725를 △스포츠선수·군인·육체노동 종사자 등은 RMR에 1.9를 각각 곱한다. 이 수치(하루 적정섭취열량)에 다시 0.2를 곱하면 자신이 식이제한일에 먹어야 할 열량이 산출된다.
 
2주 동안은 20% 식이제한을 꼭 지켜야 한다. 2주 후에는 20%를 유지해도 좋고 30%대(하루 적정섭취열량×0.3)로 늘려도 괜찮다. 목표 몸무게에 도달했다면 60%로 천천히 늘려준다. 몸무게는 일주일에 한번, 식이제한일 다음에 측정한다. 운동을 병행하면 더 효과적이며, 2주 동안 제한일을 지켜줘야 장수유전자 SIRT1(시르투인원, sirtuin1)이 활성화된다. 

그동안 시도했던 다른 다이어트처럼 음식을 먹을 수 없다는 박탈감이나 욕구불만이 생기지 않았고, 이후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환자 수백명 중 상당수도 비슷한 결과를 경험했다. 존슨 박사는 “열량을 줄인 날 세포사멸을 억제하는 SIRT1 유전자가 활성화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요즘 가장 유행하는 건강법으로 ‘단식’, ‘간헐적 단식’, ‘절식’이 꼽히고 있다. 먹을거리가 풍족한 현대사회에선 ‘지나친 음식’이 독이 된다는 것이다.

존슨 박사가 언급한 SIRT1유전자는 일종의 장수유전자로 열량섭취가 일정시간 지속되면 세포가 죽는 것을 방지해 세포 노화를 늦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 요인으로 생긴 손상을 복구시켜 정상적인 신체리듬으로 되돌린다. 이 유전자가 발현되면 세포사멸 억제, 수면 연장, 염증 억제, 체중 감소 등의 효과가 나타난다.
이밖에 절식으로 공복상태가 되면 제일 먼저 미토콘드리아 안에서 NAD(nicotinamid adenine dinucleotide)라는 보조효소가 늘어나고 이것이 다시 시르투인(sirtuin)이라는 효소의 활동을 증가시키며 이에 자극을 받아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 생산을 늘림으로써 칼로리 섭취 감소로 인한 세포의 노화를 차단한다는 연구도 나온 바 있다. 이 때 작용하는 두 유전자가 미토콘드리아에 있는 SIRT3과 SIRT4이다.

여기서 일정 시간 열량 제한하는 것을 반복하는 간헐적 단식, 하루걸러 단식 등이 다이어트 효과는 물론 당뇨병, 치매, 암 등을 예방하고 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도 나왔다. 하임 코언 미국 하버드대 의대 박사는 2004년 6월 ‘사이언스’지를 통해 음식 섭취량을 줄였을 때 수명이 연장되는 이유는 시르투인을 만드는 유전자(SIRT1)의 활동이 증가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발표한 바 있다.

코언 박사는 “배고픈 상태가 되면 장수유전자인 ‘시트루인’이 활성화되고 성장과 관련된 호르몬이 감소해 손상된 세포를 치유하게 된다”며 “시트루인은 뇌, 간, 신장 등 신체의 일부 조직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탈아세틸화효소(protein deacetylase)로 노화와 병을 막고 수명을 늘려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국내서도 최근 복부비만의 주범인 내장지방이 감소하면 장수유전자 발현이 증가해 수명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처음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연구팀은 특별히 ‘단식’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는 않았다.
다만 내장비만이 증가하면 산화스트레스가 증가해 에너지생성을 담당하는 세포내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가 제 역할을 못해 SIRT1 유전자의 발현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지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내장비만이 증가하면 산화스트레스가 증가하고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떨어지며 장수유전자 발현이 줄어든다”며 “내장지방을 제거하는 데에는 운동과 소식이 해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렇다고 소식이나 단식을 지속하면 근육량이 줄어 무리한 식이제한은 피하고, 매주 5회, 한번에 한 시간씩  몸에서 땀이 날 정도로 운동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강재헌 인제대 서울백병원 비만클리닉 교수(가정의학과 전문의)도 하루걸러 다이어트나 간헐적 단식을 그리 권장하지는 않았다.
강 교수는 “SIRT1 유전자가 발현되는 것은 ‘단식’하지 않아도 소식하면 발현되는 유전자”라며 “예전보다 먹는 게 풍부해지면서 식사량이 늘고 성인병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굳이 음식 자체를 끊어내지 않아도 균형잡힌 식사로 소식하면 이 유전자가 발현돼 대사질환이 개선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엔 ‘다이어트 목적’의 단식이 많은데, 이를 통해 단기간내 목표체중에 도달하는 것은 쉬울지 몰라도 장기간 지속하기는 어렵다”며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의지가 굳은 사람은 수개월 동안 시행할 수 있지만, 몇십년 동안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강재헌 교수는 “하루는 먹고 하루는 굶다시피 하면 폭식경향이 나타나고 신체 밸런스가 무너지기도 한다”며 “초기엔 소식이나 단식이 쉽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식욕이 폭발하기 쉽고, 이럴 경우 과식·폭식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물론 장수유전자의 발현도 건강에 중요하지만 유전자가 한번 발현됐다고 해서 그게 평생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며 “지속적으로 소식해야 장수유전자가 꾸준히 발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진부한 이야기 같겠지만 장기적으로 몇 개월이 아닌, 몇 년 몇십년을 바라보고 다이어트해야 요요현상이 없다는 게 ‘변하지 않는 진리’”라고 강조했다.
 
극단적 소식이나 단식 모두 욕구를 극도로 제한하는 것인 만큼 사람들은 ‘폭발하기 쉬운 상태’에 놓인다. 애초에 폭식을 방지하려면 매일 비슷한 양을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게 현명하다.
강재헌 교수는 “하루걸러 다이어트나 간헐적 단식을 오래 하면 체중은 일시적으로 쉽게 감량되지만 ‘살이 찌기 쉬운 체질’로 변할 수 있다”며 “열량이 갑자기 들어왔다가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가를 반복하면 한번 들어온 에너지를 꽉 잡고 놓치 않으려는 인체의 속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지방을 축적하기 쉬운 몸으로 변하게 된다는 뜻이다.

배고픈 상태뿐만 아니라 운동도 SIRT1유전자를 자극하므로 주 3일 정도 적당한 운동을 해주는 게 도움이 된다. 강 교수는 “SIRT1유전자는 간헐적 단식이나 1일1식 등을 통해 새롭게 발견된 유전자가 아니라 장기적인 소식 습관이 장수에 이롭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그 의미가 재조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소식하고 운동을 열심히 하라는 건강조언이 특별할 것 없는 잔소리 정도로 들리겠지만, 이런 간단한 생활습관을 지키지 못해 다양한 질병이 초래되는 만큼 ‘정석대로’ 몸을 관리하는 게 가장 건강하게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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