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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니, 얕봤다간 턱뼈 녹이는 ‘낭종’ 생길 수도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02-17 17:17:09
  • 수정 2014-02-19 14:3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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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복사랑니 3~23%, 물혹·종양 등 유발 … 방치하면 턱뼈 골절·신경마비·안면비대칭 초래

명훈 서울대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가 사랑니 검진을 하고 있다.

최근 건강검진을 겸해 치과를 찾은 김 모씨(32)는 어금니쪽 잇몸 속에 사랑니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뿐만 아니라 매복된 사랑니에선 지름 2㎝ 정도의 물혹이 생겨 턱뼈를 녹이고 있어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평소 어금니 부위가 전혀 아프거나 이상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놀랐다. 의사는 “검진에서 발견하지 못했다면 물혹으로 인해 턱뼈가 녹아 부러지거나 심하면 신경 손상 및 안면비대칭까지 생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랑니는 흔히 ‘잇몸 제일 뒤쪽에 늦게 나는 아픈 치아’ 정도로만 인식돼 왔다. 현대인의 턱뼈 크기가 작아지면서 구강내 공간이 부족해 비뚤게 자라거나 아예 턱뼈 속에 묻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탓에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대부분 심한 염증이나 물혹이 생긴 후에나 사랑니를 빼러 내원하게 된다.

한 연구 보고에서는 완전히 잇몸뼈 안에 묻혀 있는 매복 사랑니의 3~23% 정도에서 물혹이나 종양 등 골치 아픈 합병증이 발생된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런 물혹이나 종양은 턱뼈를 녹이고 크게 잠식할 때까지 증상이 없어 대부분 치과치료 중 우연히 발견되는 게 다반사다. 물혹이 점점 커져 주변 치아가 흔들리거나, 시린 증상을 보이며 갑자기 입에 찝질한 고름 같은 진물이 나오면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명훈 서울대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는 “잇몸 속에 묻힌 사랑니의 머리 부위 염증이 반복되면서 치아를 둘러싸고 있는 주머니가 물혹으로 발전한다”며 “이런 물혹이 커지면 턱뼈를 녹이게 되고 이에 따른 합병증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합병증의 여파는 생각보다 크다. 턱뼈가 녹으면서 근처의 어금니가 흔들리고, 심할 경우 턱뼈가 약해져 쉽게 부러지기도 한다. 물혹이 턱뼈 속 신경을 압박할 정도가 되면 심한 통증을 느끼거나 마취가 된 듯 감각이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간혹 턱뼈가 물혹에 의해 부풀어 올라 외관상 얼굴 모양에 변형이 와서 안면비대칭까지 올 수 있다. 

물혹이 발생하면 원인을 제공한 사랑니와 함께 수술로 제거해야 한다. 사랑니와 물혹을 동시에 제거하되 신경과 남은 턱뼈는 보존해야 하므로 수술 범위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를 막으려면 평소 사랑니의 불편감이 없더라도 꾸준한 검진으로 치아상태를 확인하는 게 최선이다.

명훈 교수는 “사랑니와 물혹은 일반 치과에서 X-레이 검사로 간단히 진단할 수 있다”며 “20대에 사랑니가 나지 않았다고 해서 사랑니가 없다고 섣부르게 자가진단을 해서는 안 되며, 불편감이 없더라도 주기적으로 치과에 내원해 구강위생 관리를 받으며 검진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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