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고

Top
기사 메일전송
전체뉴스
인터넷약국서 구입한 불법 ‘낙태약’ 미국서 허가받았다지만 …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02-17 14:25:24
  • 수정 2014-02-21 14:42:12
기사수정
  • 미국 등 승인 국가서도 의사처방 있어야 구입 … 태아 제대로 못나오면 산모 사망에 이르기도

2007년 전후 여고생 ‘낙태계’가 한참 화제에 올랐다. 한 주부 블로거는 딸에게서 ‘친구의 중절수술을 돕기 위해 30만원만 줄 수 있겠느냐’는 말을 듣다가 낙태계의 실체에 대해 알게 됐다. 낙태계는 이름 그대로 여고생 몇몇이 모여 혹시 모를 임신에 대비해 일정 금액을 모으는 모임이다. 당시 피임에 소홀한 일부 여고생들은 쉬는 시간에 임신테스트를 하며 ‘임신이면 곗돈으로 수술감행, 아니면 말고’ 식의 태도로 일관하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국내서 낙태수술은 불법인데다 도덕불감증이 아니냐는 비난도 일었고, 어른들은 순진무구해야 할 ‘여고생’이 낙태계를 주도한다는데 충격을 받았다.
 
최근엔 피임에 대한 인식 확산으로 낙태계 논란은 상당히 들어갔지만 ‘피치못할 사정’으로 인공유산, 중절수술 등을 고려하는 여성이 여전한 게 사실이다. 국내서 인공유산수술을 하거나 받는 것은 불법이지만 모자보건법시행령 제 15조에서는 ‘인공임신중절은 임신한 날로부터 24주일 이내에 있는 자에 한하여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존재한다. 이밖에 치료 목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유산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치료적 인공유산’이라 해서 합법적으로 시행된다.
 
이밖에 △자신 또는 배우자가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거나 △자신 또는 배우자가 전염성 질환을 가졌거나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의 관계로 임신했거나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한 임신이거나 △임신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치고 있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엔 중절수술을 허용한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아이를 돌볼 능력이 되지 못하거나, 아이 자체를 원하지 않거나, ‘원나잇스탠드’ 등 모르는 사람과의 하룻밤으로 아이가 생긴 상황 등에서 유산을 선택하는 것은 여성 권리적 측면에 의한 ‘선택적 인공유산’이라 한다. 오늘날 전세계 대부분의 유산이 이 범주에 속한다. 하지만 낙태를 고려하는 사람들은 중절을 허용받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로 결국 불법낙태를 선택하게 된다.

인공유산은 크게 수술적·약물치료적 방법으로 나뉜다. 국내서는 아직까지 ‘소파수술’이라 불리는 수술적 치료가 가장 흔하다. 수술의 경우 자궁경부 개대 및 소파술, 월경흡입법, 개복수술 등이 대표적인 수술법이다.

자궁경부 개대 및 소파술은 자궁 입구를 먼저 인위적으로 열리게 만든 뒤 자궁 속 임신 산물을 제거한다. 이때 소파술, 진공흡입술, 흡입소파술 등을 이용한다. 인위적으로 자궁강 내에 음압을 가하거나 물리적인 방법으로 임신 산물을 배출하게 된다. 가장 흔히 이용되는 수술법이다.

월경흡입법은 드물게 시행되는 인공유산수술법이다. 월경 예정일보다 1~3주 경과한 경우 작은 관과 주사기를 이용해 자궁내강을 흡입해낸다.
개복수술 역시 매우 드물게 시행된다. 이전에 자궁 수술의 과거력이 있거나 태아가 커서 통상적인 방법으로 인공 유산이 힘든 경우에 이뤄진다.

가장 흔한 소파술의 경우 법이 허용하는 선의 수술비용은 25만~30만원이지만, 불법수술을 감행한다면 100만원을 웃돌기도 한다. 불법낙태를 고민하는 산모에게 수술병원을 알선하는 브로커도 존재하는데, 이는 포털사이트만 검색해도 쉽게 나온다.

요즘엔 산부인과에서 수술 자체를 꺼리는 편이라 해외로 ‘원정’을 떠나기도 한다. 대개 중국에서 이뤄지며 일부 브로커는 수술이 거의 어려운 ‘임신 8개월도 문제없다’고 광고한다. 흔히 국내보다 의료서비스 질이 떨어진다고 여겨지는 중국에서의 수술에 겁을 먹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중국행을 택하는 사람이 적잖다. 항공티켓을 포함해 130만원 내외면 수술받을 수 있다.
 
약물치료는 임신 초기에 자궁수축을 유발하는 약제 등을 이용해 인공유산을 유도한다. 미소프로스톨(misoprostol), 미페프리스톤(mifepristone), 메토트렉세이트(methotrexate) 등이 사용된다.

약물낙태는 주로 임신 12주 이내에 낙태약으로 알려진 ‘미페프렉스’(Mifeprex, 미페프리스톤)와 자궁수축촉진제 ‘싸이토텍’(Cytotec, 미소프로스톨)을 병용해 이뤄진다. 미페프렉스를 경구 복용하고 24∼48시간 후 싸이토텍을 복용하면 자궁 수축이 활성화돼 배아(태아)를 자궁에서 밀어낸다. 임신 초기에 이렇게 두가지 약물을 병용할 경우에 낙태 성공률은 99%에 달한다.

미페프리스톤 성분은 ‘RU-486’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약은 1988년 프랑스 루셀-우클라프사(社)에서 개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지 14년째에 접어들었다. 이 약은 낙태 수술보다 덜 위험하고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기 힘들며 아이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다고 소문나면서 일명 ‘미피’(miffy)란 애칭으로 큰 인기를 모아왔다. 먹는 낙태약은 수정란의 착상을 방해하는 사후피임약과 달리 착상된 상태에서도 작용한다. 미국에서도 의사의 엄격한 처방을 받아야 구입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2009년 미국에서는 임신 초기에 중절한 여성 4명 중 1명이 수술 대신 약물로 낙태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약제 투입 후 임신 산물이 배출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수시간 내지 수일로 차이가 크다.

국내서는 수술적 치료에 대한 부담 때문에 불법으로 낙태약을 구입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미국에서 이런 약물 낙태에는 400달러 정도의 비용이 드는데, 이는 임신 초기 낙태수술 평균 비용보다 약간 낮은 수준으로 큰 차이는 없다. 국내서는 대개 ‘OO약국’ 등으로 불리는 불법 사이트에서 구입하게 된다.

이런 ‘낙태 약국’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웹검색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다. 대개 낙태로 고민하는 글을 올린 여성의 글에 댓글로 홍보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미국에 본사를 둔’ 한국어 사이트라고 광고한다. 약값은 42만원 내외다. 복용법·낙태 과정이 상세히 서술돼 있고 ‘해외에서는 이미 많은 여성이 복용해 안심해도 된다’고 말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옷이나 화장품을 사듯 클릭 한번만으로 쉽게 구할 수 있어 오히려 허탈감이 들 정도다.

승인되지 않은 낙태약 판매도 문제지만, 이 약이 중국산 가짜약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2월 중국산 가짜 낙태약 유통 조직을 검거했던 충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당시 검거하지 못한 중국 현지 판매 일당이 계속해서 온라인으로 약을 판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의사의 승인 없이 낙태약을 복용하면 심근경색이나 과다출혈, 사망에 이르는 부작용을 겪을 수 있어 절대 인터넷을 통해 낙태약을 구입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고영익 미체원여성의원 원장은 “미소프로스톨 제제는 RU-486 제제와 함께 사용하고 그 양을 정확히 조절해야만 부작용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약품”이라며 “단독 낙태제로 사용할 경우 과다출혈, 구토, 자궁경련, 자궁천공을 일으키다 이런 증상이 심해지면 영구불임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소프로스톨은 소염진통제를 먹어 위장에 궤양이나 천공이 생겼을 때 종종 써왔는데 자궁수축 효과를 이용해 낙태에도 쓰이게 됐다.
 
그는 이어 “약물 낙태 후 드물게 배아가 완전히 체외로 나오지 못하고 남아 있을 가능성도 있다”며 “이럴 경우 산모의 사망까지 우려되므로 전문의가 유도분만제 투여나 죽은 태아 제거 등 후속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 약물을 이용한 인공유산은 수술과 달리 한번에 결과가 나타나는 게 아니다. 수일의 시간이 걸리기도 해 불안한 산모의 몸과 마음상태를 케어할 의료진의 관찰이 필요하다. 예컨대 불법 구입한 약물을 산모가 복용한 뒤 낙태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겁을 먹거나, 혹은 문제가 생겼음에도 개의치 않다가 나중에 더 큰 병을 얻을 수도 있다. 낙태 자체만을 생각해 약을 복용한 것으로 문제가 끝났다고 생각하면 위험하다.

고 원장은 “만약 불법 약물을 복용하고 이상이 생겼다고 느껴지면 감추지 말고 병원을 바로 찾아야 한다”며 “약을 샀다는 게 창피하다고 감추면 나중에 더 큰 합병증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피치 못한 사정으로 임신하게 돼 전전긍긍하는 여성들의 마음은 이해가 간다. 이미 일어난 일로 질책하기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가장 좋은 예방책은 피임이지만, 그렇지 못했더라도 원치 않은 임신을 막지 못한 것을 ‘여자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은 곤란하다.
 
물론 수요가 있는 탓에 공급이 이뤄지지만, 피임에 실패한 여성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해 불법 약물, 심지어 가짜 약물을 판매하는 파렴치한 일은 사라져야 한다. 여성들도 정신없는 마음에 광고 등에 현혹되지 말고 전문가를 찾아 상담을 받으며 다음 일을 계획하는 게 현실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0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부광약품
동화약품
존슨앤드존슨
탁센
동아ST
한국다케다제약
사노피
동국제약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차병원
신풍제약주식회사
정관장몰
한국화이자
한국아스트라제네카
휴온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