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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2월내 ‘담배소송’ 본격 추진 … 승소 확률은 ‘복불복’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4-02-14 15:29:14
  • 수정 2014-02-17 19: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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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흡연·질병 연관성 및 담배회사 위법성 입증해야 … 소송규모 최대 3300억원, 승소 사례 없어

이목희 민주당 의원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담배제조회사간 ‘흡연피해에 따른 진료비 환수청구소송(담배소송)’을 앞두고 공단 측의 승소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건보공단은 지난 1월 24일 이사회를 열어 최대 3300억원 규모의 담배소송 안건을 의결했다. 이어 최대 2곳 정도의 로펌을 외부대리인으로 선정하고, 공단 내외부 변호사로 이뤄진 소송대리인단을 구성해 이번 달 내로 소(訴)를 제기할 방침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아직까지 결정된 사항은 없지만 이달 말쯤부터 소송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공단의 빅데이터, 국립암센터의 암환자 등록자료, 흡연력 확인이 가능한 한국인 암예방연구자료(KCPS) 등을 토대로 구체적인 소송 규모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건보공단과 지선하 연세대 교수팀은 국내 흡연자 130만명을 약 20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흡연자는 폐암·후두암 등 각종 암 발생 위험도가 비흡연자에 비해 2.9~6.5배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2012년 전체 사망자 26만7221명 중 5만8155명이 흡연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으로 인한 재정 손실액도 1조7000억원(2011년 기준)에 달했으며, 이는 전 국민의 1개월 보험료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번 담배소송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추진됐다.

공단 측은 승소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김종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14일 진행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번 담배소송의 쟁점은 흡연·질병간 인과성과 담배회사의 위법성”이라며 “인과성 부분은 국내외 재판에서 이미 50% 정도 인정됐으며, 논란의 소지가 많은 위법성 부분도 나름대로의 소송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승소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소송가액(피해배상요구액과 지연이자)이다. 소송 규모가 커질수록 승소를 통해 배상받을 금액은 낮아질 전망이다. 공단 측이 추산한 소송가액은 최소 130억원에서 최대 3326억원으로, 단계적으로 1조7000억원 규모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소송 대상이 되는 환자 및 진료비 범위를 줄여 소송가액을 낮출수록 질환과 흡연간 연관성을 입증하기가 수월해지고 승소 가능성도 높아진다. 공단내에서는 사회적 파급력 등을 고려해 소송가액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반면 공단과 함께 적정 소송가액을 협의 중인 복지부는 승소 가능성을 높이려면 질병 연관성이 높은 환자의 진료비만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보공단 조사결과 2011년 서울고등법원이 흡연과의 인과성을 인정한 폐암(소세포암)과 후두암(편평세포암)의 경우 2003~2012년 동안 진료환자 2만4804명에게 3326억원의 공단부담금이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한국인 암예방연구(KCPS)코호트’에 포함된 2274명에 대한 부담금은 306억원이다. 또 2274명 중 835명은 1992년부터 암 발생시점 이전까지 ‘흡연력이 20갑년 이상’이라고 1회 이상 답변했으며, 이들에 대한 공단 부담금은 130억원이었다. 
 
공단이 진행 중인 담배소송에 대해 한국담배협회는 “건보공단의 이번 담배소송은 사회 전반에 불필요한 갈등과 비용을 지불케 하는 결정으로 담뱃값 인상만 초래할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담배협회는 KT&G, 필립모리스,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 재팬토바코(JTI) 등 국내에서 담배를 판매하는 4개 국내외 담배회사가 결성해 만든 단체다.

김병철 한국담배협회장은 지난달 2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재 담배업계는 매해 1조5000억원(담배 한 값당 354원) 규모의 건강부담금을 납부하고 있는데, 이와 별도로 세 부담을 지운다면 이는 담뱃값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또 KT&G의 전신이 한국담배인삼공사(2002년 민영화)였다는 사실을 예로 들며 담배소송이 결국 정부기관간 법정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회장은 “수십년간 직접 담배산업을 운영해 온 정부도 책임소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결국 정부 대 정부의 소송으로 번져 국가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담배소송의 관건은 ‘담배제조사의 책임 입증’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 법원은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는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지만 담배회사의 책임 문제에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사망한 흡연자의 유가족들이 KT&G를 상대로 총 4건의 담배 관련 소송을 제기했지만 승소한 사례는 단 한건도 없다. 한 건은 원고가 항소를 포기해 패소 확정 판결이 났으며 나머지 2건은 대법원에, 1건은 고등법원에 계류 중이다. 계류 중인 소송에서도 법원은 담배회사의 배상 책임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폐암 및 후두암과 흡연의 연관성을 인정한 2011년 서울고등법원 판결에서도 담배회사의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공단 관계자는 “흡연 피해자가 소송에서 패소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흡연과 질병간 연관성과 담배회사의 책임을 입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며 “소세포암 및 편평세포암과 흡연의 인과성을 인정한 서울고등법원 판결과 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빅데이터를 연계한다면 승소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 의료계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전례로 봤을 때 재판과정에서 흡연과 질병간 연관관계, 담배 제조사의 위법성 등을 법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승소 가능성을 낮게 봤다.

복지부와 정치권은 담배소송에 대해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이목희 민주당 의원은 이번 소송이 정부의 지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담배소송을 의결한 건보공단 이사회에서 이사 13명 중 11명이 찬성했지만 복지부와 기획재정부 인사 2명은 반대했다. 즉 담배소송 소관부처인 복지부와 기재부가 반대하는 상황에서는 정부의 지원을 제대로 받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그는 또 소송이 장기화되면 건보재정이 소송비용으로 낭비되고, 국민의 세금이 자칫 로펌 배불리기에 사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소송에 패소할 경우 향후 금연정책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건보공단이 국민건강을 위해 금연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한 행위”라며 “그러나 승소를 확신할 수 없는 즉흥적인 소송 제기보다는 중·장기적인 금연정책 수립과 체계적인 수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난 13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담배의 유해성이 사회적 문제로 거론되는 것은 대환영”이라며 “그러나 소송은 이슈 제기와는 또다른 문제이므로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송을 하려면 많은 시간과 자원이 필요하다”며 “현재 공단은 담배의 유행성에 관한 자료는 충분히 준비했지만 담배회사의 위법성 관련 자료는 아직 미흡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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