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뇨 여부는 소변을 묻힌 스틱 검사지의 색깔 변화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푸른색으로 변할수록 단백뇨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고령화사회로 접어들고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콩팥병(신장병)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0년 만성콩팥병 진료인원은 11만7000명으로 2006년 8만5000명보다 37.1% 증가했으며, 연평균 증가율은 약 8.2%로 나타났다.
콩팥병은 당뇨병, 고혈압, 사구체신염 등으로 사구체여과율이 60% 이상 악화돼 체내에 독소가 쌓이고 대사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질환이다. 미국 신장재단이 발표한 진료지침에 따르면 혈액 및 소변검사에서 이상소견이 나오는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신장 손상 여부와 상관없이 사구체여과율이 3개월 이상 60㎖/분/1.73㎡(체표면적) 미만으로 감소된 상태를 의미한다.
주요 증상으로 혈뇨, 부종, 요통 등이 나타나며 각종 심혈관질환의 위험도 증가한다. 대한신장학회는 만성 콩팥병을 방치하면 심뇌혈관질환 사망률이 최대 8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또 신기능 악화로 투석을 해야 하는 경우 삶의 질이 심각하게 저하된다.
50세 이상, 비만 혹은 흡연자,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 이들 질환 및 신장병에 대한 가족력이 있는 사람에 해당하고 얼굴이 자주 푸석푸석하고 무기력하며 오줌에서 거품이 많이 보이고 지린내가 심하게 나는 등 만성신장병의 특이 증상을 보인다면 신장기능 관련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신장기능 이상은 소변검사와 혈액검사를 통해 단백뇨, 혈액요소질소(blood urea nitrogen, BUN), 크레아티닌(Creatinine, Cr), 사구체여과율(glomerular filtration rate, GFR) 등을 확인함으로써 알 수 있다. 박태진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소변검사는 심혈관초음파검사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고 간편하다”며 “유럽고혈압학회는 심장질환 위험이 높은 고혈압 환자에게 혈중 크레아티닌 농도, 사구체여과율, 단백뇨 수치 등을 검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변은 혈액이 인체를 순환하고 신장에서 걸러진 후 체외로 배출된 수용성 배설물이다. 인체에 불필요한 노폐물이나 여러 대사산물을 포함하고 있다. 하루 종일 배출되기 때문에 신체변화를 예민하게 반영하며, 내분비 대사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 도움된다.
소변검사로는 요단백(Protein), 요당(Glucose), 우로빌리노겐(Urobilinogen), 빌리누빈(담즙색소, Bilirubin), 잠혈(Blood), 소변비중(Spec.Gravity), 아질산염(Nitrite), 산도(pH), 백혈구(Leukocytes), 케톤체(Ketone)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중 신장기능과 관련된 요소는 소변내 단백질, 잠혈, 이질산염, 백혈구수치 등이다. 이 같은 소변검사만으로 신장 이상의 70~80% 정도를 진단할 수 있다.
신장의 실질적 기능은 사구체에서 이뤄진다. 사구체는 노폐물을 걸러내는 실쿠러미 모양의 신장내 소기관으로 사구체를 통해 하루에 약 180ℓ의 수액을 여과시키며, 이 중 99%(단백질 포함)는 세뇨관에서 재흡수되고 1~1.5ℓ만이 소변으로 배출된다. 그러나 신장기능이 악화되면 단백질이 다량 여과되면서 소변으로 배출되는데 이를 단백뇨(알부민뇨)라고 한다.
신장기능이 정상인 성인은 하루 80~150㎎ 이하의 단백질이 소변으로 빠져나온다. 유소아의 정상치는 40~80㎎이하다. 단백뇨가 150㎎ 이하이면 정상으로 판정한다. 병원이나 의사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하루 뇨중 단백질 배출량이 150~200㎎을 초과하면 단백뇨로 진단한다. 양성 판정이 두번 이상 나왔다면 혈액검사를 통해 혈중 크레아티닌 농도 등을 검사해야 한다. 정상적인 검사를 위해 24시간 동안 소변을 모아 검사한다. 소변은 버린 후 채뇨를 시작하고 이후 냉장보관한다.
통상 하루에 1g 이상(총량)의 단백질이 소변으로 빠져나오면 신장에 병소가 있어 조직검사가 필요하다. 하루 뇨중 단백질 배출량이 3~3.5g 이상이면 ‘신증후군 범위의 단백뇨’라고 하며 거의 모든 환자에서 전신부종, 저알부민혈증, 고지혈증, 신장사구체질환 등이 동반된다.
본태성 고혈압에 동반하는 신경화증은 뇨단백량이 적어서 하루 300㎎ 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백뇨는 검사용 스틱(dip stick)에 소변을 묻힌 후 시약의 색깔 변화를 통해 확인한다. 소변을 묻힌 테이프는 노란색에서 녹색을 거쳐 점차 푸른색으로 변하는데, 푸른색이 짙어질수록 단백뇨 양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변내 단백질이 많을수록 검사수치는 +1에서 +5로 높아진다.
당뇨병의 기준은 공복혈당이 126㎎/㎗이상인 경우다. 소변으로 당이 빠져나오는 경우는 혈당이 200㎎/㎗를 넘을 때다.바꿔 말해 소변 스틱검사에서 당이 검출됐다는 것은 당뇨병이 상당히 위험한 수준임을 시사한다.
신장의 사구체에 문제가 있어 발생하는 단백뇨는 알부민이 주성분이다. 신장 세관에 문제가 있는 단백뇨는 알부민보다 분자량이 낮은 단백질이 주로 나온다. 흔히 알부민뇨와 단백뇨의 개념이 혼동돼 쓰이기도 한다. 알부민은 혈장단백질의 40%가량을 차지한다.
검사 결과 하루 뇨중 알부민 배출량이 30㎎ 이하이면 정상, 30~300㎎이면 미세단백뇨(미세알부민뇨), 300㎎ 이상은 임상적단백뇨(거대알부민뇨)로 진단한다. 500㎎이상이면 신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미세단백뇨(미세알부민뇨) 발생 위험도는 일반인이 7.3%인데 비해 고혈압 환자는 13.5%, 당뇨병 환자는 20.3%로 2~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백뇨(거대알부민뇨) 발생 위험도도 일반인은 1.1%인데 고혈압 환자는 4.5%, 당뇨병 환자는 6.4%로 4~5배 높았다.
단백뇨 수치는 심한 운동을 하거나, 추운 장소에 오래 있거나, 육류를 갑자기 많이 섭취했을 때 일시적으로 높아진다. 고혈압이나 심한 운동을 한 경우에도 일시적으로 비정상적인 단백뇨가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검사 전 물을 많이 마시면 단백뇨 수치가 낮게 나올 수 있다.
소변검사 전날 밤부터는 공복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또 검사 당일 아침에 물을 마시면 소변이 희석되기 때문에 단백뇨가 높아도 음성으로 판정될 수 있다.
소변을 볼 때 거품이 많이 생기거나, 변기 물을 내렸을 때 거품이 사라지지 않고 남는다면 단백뇨검사를 받는 게 좋다. 소변을 통해 빠져나가는 단백질의 양이 적을 때에는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하지만 소실되는 단백질이 많아질수록 발목·다리·눈주위 등이 붓는 부종이 발생한다. 심한 경우 폐가 붓는 폐부종이 발생해 잠을 자거나 걷기 힘들 정도로 호흡곤란이 나타난다.
이형래 강동경희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신장은 기능이 10~20% 남을 정도로 악화될 때까지 외부에 나타나는 증상이 거의 없다”며 “일시적으로 소변에 단백질이 섞일 수 있지만 혈압이 높거나 뚱뚱한 사람은 신장이상의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혈액검사로 혈중요소질소(BUN) 수치를 측정하는 방법도 있다. 음식물로 섭취된 단백질은 신체 대사과정을 거치면서 아미노산으로 분해된 후 여러 요소들로 인해 암모니아로 변환된다. 암모니아는 간내 오르니틴회로(요소회로)를 거쳐 요소로 합성된 후 신장을 통해 배출된다. 신장기능에 이상이 있는 경우 요소가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혈중 요소질소 수치가 높아진다.
요소질소를 측정할 때에는 요소분해효소(unrease)를 자주 사용한다. 요소분해효소가 요소를 분해하면 암모니아가 생성되는데, 이 암모니아를 다양한 효소에 반응시켜 나오는 최종 산물을 측정한다. 정상 BUN 수치는 혈액 1㎗당 약 9~29㎎다. 수치가 정상보다 낮다면 간기능 이상을, 정상치보다 높다면 신기능 이상을 의심해볼 수 있다.
그러나 BUN 수치는 단백질 섭취량, 혈류량, 소화관 출혈, 생체내 수분량, 간기능 변화 등의 영향도 받기 때문에 신장기능을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 두 개의 신장 중 한 쪽이 정상이면 BUN 수치가 증가하지 않을 수 있다. 또 사구체여과율이 50% 이하로 떨어지기 전까지는 수치가 변화되지 않아 검사민감도도 떨어진다. 이밖에 BUN 수치는 남성이 여성보다 10~20% 정도, 밤보다 낮에, 봄·가을보다 여름·겨울에 높게 나타난다. 운동 직후에도 발열현상으로 수치가 올라간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신장기능을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혈중 요소질소와 혈청 크레아티닌의 비율을 측정해야 한다. 두 요소의 비율이 10:1~20:1일 때 정상으로 판정한다.
크레아티닌은 근육내 크레아틴(creatine)이 대사돼 생성되는 물질로 신기능이 떨어질수록 혈중 크레아티닌 농도가 증가하는 특징을 보인다. 신장이 혈중 단백질 대사의 최종산물인 질소 노폐물을 어느 정도 배설시킬수 있는가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혈중요소질소(BUN)와 달리 재흡수되지 않고 신기능 이외의 영향을 적게 받아 사구체여과율을 평가하는 데 유용하다.
콩팥기능이 나빠져 사구체여과율이 떨어지면 크레아티닌이 소변으로 배설되지 못해 혈액내에 축적된다. 이 때문에 콩팥병이 악화될수록 혈중 크레아티닌은 상승한다.
근육량과 비례하기 때문에 근육이 많은 남성이 여성보다, 육식을 즐기는 사람이 채식 위주의 사람보다 수치가 높다. 나이와 체중(근육량)에 따라 다소 다를 수 있으나 신장기능에 이상이 없을 경우 대개 일정한 수치를 보인다. 개원가에서는 복잡한 사구체여과율 대신 혈중 크레아티닌 농도를 측정함으로써 대강의 신장기능을 판별한다.
혈중 크레아티닌의 정상 수치는 남성은 혈액 1㎗당 0.8~1.3㎎, 여성은 0.6~1㎎이다. 2세 이후 일정 수준을 유지하다가 40대 이후부터 매년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기능이 절반으로 저하되면 2㎎/㎗, 신기능이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면 5㎎/㎗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므로 대략적인 신기능 판정에 유용하다.
다시 말해 보통 크레아티닌 수치가 2배 증가했을 때 사구체여과율은 50% 감소한 것으로 판단한다. 크레아티닌이 혈액 1㎗당 6㎎ 이상이면 혈액투석 등을 고려해야 한다.
다만 크레아티닌 농도와 신장기능은 직선적인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으므로 낮은 크레아티닌 수치 범위에서는 작은 변화라도 신장기능의 큰 저하를 의미할 수 있다. 즉 크레아티닌 농도는 사구체여과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기 전까지는 별다른 변화가 없어 콩팥기능을 그대로 반영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크레아티닌치가 갑자기 상승한다면 신장기능 저하가 의심되므로 24시간 소변을 모아 실제 사구체여과율을 구함으로써 정확히 진단해볼 수 있다. 특히 고혈압 및 당뇨병을 앓고 있거나 소변검사 결과 혈뇨나 단백뇨가 나타난다면 일년에 한번 정도는 크레아티닌 농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사구체여과율은 신장의 배설기능을 가장 잘 나타내는 지표로 1분당 신장에서 여과되는 혈액 양(㎖)을 나타낸다. 즉 혈장이 사구체를 통과해 나온 여과액이 만들어지는 속도다. 정상적인 콩팥은 분당 약 120㎖의 혈액을 여과시킨다. 여과율이 25% 이하로 떨어지면 신기능이 일정 속도로 악화되고, 10% 이하(분당 15㎖이하)로 감소할 경우 투석이나 신장이식을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독해진다.
사구체여과율은 다당류인 이눌린(inulin)이나 요오드 방사선동위원소(125 I-iothalmate)를 투입, 배출속도를 측정함으로써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려 실제 임상에서는 사용하기가 번거롭다. 이 때문에 개원가 등에서는 혈중 크레아티닌 농도로 크레아티닌청소율(CrCl)을 산출해 사구체여과율의 추정값으로 사용한다. 크레아티닌청소율을 직접 계산하기 위해서는 혈액검사로 크레아티닌 농도를 측정하고 소변을 24시간 동안 모아 크레아티닌 양을 산출해야 한다.
사구체여과율을 산출하는 공식으로 가장 널리 쓰인 것은 ‘CG방정식(Cockcroft-Gault Equation)’로 ‘(140-나이)X체중X72/혈청 크레아티닌농도’로 이뤄진다. 여성은 남성보다 근육량이 적기 때문에 산출값에 0.85를 곱하면 된다. 최근에는 정확도가 향상된 ‘MDRD(Modification of Diet in Renal Disease)’, ‘CKD-EPI(CKD Epidemiology Collaboration)’ 공식 등이 사용되고 있다. 2년 전부터는 백인이 아닌 한국인의 인종적 특성에 맞춘 산출방식이 개발 중이다. 이 공식이 개발되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신장치료의 효율이 급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소변·혈액검사 전에는 카페인 함유 물질 및 약물 복용을 삼가고, 격렬한 운동은 피하는 게 좋다. 시메티딘(cimetidine), 트리메토림(trimethoprim), 살리실산(salicylate) 등 약물은 크레아티닌 분비를 억제해 검사 정확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