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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제약 지주회사 전환, 녹십자 개입으로 저지당해
  • 문형민 기자
  • 등록 2014-01-24 16:41:18
  • 수정 2014-01-27 15:3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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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일 주총서 3분의 2 못넘어 부결 … 녹십자 피델리티자산운용과 규합, 사실상 적대적 인수합병

일동제약 경영진이 24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일동제약의 지주회사 전환이 2대 주주인 녹십자의 반대로 무산됐다. 일동제약은 24일 서울 본사에서 지주사 전환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기업분할 승인 안건을 투표한 결과 찬성 55%, 반대 45%로 부결됐다고 밝혔다. 기업분할은 주주총회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가결된다.

반대표는 일동제약 2대 주주인 녹십자(지분율 29.4%)와 3대 주주인 피델리티자산운용(지분율 9.99%) 등이 던졌다.
 
녹십자의 반대표는 이미 예견된 결과다. 녹십자는 지난 16일 개인 투자자 이호찬씨의 일동제약 주식 12.57%를 인수하며 보유지분을 29.4%로 대폭 높이는 동시에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바꿨다. 어느 쪽이 우호지분을 더 확보하느냐에 따라 경영권이 뒤바뀔 수 있는 상황에 온 것이다. 이에 일동제약은 녹십자를 견제하는 한편 지주사 전환에 찬성해줄 것을 설득했으나 실패했다.
 
이를 두고 업계는 녹십자가 일동제약에게 사실상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다급한 쪽은 일동제약이다. 다른 주주들이 녹십자와 손을 잡으면 하루 아침에 회사를 뺏길 수도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100년이 넘는 제약업계 역사 가운데 이처럼 대규모 제약사끼리 경영지분을 놓고 피 튀기는 각축전을 벌인 것은 처음으로 생각된다”며 “설마설마했는데 녹십자가 임시주총에서 반대표를 행사할 줄은 몰랐다. 한마디로 ‘충격’ 그 자체”라고 말했다.
 
일동제약은 임시주총이 끝난 후 공식 입장 발표를 통해  “임시주주총회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주주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며 “기업 및 주주 가치 증대를 위해 노력하고, 녹십자와 지속적으로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녹십자가 당장 M&A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녹십자 관계자는 이날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이 주주가치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오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히며 “적대적 M&A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주총에서 제1호 의안인 일동제약 기업분할 안건이 부결됨에 따라 정관변경안(제2호 의안)과 감사선임안(제3호의안)은 철회됐다.
 
업계는 결국 녹십자가 일동제약 M&A를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 참여를 시작으로 일동제약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날 녹십자측 대리인으로 참석한 박순영 씨는 “미래 일동제약 경영과 기업 가치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다”며 이런 의도를 내비쳤다.
 
녹십자가 일동제약을 인수할 경우 녹십자는 단숨에 매출 1조원이 넘는 업계 1위 제약사로 올라설 수 있다. 2012년을 기준으로 녹십자 연매출은 8118억원, 일동제약은 3628억원이다.
 
일반의약품 사업도 확장할 수 있다. 녹십자는 백신·혈액제제 부문에서는 국내 최고지만 일반약 부문은 약하다. 전체 매출 가운데 일반약이 차지하는 비율은 10%가 되지 않는다. 반면 일동제약은 인지도가 높은 일반약은 물론 매출이 꾸준한 전문의약품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녹십자는 2010년 삼천리제약 인수를 추진했으나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 지난해에는 동아제약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녹십자는 비타민 제품 위주의 경남제약과 파스류 및 단방류 중심의 상아제약을 인수했으나 경남제약의 경우 제품군이 단조롭고 시너지가 나지 않아 재매각했고, 상아제약은 겨우 현상유지를 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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