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피 모식도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발표에 따르면 탈모 인구는 국내 1000만명 이상으로 5년 전에 비교하면 25%가량 증가했다. 최근 들어 전체 탈모 환자 중 20~30대가 48.8%를 차지해 병원을 찾는 젊은 층 환자도 부쩍 늘고 있다. 스트레스가 호르몬 변화에 영향을 주는 게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모발은 하루에 0.35㎜씩 자란다. 모발의 일생은 휴지기-생장기-퇴화기로 나뉘는데 보통 3개월(9%)-3년(90%)-1개월(1%)로 보면 된다. 아시아인의 모발 수는 5만~6만개로 백인의 10만개보다 적다. 모발 수가 적은 대신 굵은 게 아시아인의 특징이다.
탈모의 기준은 아시아인의 경우 빠지는 머리카락 숫자가 하루에 50~60개를 넘는 것이다. 그 이하면 정상으로 본다. 백인의 경우 100개를 넘는 것이다. 탈모 여부를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방법으로 손으로 한 움큼 잡으면 50카락 정도가 되는데 잡아 당겨 2~3개 이상 빠지면 탈모로 볼 수 있다.
남성형 탈모는 정수리 및 앞머리 탈모가 특징이다. 속칭 ‘속알머리’ 없는 남자가 두정부 탈모다. 이마선이 위로 올라가는(후퇴하는) 탈모가 M자형 탈모다. 반면 여성형 탈모는 앞머리가 일정한 패턴으로 한 줄씩 빠지는 ‘트리형’ 탈모를 보인다. 대체로 아시아 남성의 탈모는 부계 유전, 아시아 여성의 탈모는 모계 유전이다.
건보공단 자료에 따르면 남성형탈모증(안드로겐성탈모증)의 2008~2012년 분기별 진료 인원은 4분기가 가장 많고, 2분기가 가장 적은 양상을 보여 계절을 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2월에는 월 평균 1만2453명이 몰려 최다치를 기록했다.
흔히 남성형탈모증의 주된 원인은 유전과 남성호르몬(androgen)중 하나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에 의한 것이다. 스트레스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테스토스테론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 Dihydrotestosterone)이라는 물질로 변형되면 모낭이 축소되고 모발 성장에 필요한 단백질 합성에 지장을 받게 된다. 다시 말해 머리카락은 모근의 모유두에서 케라틴 단백질을 공급받아 자라는데 이것이 저해되니 한올 한올 빠지며 탈모가 시작된다. DHT는 모발의 생장기를 짧게, 휴지기를 길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그 결과 후두부(뒷머리)를 제외한 정수리, 전두부, 전방·중앙부, 측두부 등 대부분의 머리카락이 탈모를 일으키게 된다. 이런 호르몬 변형에 의한 탈모는 대부분 유전으로 대물림되며 한번 진행이 시작되면 치료가 어렵다. DHT 호르몬의 작용에 민감한 가계가 유전적으로 쉽게 탈모될 수 있다는 얘기다.
남성호르몬은 대체로 모낭세포 대사에 영향을 줘 음모·겨드랑이털·수염·가슴털은 성장을 촉진시키지만 유독 앞머리와 정수리 부분의 머리카락에 대해서는 발육을 억제시킨다. 반면 여성에게 대머리가 거의 없는 이유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estrogen)이 탈모를 방지하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탈모로 인한 모발이식 치료대상은 전체의 10~15%에 불과하다며 탈모 초기 증상에 신속한 약물요법이 추천된다고 밝히고 있다. 빗으로 두피를 긁는 물리적 자극이나, 혈관확장제를 이용한 두피혈관확장 및 모발영양물질공급은 효과가 일시적이거나 미온적인 것으로 연구돼 있다.
남성 탈모의 95%이상을 차지하는 안드로겐성 탈모증의 치료제 시장을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 전체 탈모시장 규모는 총 1조원에 이르며, 대다수는 샴푸나 두피관리서비스가 차지하고 있다. 약제는 400억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현재 아성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MSD의 ‘프로페시아’에 맞서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아보다트’가 지난해 중반부터 시장 공략에 나서 관심이 주목된다.
탈모 진행 과정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억제해 탈모를 예방하고 개선하는 치료제 ‘프로페시아(성분명, 피나스테리드, finasteride)’는 1998년 미국의 다국적 제약사 ‘MSD(Merck Sharp & Dohme)’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프로페시아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유일하게 인증한 경구용 탈모치료제로 첫 출시 이후 15년간 국내를 포함한 세계 50개국에서 27억정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국내서는 현재 연간 200억원 어치 안팎이 팔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로페시아는 ‘다산, 비옥한’을 뜻하는 ‘prolific’의 ‘pro’와 ‘대머리’를 뜻하는 ‘alopecia’의 ‘pecia’를 따서 만든 이름으로 대머리를 풍성하게 해준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주성분은 피나스테리드로 남성형 탈모의 원인인 DHT의 농도를 낮춰 탈모 증상을 호전시킨다. 임상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약을 장기 복용한 초기 남성환자 10명 중 9명(86%)은 탈모가 멈췄으며 6∼7명(65%)은 모발이 다시 자라기 시작했다. 이 약이 탈모를 완치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모낭이 살아 있는 탈모의 초기 단계에 탈모 방지와 발모 작용을 하기 때문에 일찍 복용할수록 효과가 더 높다.
미국 듀크대 의대 피부과 올슨 교수팀의 주도로 미국의 33개 주를 포함한 60개 지역에서 18~60세의 남성형탈모에 의한 정수리 부분 탈모 환자 1553명을 대상으로 2년간 프로페시아와 위약을 비교하는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후두부를 제외한 모든 부위에서 우수한 발모효과가 나타났으며 특히 정수리, 전방·중앙부 탈모에서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또18~41세 복용환자의 99%가 모발 수가 증가하거나, 더 이상 탈모가 진행되지 않는 탈모치료효과를 얻었다.
그러나 FDA승인, 세계 최다 판매량, 높은 수준의 효과를 자랑하는 프로페시아라 할지라도 100% 안심하고 복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미하지만 일부 복용자들에서 발기부전, 성욕감퇴, 여성형유방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마이클 어윅(Michael S. Irwig) 교수팀은 프로페시아 복용 남성 54명을 대상으로 14개월간 추적·관찰한 결과 전체의 96%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성적 부작용을 겪었으며 89%가 성욕, 발기력, 오르가슴 능력, 만족도 저하를 보였다고 2012년 8월 발표했다. 이는 프로페시아에 함유된 피나스테리드가 남성호르몬의 농도를 낮춰 상대적으로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더 받게 하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어윅 교수는 이에 대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프로페시아 복용 시 전문의와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성의학저널(Journal of Sexual Medicine)’을 통해 밝혔다.
이에 앞서 미국 FDA는 2012년 4월 프로페시아 및 프로스카를 복용했다가 중단할 경우 일정기간 성욕감퇴, 사정장애, 성절정감장애 등이 유발될 수 있다는 문구를 명기하도록 미국 머크사에 권고한 바 있다.
마이클 어윅 조지워싱턴대 교수가 성의학저널에 발표한 프로페시아 부작용 실험 결과
한국GSK의 탈모치료제 ‘아보다트(성분명, 두타스테리드, Dutasteride)’도 약리기전은 프로페시아와 거의 유사하다. 두 약 모두 5-알파환원효소억제제로서 피나스테리드가 2형 효소만 억제하는데 비해 두타스테리드는 1형과 2형 모두를 억제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GSK에 따르면 두타스테리드는 국내 3상 임상결과 DHT 억제효과가 90%에 육박해 피나스테리드(프로스카)의 70% 수준보다 강력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인체 대상 실험결과과 아닌 실험관 내 실험(in vitro)으로서 참고할 수치일 뿐이다.
5-α-환원효소(5AR)는 테스토스테론을 남성형 탈모증의 원인이 되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으로 전환시키는 작용을 한다. 이 효소가 많아지면 남성형탈모증 및 전립선비대증을 유발한다. 제1형은 피지선, 표피 및 모낭의 각질형성세포, 모유두세포, 땀샘에 주로 분포한다. 태아 시기에는 거의 관찰되지 않고 사춘기를 넘기면 발현되기 시작하고 2형의 발현에도 영향을 미친다.
제2형은 성인의 전립선·부고환·정관에 가장 많이 분포하며 전립선양성비대증 및 전립선선종성조직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태아의 생식기 피부나 신생아의 두피 모낭(모근초)에서도 관찰된다.
간에서는 성인이 된 후에야 1형과 2형이 모두 나타난다.
이양원 건국대병원 피부과 교수에 따르면 실험관내 실험(in vitro)에서 두타스테리드는 5-알파환원효소 1형에 대한 억제효과가 피나스테리드의 100배이며, 2형에 대한 억제효과는 그 8배인 것으로 조사됐다.
테스토스테론의 4~8%가 이들 5-α-환원효소에 의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으로 변하는데 만약 이 효소가 결핍되면 남성에서 성기 모양이 여성과 비슷해지는 남성가성반음양(pseudohermaphroditism)이 나타날 수 있다.
박혜련 한국GSK 마케팅 과장은 “아보다트는 5-α-환원효소 제1형과 2형을 모두 차단함으로써 두피의 DHT 농도를 강력하게 억제해 모발 수를 증가시킨다”고 말했다.
최광성 인하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어떤 사람은 DHT가 너무 높아 저농도 5-알파환원효소 억제제로는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없다”며 “5-α-환원효소 1, 2형을 모두 억제하는 아보다트를 복용하면 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보다트는 2009년에 3상 임상연구가 완료돼 국내서는 같은 해 8월 탈모치료제로 적응증을 승인받았다. 앞서 2004년 4월에는 전립선비대증치료제로 국내 허가를 받았다.
프로페시아에 비해 이 약이 가진 핸디캡은 FDA 승인을 얻지 못한 것이다. 2001년 11월 탈모치료제로 예비승인을 받긴 했으나 심사 결과 미비점이 보완되지 못해 현재까지도 FDA기준으로는 탈모치료제로 적응증을 인정받지 못했다.
이에 GSK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등은 대머리 치료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미미하고 시장도 작아서 추가로 연구개발비용을 들여 FDA승인을 받는 게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을 뿐 약효와 안전성에서 프로페시아에 밀리는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업계에서는 아보다트의 효과가 다소 우수하더라도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커서 탈모증치료제로 신규허가를 낼 만한 메리트가 없다고 FDA에서 판단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GSK는 한국인 대상 남성형 탈모 임상시험을 통해 모발수가 증가하는 유익한 효과가 입증됐기 때문에 더 신뢰도가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피험자 사진 평가, 시험자 사진평가, 전문가 사진 평가 등 모든 측면에서 유의하게 탈모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설명이다. GSK는 글로벌시장 차원에서 동남아지역 내 시판허가획득 및 마케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피나스테리드는 탈모증 개선효과가 1㎎이나 4㎎이나 별다른 차이가 없어 부작용이 적은 1㎎을 투여한 반면 두타스테리드는 약효가 용량과 비례해 최적의 용량인 0.5㎎를 투여한다. 두타스테리드는 전립선비대증 및 탈모증 개선에 공히 1일 1회 0.5㎎을 복용한다. 기왕이면 적은 양을 복용하기 때문에 인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적을 것이라는 게 GSK의 입장이다. 하지만 약리학적으로 복용하는 약물의 절대 중량과 약효 및 부작용과의 관계는 어떤 상관관계도 입증된 게 없다.
두타스테리드는 5-알파 환원효소억제제 계열 탈모치료제의 부작용으로 알려져 있는 남성 성기능평가척도(Sexual Function Inventory) 또한 위약군(Placebo)과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아 내약성도 우수하다. GSK는 동아제약과 공동으로 2011년말부터 탈모증치료제로서 아보다트 마케팅에 시동을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