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 알 권리 증진을 이유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를 통해 각 병원별 비급여 진료비 가격정보를 전격 공개키로 하고, 이를 내년 1월부터는 종합병원으로 확대 시행할 움직임을 보이자 병원계 전체가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한병원협회는 27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어려운 병원경영환경을 호소하며 선택진료비와 비급여진료비의 존속 필요성과 급여화 반대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1월 43개소 상급종합병원의 상급병실료차액·초음파진단료·양전자단층촬영(PET)진단료·캡슐내시경검사료·제증명수수료·교육상담료를, 9월에는 자기공명영상(MRI)진단료·치과임플란트료·다빈치로봇수술료·양수염색체검사료 등 총 10대 비급여·32대 세부항목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바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실시됐던 비급여항목 가격공개가 내년 1월부터 300병상 초과 종합병원 113개소로 확대 적용한다. 300병상 미만인 282개소는 내년 상반기 실태조사를 거친 후 적용대상에 포함된다.
심평원은 이런 정책을 홍보하고 병원계의 반발을 달래기 위해 26~28일 전국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비급여 가격공개 및 고지방법 지침 개정방안 설명회를 개최한다. 26일에는 서울, 27일 대구·대전, 28일에는 부산·광주지역에서 진행된다.
심평원 건강정보서비스부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결정된 ‘단계별 비급여 가격공개 및 확대계획’에 따라 내년 1월부터는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까지 공개 대상이 확대된다”며 “이번 설명회는 종합병원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고지방법 지침의 개정방안과 가격공개에 대해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정부는 비급여 가격공개를 비급여 비용 인하를 유도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며, 정부 3.0시대에 맞는 우수한 정책 사례라고 자평하고 있어 제도 추진의 탄력을 받고 있다.
그러나 심평원의 이같은 행보를 바라보는 의료계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심평원의 비급여가격 책정 방식은 단순히 최대·최소가격만을 비교해 의료품질을 고려하지 않은 채 최고가격 병원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병원 실명을 공개함으로써 근거없는 오해와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이에 대해 심평원 관계자는 “실명공개의 경우 병원들이 이미 자체적으로 홈페이지에서 공개하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심평원이 병원간 지가(地價) 차이, 병실규모, 시설, 구비비품, 시공비 등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는 지난 9월 성명서를 통해 “비급여항목 가격을 책정할 때 반영되는 다양한 변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진료비 항목별 특이사항만을 기재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병원별 가격 차이에 대해 설명할 책임을 병원에 떠넘겼다”고 비판했다.
예컨대 다빈치로봇수술료(전립선암)의 경우 병원간 최소 가격의 차이는 2.4배, 최대 가격은 2.1배 차이났다. 그러나 심평원은 가장 싼 병원과 최소가격과 가장 비싼 병원의 최대가격을 비교해 3배 차이난다고 부풀려 발표했다. 치과임플란트도 병원간 최소가격 차이는 2.9배, 최대 가격차이는 2.1배였지만 심평원은 전국 최소와 최대치를 비교해 4.6배 차이난다고 발표했다.
정치권에서도 가격책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희국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0월 진행된 심평원 국정감사에서 “심평원이 진행하고 있는 비급여항목 가격비교는 병원별 특수한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최저·최고값만 비교 및 공개함으로써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심평원은 어떻게 하면 비급여항목을 줄일 것인지 고민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급여에 대한 분류체계를 표준화하고 원가조사를 실시해 관리 및 감독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도 “43개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초음파진료 비급여항목은 진료항목이 최소 17개에서 최대 218개까지 세분화돼 공개되고 있다”며 “항목이 지나치게 세분돼 혼란스러운 상황인 만큼 비급여항목에 대한 표준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현재 비급여항목의 표준화를 진행하고 있지만 범위가 방대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면서 “표준화를 빠르게 추진하고 복지부와 협의함으로써 제도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