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실금 치료법으로 소개되기 시작한 케겔운동(Kegel Exercise)은 최근 ‘젊음의 비법’으로도 알려지며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추천되는 운동치료로 꼽힌다. 무엇보다도 장소·시간 등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실시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통증이나 위험성 없이 생활화할 수 있는 운동이다.
케겔 박사는 출산으로 인한, 혹은 원래 갖고 있던 요실금에 의해 손상된 골반근육을 강화시키기 위해 운동법을 꾸준히 소개했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환자는 자신의 정확한 골반근육을 쉽게 인지하지 못해 절반 이상이 운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케겔은 꾸준한 연구 끝에 골반근육의 인지법 및 효과적인 운동방법을 정립했다.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 운동이 성감을 촉진시키는 데 탁월하다고 알려지면서 요즘엔 성기능을 향상시키는 운동으로 인식되는 추세다.
기본적으로 ‘요실금’ 치료가 목적
개그우먼 김지선 씨는 얼마 전 한 방송에 출연해 “임신 후 요실금을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케겔운동이 도움이 됐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같은 날 방송에 출연한 홍재엽 분당차병원 여성비뇨기과 교수는 “케겔 운동은 골반근육 수축으로 요도와 항문 괄약근에 영향을 준다”며 “골반근육이 튼튼해지면 처진 방광과 요도가 원위치로 복구되기 때문에 요실금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케겔운동의 기본적인 목표는 ‘요실금 개선’이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좋은 운동법이다. 전립선암 환자가 전립선적출술·방광적출술을 받은 뒤 소변이 새는 증상이 있을 경우에도 케겔운동이 도움이 된다.
올 성인간호학회지 4월호에는 “전립선적출술을 받은 환자들의 요실금 예방을 위해서는 효율적인 골반저근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정보 및 교육을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도록 자가간호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며 “외국에서는 근치적 전립선 적출술 후 요실금 발생과 케겔운동에 대해서 많이 연구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여성 요실금에 대한 연구만 다수 진행됐을 뿐 남성의 배뇨문제에 대한 연구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고 언급된 바 있다.
여성 성감 높이는 기능
케겔운동을 지나치게 열심히 시행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부작용’인 성감 증가다. 이 때문에 성기능장애를 겪는 여성의 행동치료요법으로 권장된다. 성기능장애는 남성이 여성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한국성과학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여성 중 54%가 성기능장애를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남성의 경우 성기능장애를 가진 사람은 10% 정도였다. 여성 성기능장애가 남성보다 4배에 이를 정도로 높다는 의미다.
여성 성기능장애의 원인은 너무나 다양해 딱 어느 한가지라고 짚어내기 어렵다. 보통 노화, 스트레스, 호르몬 이상, 골반근육 약화 등이 꼽힌다. 여성은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골반근육이 약해지고 질이완증이 생겨 예전에 비해 ‘헐거워진’ 느낌을 갖게 된다. 개인차를 감안해도 한국 여성의 3분의 1 정도가 질이완증이나 골반장기탈출증을 보인다는 보고도 있다.
이럴 경우 케겔운동 등 골반근육을 강화시키는 운동처방이 내려진다. 골반저근이 성적 만족감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요실금을 앓던 환자 중 상당수는 케겔운동을 실시하기 전에 비해 성적 흥분 고양, 성교통 감소, 오르가슴 측면에서 성적 만족도가 개선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성의 질내 근육수축력이 강해지면 파트너인 남성의 흥분도 및 발기력도 증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설현욱 서울성의학클리닉 원장은 우리나라에 처음 케겔운동을 전파했다. 설 원장은 “부부관계는 무엇보다 서로가 함께 즐겨야 하는 것”이라며 “요즘엔 성기능장애를 겪거나 질 압력이 떨어진다고 느끼는 여성이 이쁜이수술 등 수술적 방법을 택하는데, 이보다 케겔운동을 실시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질근육은 이두근이나 삼두근처럼 단련시킬 수 있는 근육”이라며 “케겔운동을 정확하게 하면 질압력을 굉장히 높일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설 원장에 따르면 여성 질근육의 압력은 보통 45㎜Hg인데, 이 운동을 열심히 하면 한달 안에 평균 75, 최대 95까지 높일 수 있다.
설 원장은 “이쁜이수술 등 수술적 요법은 사실 압력을 그렇게 높여주지는 못한다”며 “20~30㎜Hg 정도 높아지는데, 이럴 바에 케겔운동으로 단련하는 게 더 낫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오스트리아 의사는 케겔운동을 ‘부부생활을 평생 유지하는 비결’로 꼽았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주부 이 모씨(27)는 요즘 케겔운동의 효과와 부작용을 동시에 겪었다. ‘아이를 낳으면 남편과의 부부관계가 전과는 달라질 것’이라는 주변의 짓궂은 소리에 겁을 먹고 임신 후 요가학원에서 배운 케겔운동을 출산 후 6개월 동안 꾸준히 실시했다. 케겔운동이 늘어날 지도 모를 질 근육을 수축시켜준다는 이야기가 먹혀들었는지 남편에게 ‘반응’이 왔다. 예전보다 성적 흥분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사정 속도가 빨라져 ‘조루’가 되지 않을 지 걱정되는 요즘이다.
설 원장은 “이 씨는 운동을 정확하게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질압이 많이 높아지니 그만큼 조이는 힘이 강해져 사정이 빨라질 수밖에 없는데, 감안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남성은 여성과 달리 케겔운동을 열심히 했다고 여성처럼 뚜렷한 성기능 강화는 기대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남성의 성기능 강화효과는 아직 구체적인 연구결과가 나온 게 없다. 남성이 케겔운동을 하면 골반과 음경 주변의 혈액순환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 결과 남성의 발기부전이나 조루증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까지는 가설 수준이다.
설 원장은 “사실 성기능 강화를 원하는 남성에게는 이 운동을 권하지 않는 편”이라며 “음경조직은 강화시킬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차라리 괄약근을 조이는 운동을 실시하는 게 치질을 예방하는 등 건강에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잘못하면 역효과 … 올바른 운동법 실천이 관건
골반저근만 정확하게 찾아 이완·수축하는 게 케겔운동의 핵심이다. 이 때 대퇴부, 엉덩이, 복부 근육 등은 사용하지 않는 게 포인트다. 이 부분이 모호하기 때문에 정작 제대로 방법을 익혀서 운동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신동길 부산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환자가 훈련을 통해 강화시켜야 할 근육이 어느 부위인지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소변을 보다가 중간에 멈추는 느낌으로 운동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소변을 갑자기 멈추기 위해 여성은 골반근육을, 남성은 요도괄약근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를 강화하는 게 케겔운동의 취지에 맞다.
잘못된 방법으로 운동하면 전혀 다른 부위의 근육만 발달할 수 있다. 신명강 센터장은 “일반적으로 케겔운동을 항문에 힘을 주었다 빼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하면 골반기저근은 자극이 되지 않고 엉덩이근육(대둔근)만 강화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운동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어느 부위’를 단련시켜야 하는지 딱 짚어내는 게 중요하다. 신 교수는 “여성은 손가락 두개를 질 안에 넣은 다음에 질을 수축시켜서 손가락이 조여지도록 해 본 뒤, 이때 조여지는 근육이 질 입구에서 3~4㎝ 안쪽 지점인 골반근육”이라며 “엉뚱하게 아랫배와 다리근육에 힘을 주면 손가락이 조여지는 게 아니라 밑으로 밀어내는 반응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잘못된 방법으로 훈련을 하면 복압만 더 올라가 요실금 등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남성은 케겔운동을 하면 요도괄약근이 강화된다. 항문 입구에서 2.5㎝ 위쪽에 위치한다. 신 교수는 “항문 안쪽으로 손가락을 넣었을 때 밤톨 같은 전립선이 만져지는 끝부분의 근육을 강화시키는 것”이라며 “아랫배에 완전히 힘을 빼고 물을 빨아올리듯이 항문에만 힘을 주었다가 풀어주는 방법으로 실시하면 된다”고 말했다.
케겔운동은 처음에는 누워서 하다가 차츰 익숙해지면 앉거나 서서 하는 게 좋다. 양쪽 다리를 벌린 채 운동해야 엉덩이나 다리근육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근육을 수축할 때에는 1~5까지 천천히 세고 나서 힘을 풀어준다. 이 때엔 숨을 참지 않는다. 이 때 엉덩이근육에 힘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한 번에 많은 횟수를 하는 것보다 꾸준히 자주 하는 게 효과적이다. 조였다가 풀어주기를 약 20번씩 하루 3회 정도 실시하면 6~12주가 지난 뒤부터 반응이 생긴다.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지만 처음 운동을 하는 사람은 TV를 시청하는 등 다른 일을 하면서 훈련하면 집중효과가 떨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초보자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편한 마음으로 운동해야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