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 이상 정상 크기지만 25%가 불만족, 음경확대술 후 40% 부작용 경험 … 수술 안전성 최우선
남성 생식기의 해부학적 모식도
대학생 이모 씨(22)는 중학교를 졸업한 후 친구들과 찜질방에 간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매번 피부가 예민해서 그렇다고 둘러댔지만 사실 이 씨에게는 말 못할 고민이 있다. 자신의 음경 크기가 다른 사람보다 너무 작게 보인다는 사실이다. 아직 연애경험이 없는 그는 미래의 여자친구나 배우자가 자신의 음경을 보고 실망하면 어쩌나 걱정이 태산이다. 그러나 이같은 고민을 털어놓을 상대가 없어 각종 인터넷 사이트만 뒤적거리고 있다. 이처럼 현대 남성 중에는 음경 크기로 ‘왜소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음경 왜소콤플렉스는 정상 크기의 음경을 갖고 있고 아무 문제가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음경이 작다고 판단해 고민에 빠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달리 성장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음경이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하거나 크기가 선천적으로 지나치게 작은 경우에는 음경왜소증이라고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무기여 잘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노인과 바다’ 등 주옥 같은 작품을 남긴 세계적인 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극심한 음경 왜소콤플렉스에 시달렸다는 점이다. 그가 왜 총 네 번에 달하는 결혼생활에 실패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이같은 콤플렉스는 심리적인 위축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점차 잠자리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게 되고 조루나 발기부전 등을 일으키게 된다. 그러나 콤플렉스를 가진 남성의 상당수는 음경 크기가 정상임에도 스스로 작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환철 서울대 서울시보라매병원 비뇨기과 교수팀이 1999년 156명의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음경 크기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39명(25%)이 자신의 음경 크기가 작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이들 중 실제 성기 크기가 평균보다 작은 사람은 평소 때 8명, 발기했을 때 13명에 불과했다. 즉 평소 음경크기를 기준으로 작다고 응답한 사람의 약 20%에 그쳤다.
국내 성인 남성의 평균 음경 크기(길이)는 발기 전 7.4㎝, 발기 후 11㎝다. 보통 발기 전 음경의 길이가 4㎝ 이하일 때 왜소증이라고 진단한다.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검지 끝에서 두 마디까지의 길이가 4㎝ 내외이기 때문에 손가락 길이만으로 왜소증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왜소콤플렉스의 원인이 대부분 스스로의 불만족으로 인한 것이라는 사실은 대학병원이 음경확대수술 등 남성수술을 권하지 않는 이유와 연관 있다. 대학병원 비뇨기과 S교수는 “음경확대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는 남성 중 대부분이 정상 크기의 성기를 갖고 있었다”며 “선천적인 장애나 함몰음경 등으로 삶의 질이 심각하게 저하되는 상황이 아닌 이상 위험 부담이 존재하는 남성수술을 권유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음경확대수술 등 남성수술을 받길 원하는 환자는 대부분 개인 비뇨기과를 찾아간다. 남성수술은 음경확대, 함몰음경 등 장애개선, 조루증 및 발기부전 치료 등을 통틀어 일컫는 것으로 비뇨기과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모으는 분야다. 특히 음경확대술은 사용되는 재료나 수술기법 등이 빠르게 다양화되고 발전하고 있다.
남성수술로 음경의 두께를 늘리는 원리
가장 많이 시술되는 음경확대수술은 허벅지 등 자신의 신체조직에서 자가진피를 채취하는 방법과 인조진피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나뉜다. 이들 시술은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지만 흉터가 남고 약간의 통증이 발생한다는 게 단점이다.
최근에는 주사기로 음경에 약물을 주입하는 필러시술이 크게 인기를 얻고 있다. 시술이 짧고 간편하며 일상생활에 바로 복귀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대신 진피이식 확대수술보다는 비용이 더 많이 들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모양이 변형되거나 염증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종종 발생한다.
문제는 음경확대를 시술하는 비뇨기과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병원마다 주력으로 내세우는 방법이 달라 환자에게 혼란을 준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남성수술이나 음경확대 등을 키워드로 입력하면 많은 양의 홍보성 글과 기사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음경확대술의 부작용은 간과한 채 짧은 시술 및 회복시간 등만 부각시켜 홍보하는 현실이다.
또 남성의 성기는 워낙 민감한 부위이기 때문에 시술법마다 부작용이 존재한다. 2002년 박남철 부산대병원 비뇨기과 교수가 300여명의 개원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약 70%가 음경확대술을 시술하고 있으며, 이 중 40%는 부작용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대한남성과학회지인 ‘건강한 성 행복한 삶’에서 “표준화된 매뉴얼이 없는 상태에서 개원의들이 주관적 기준으로 수술 여부를 판단하다 보니 부작용 등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음경확대술의 경우 환자마다 기대치가 다르기 때문에 의사 입장에서도 수술 결과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10년전 연구결과를 잣대로 현재의 음경확대술 등 남성수술이 무조건 위험하다고 얘기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그러나 민감한 부위인 만큼 남성수술을 쉽게 생각하면 안되며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는 등의 상황에서만 받아야 한다는 게 대학병원 교수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같은 문제점은 비뇨기과 개원의 사이에서도 골치거리다. 비뇨기과 L원장은 “학문적으로 정립되고 표준화된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병원마다 선호하는 시술이 다르고 환자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며 “일부 개원가는 환자 상태를 고려하기 보다는 재료비가 적게 들고 수술부담이 적은 방법만을 선호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부분의 확대수술은 부작용 위험이 항상 존재하며,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필러주입도 성의학저널(Journal of Sexual Medicine)을 통해 부작용 사례가 많다는 게 입증됐다”며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한 대단위 임상시험을 통해 수술에 대한 임상적·학문적 안전성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남성의 음경 크기가 5㎝ 이상만 되도 여성이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 때문에 크기에 집착하기보다는 배우자와 정신적 교감을 이루는 게 원만한 성생활을 유지하는 데 도움된다. 자기만족감으로 음경확대술을 받고 싶다면 객관적인 입장에서 시간적 여유를 갖고 수술병원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박상욱 제니스비뇨기과 원장은 “음경확대술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며 검증된 의료기관인지 수술법은 안전한지 효과가 얼마나 지속되는지 미리 확인해 보는 게 좋다”며 “부정확한 정보로 음경확대수술을 감행하면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성기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무조건 길이에 집착하기보다는 신체적 조화를 중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