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주걱턱은 유전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는 상식이 한국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김영호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치과교정과 교수는 100명의 턱교정수술을 받은 주걱턱 환자와 그 가족 3777명을 대상으로 2년여에 걸쳐 유전 성향을 조사한 결과, ‘우성유전과의 상관성이 상당히 낮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주걱턱 환자 가족 중 부모·조부모·형제·사촌 등 친가 및 외가 3대에 걸쳐 같은 증상을 가진 사람을 일대일 면담 및 사진으로 주걱턱 유무를 확인한 뒤 유전 성향을 분석한 결과 한국인의 주걱턱은 우성 유전(autosomal dominant)하지 않고 환경의 영향을 변수로 다양한 유전자들이 복합적으로 조금씩 관여해 발생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유럽이나 일본의 경우에는 우성유전이 높은 편이지만 한국인은 이들과 달리 유전성향이 매우 낮음을 처음으로 규명한 것이다.
그는 “주걱턱 환자 100명의 가족 총 3777명 중 199명에게만 주걱턱이 나타나 가계 내 유병률(주걱턱 환자를 가진 가계 내에서 실제로 주걱턱 환자가 발현된 비율, Affected Ratio)이 5.3%에 불과하다”며 “일본은 환자 105명의 가족 총 1480명 중 주걱턱 여부가 밝혀진 1262명 중에서 141명에게 주걱턱이 나타나 가계 내 유병률이 11.2%로 우리나라에 비해 2배 정도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걱턱의 여러 발현 이유 중 실제 유전성향을 보여주는 ‘유전력(주걱턱이 발현할 가능성에 대한 유전적인 기여의 정도, Heritability)’은 이번 조사결과 21.5%를 보였으나 일본은 84.3%를 보고해 우리나라보다 크게 높은 우성유전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 남녀간 차이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주걱턱은 한국·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18%에 달할 정도로 흔한 증상이지만, 서양인이나 다른 인종에서는 1.2% 미만으로 극히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주걱턱의 원인을 명확하게 밝히지 못했지만 많은 연구에서 환경적 원인과 유전적 원인이 결부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독일 합스부르크(Hapsburg) 왕가가 대표적이나 이런 일부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김 교수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경우 주걱턱의 여러 타입(subtype) 중 유전 성향이 강한 특성이 있는 타입에 해당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이번 연구 결과에서 한국인은 같은 아시아인이라 유사할 것이라 예상되는 일본인의 주걱턱 유전 성향에 비해 매우 낮은 유전력을 보여 일본인과도 유전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밝혀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김영호 교수는 “주걱턱 환자의 부모를 대상으로 상담하다 보면 ‘이 아이가 저를 닮아 주걱턱이에요’라고 하는 부모도 있지만 의외로 ‘우리 집에 아무도 주걱턱이 없는데 이 아이만 주걱턱’이라며 호소하는 부모도 적잖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볼 때 한국인 가족에게 주걱턱은 유전적 성향보다는 환경적 요인과 다양한 유전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여져 일반적으로 알려진 ‘주걱턱은 유전된다’는 믿음은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내용은 최근 치과교정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The Angle Orthodontist(교합치과교정학)’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