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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밀이 아줌마가 유방암 잡아낸다? … 국내 유방암 발병 서구화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3-09-26 15:07:37
  • 수정 2013-09-30 14: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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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경 후 유방암환자 2006년 대비 약 44% 증가 … 노령 첫출산·늦은 폐경·비만 원인

한국유방암학회가 진행하는 2013 핑크리본 캠페인 로고

폐경 후 유방암에 걸리는 50대 이상 환자들이 전체 유방암 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한국인 유방암 발병 형태가 서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유방암학회는 지난 2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유방암 예방의 달’(10월)을 맞아 ‘2013 한국 여성 유방암 백서’ 발간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체 유방암 환자 중 폐경 후 발병률이 51.3%로 젊은 여성의 유방암 발병률을 최초로 역전했다고 밝혔다. 환자의 평균 나이도 2000년 46세에서 2011년 50세로 4세 높아졌다.

우리나라 여성 유방암 발병률은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1996년 3801명에서 2010년 1만6398명으로 늘어나 15년 사이에 약 4배 증가했다. 조발생률(인구 10만 명당 발병 빈도)도 1996년 16.7명에서 2010년 67.2명으로 4배 이상 늘어났다.

폐경 후 여성 유방암 비율의 역전 현상은 이미 예견돼왔다. 최근 몇 년간 30~40대 젊은 유방암 환자의 발병률은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50대 폐경 이후 유방암 환자의 발병률은 계속 증가하며 전체적으로 발병 연령이 높아지는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2006~2010년 동안 연령별 유방암 환자 발생 비율을 보면 50대 환자 발생 비율은 25.7%에서 29.1%로 상승하고, 60대 환자 발생 비율도 13%에서 14%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40대 환자의 발생 비율은 40%에서 37%로 감소했고, 30대 환자 비율 역시 14.3%에서 12.7%로 줄었다.

학회 측은 이런 원인을 폐경 이후 유방암 환자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그동안 한국인 유방암은 폐경 후 여성 환자가 많은 서구와 달리 폐경 전인 40대 이하 젊은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한 게 특징이었다.
폐경 후 여성의 유방암 위험 요인으로는 늦은 첫 출산과 수유 경험 없음, 이른 초경 및 늦은 폐경, 비만, 음주 등을 꼽았다.

국내 유방암 환자의 생존율은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의 유방암 5년 생존율은 1996~2000년에는 83.2%였으나 2001년~2005년에는 88.5%로 5%가량 높아졌다. 2006~2010년에는 91.0%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며 높은 생존율을 기록했다. 이는 선진국보다 높거나 유사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유방암 치료 방법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심리적 고통을 동반한 유방전(全)절제술보다 환자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유방보존술 및 유방재건술의 비율이 증가해 유방보존술은 2000년 대비 2011년에 2배, 유방재건수술은 8배나 늘었다. 유방재건술의 경우 자가지방이식이나 보형물 삽입 두 가지가 주로 쓰인다.

송병주 유방암학회 이사장은 “한국인 유방암 발생 양상이 현대 여성의 달라진 생활패턴으로 서구화되고 있다”며 “검진 활성화와 의학기술 발달로 조기발견율과 생존율도 크게 늘었고 수술방법 역시 환자 삶의 질을 높이는 유방보존술과 유방재건술 비율이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최근엔 건강검진을 받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유방암 초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여성지 등에 소개되는 자가검진법도 한몫 했다. 유방에 이상이 느껴질 때 병원을 찾아 조기 발견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미국암학회도 규격화된 유방 자가검진(breast self-exam)보다 유방에 대한 자가인식(self-awarenesss)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자신의 가슴건강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수시로 체크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학회에서는 연령별 조기검진 권고안을 제시한다. 30세 이후에는 매월 자가검진 후 이상이 있을 경우 병원을 찾고, 35세 이후에는 2년 간격으로 의사에게 임상검진을, 40세 이후에는 1~2년 간격으로 임상진찰과 유방촬영을 할 것을 권한다.

자가검진이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목욕탕 때밀이 아줌마의 유방암 자가검진(?) 덕분에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윤정한 한국유방암학회장은 “임상에서 때밀이 말을 듣고 검진을 받으러 오는 환자가 의외로 많다”며 “때밀이 아줌마의 경력이 오래된 경우, 여성의 신체를 마사지하면서 얻은 가슴자가검진 노하우가 있는 것 같다”며 “자가검진 권고 사항에서 비누칠을 한 상태로 가슴을 만져 용종을 확인하라고 되어 있는 만큼, 목욕탕에서 발견될 수 있는 가능성은 분명 있다”고 설명했다.
 
유방암 예방에는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도 도움이 된다. 김성원 한국유방암학회 홍보이사는 “요즘엔 비만이 유방암 발병을 높이는 인자로 지목되고 있다”며 “적절한 체중감량을 위해 운동도 필요하지만 균형 잡힌 식사가 더 우선시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잦은 음주를 줄이고, 흡연을 피하며,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등 여느 건강관리법과 같은 방식을 따르면 된다.

유방암 자가검진법

- 자가검진은 매달 가슴이 가장 부드러워지는 생리가 끝난 뒤 3~5일째가 적당하다.
- 폐경이 됐거나 난소절제술을 받은 경우엔 매달 일정한 날을 정해 검사한다. 상의를 탈의한 뒤 거울을 보며 육안으로 다음과 같은 부분을 체크한다. 

1. 유방의 비대칭 확인: 한쪽 유방의 크기가 평소보다 커지거나 늘어졌다.
2. 유방 및 유두 피부 변화 및 함몰: 유방 피부가 귤껍질처럼 변하고 평소와 달리 유두가 들어가 있다.
3. 만져지는 멍울: 비정상적인 덩어리가 만져지거나 쇄골아래, 겨드랑이 부위의 림프절이 커져 있다.
4. 유두 분비물 변화: 유두에서 비정상적인 분비물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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