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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인 ‘초고도 비만녀’ 받았던 ‘위밴드수술’의 실제 위험과 맹점은?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3-09-25 15:02:11
  • 수정 2021-11-22 20: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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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인 ‘영양실조’로 밝혀져 … 위험성은 낮은 편, 환자 식이조절 실패하면 감량 효과 ‘미약’

tvN 화성인 X파일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초고도 비만녀의 방송 모습 캡처.

한 케이블방송에서 ‘초고도 비만녀’로 소개된 뒤 76kg를 감량한 2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여성은 급격한 다이어트에 의한 영양실조로 사망한 것으로 25일 경찰은 밝혔다.

이 여성은 2011년 가을 서울 강남의 비만전문클리닉에서 위밴드수술을 받았으며, 지난해 겨울 tvN ‘화성인 X파일’에 출연해 수술 전 몸무게 138㎏의 초고도 비만 때문에 2년 동안 약 2000만원을 들여 체중감량에 좋다는 온갖 주사와 약물을 쉬지 않고 투여한 등 고생담을 소개한 바 있다. 올해 5월에는 같은 프로그램에서 위밴드수술을 받고 다이어트에 매진하는 모습을 방영한 바 있다.

강남의 비만클리닉 관계자는 “환자 사망 후 주변을 탐문해보니 다이어트 성공을 위한 강박감으로 의사에게는 밝히지 않은 채 먹고 토하고를 반복했다”며 “식욕이 워낙 왕성해 단 음료나 아이스크림을 꽤 많이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용진 순천향대병원 외과 교수는 “위밴드수술의 목적은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천천히 식사하는 습관을 유도하는 것”이라며 “수술받았더라도 음식에 대한 욕구 자체를 없애지 못하고, 먹고 토하는 습관을 지속한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고도비만 환자가 위밴드수술을 받으면 인체가 밴드에 익숙해지는 초기 한달 간은 체중이 저절로 15~30㎏ 빠지게 된다”며 “이 때 욕심이 과도하면 지나치게 음식 섭취량이 줄어 영양실조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위밴드수술 후 첫 1년까지는 하루 식사를 800㎉ 이하로 섭취해야 하며, 이후엔 1000~1200㎉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또 음식을 꼭꼭 씹어 먹지 않으면 일부 음식이 밴드에 걸려 명치 부위에 걸리고 구토를 유발할 수 있다. 식사할 때 물을 함께 마시는 것도 피하는 게 좋다.

이상권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비만외과 교수는 “위밴드수술은 체중을 급격하게 빼주는 수술은 아니다”며 “식습관 개선을 유도해 장기적으로 건강한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술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년에서 1년 반 사이에 자신의 초과체중에서 50~80%정도 감량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위밴드수술이 위장관 변형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며 “위우회로수술, 위절제수술에 비해 절식하려는 환자의 노력이 더욱 필요한 수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위밴드수술 후 비만개선에 실패한 사람들이 위우회술 및 위절제술을 받으러 찾아오는 환자가 상당수”라며 “위밴드수술은 부작용이 경미한 대신 체중감량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개인적으로는 환자에게 권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위밴드수술 후 지나친 다이어트도 오히려 건강에 독이 될 수 있다. 이상권 교수는 “체중을 지나치게 급격히 감량해도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며 “대표적으로 탈수증과 ‘담석증(cholelithiasis)’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사망한 초고도비만녀 A씨는 생일을 맞아 친구들과 대구 달서구 호림동 모텔에서 파티를 가진 뒤 모텔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이를 남자친구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남자친구는 경찰조사에서 “화장실에서 구토하던 여자친구가 오랜 시간 나오지 않아 데리러 들어가 보니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위밴드수술 자체의 위험성으로 급사했다는 추측이 나왔다. 하지만 위밴드수술은 급사와 연관 짓기 힘들다는 게 대다수 전문의들의 견해다. 이상권 교수는 “위밴드수술의 부작용으로는 밴드이탈, 위벽손상 정도에 불과하고 급사를 일으킬 정도로 큰 문제는 거의 생기지 않는다”며 “이 수술을 받은 뒤 몸에 이상이 나타날 경우 급사는 드물며, 컨디션이 점점 나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초고도비만 환자는 심혈관질환, 당뇨병 등 만성 합병증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적잖다”며 “위밴드수술 등 비만 외과적 수술을 받으면 몸무게가 빠지면서 오히려 앓고 있던 만성질환이 개선돼 돌연사·급사할 확률이 줄어든다”고 말했다.다만 “이미 심장이 비대해졌거나 관상동맥이 심하게 상한 경우엔 고도비만의 합병증인 만성질환이 호전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위밴드수술(Laparoscopic adjustable gastric banding)은 이미 30년이 넘게 고도비만을 해결하기 위한 치료법으로 시행돼 왔으며 효과가 입증됐다.

 
위우회술 및 위절제술과 달리 위밴드수술은 밴드 직경을 몸밖에서 조였다 풀었다 하는 것이 가능해 스스로 식이제한을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수술적 치료법이다. 1시간 이내에 수술이 끝나며, 하루 정도 지나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수술이 간편해 출혈이 적고, 합병증의 위험도 거의 없다. 언제든지 제거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 수술은 식도 아래쪽, 위의 최상부를 실리콘 튜브 형태의 밴드로 묶어 위로 들어가는 음식량을 줄여 영양분 흡수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 수술을 받으면 또하나의 작은 위(15~20㏄)가 만들어져 적은 식사량에도 빨리 포만감을 느끼고 배부른 기분이 오래 지속된다. 보통 사람의 위 전체 용적은 약 1500㏄이다.

고도비만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과 달리 식이요법과 운동만으로 완벽한 비만해소를 기대할 수 없다.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 35 이상인 고도비만 환자는 수술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라는 결론이 나온 것도 20년이나 됐다. 이에 따라 단순한 지방흡입만으로는 체중감량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환자들에게는 위밴드수술, 위우회술, 위절제술 등이 추천돼왔다. 이들 수술적 치료는 체중감량과 더불어 고혈압, 당뇨병, 관절염, 고지혈증, 지방간, 수면무호흡증, 불임 등 다양한 비만관련 합병증까지 개선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다른 방법으로 일시적인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이 2년 이내에 다시 체중이 증가하는 현상을 나타냈다는 통계도 있다.

위밴드수술이 공식 인정된 것은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003년에 위밴드에 대해 첫 시판허가를 내렸다. 그동안 홍보가 부족해 별로 확산되지 못했고 일각에서는 ‘위험한 수술’로 단정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실상은 위험성이 높다기보다는 오히려 유효성이 미흡할 수 있다는 게 문제점으로 부각됐다. 특히 환자가 꾸준한 다이어트 실천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체중감량 효과가 미약하다는 게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아시아ㆍ태평양지역을 기준으로 위밴드수술을 포함한 고도비만 수술치료 대상자로 △체질량지수 35 이상이거나 30∼35사이의 비만 관련 질환을 동반한 경우 △수술 이외의 방법으로 비만치료에 실패한 경험이 있고 쿠싱증후군, 갑상선기능저하증 등 비만을 유발하는 내분비질환이 없는 경우 △체중 감량 의지와 수술 이외 보존적인 치료를 시도했던 경험이 있어야 하고 △18∼60세로서 심각한 정신과적 병력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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