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희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내과 교수
암은 정상 세포의 일부가 돌연 이상분열을 일으켜 과다 증식하는 질환이다. 체내에 암이 생기면 건강할 때에는 거의 없는 특정 단백질이나 효소, 호르몬 등이 증가해 암 존재 여부를 파악하는 단서가 된다. 이런 특수한 물질을 종양표지자라고 한다.
대부분의 종양표지자는 단백질이지만, 최근 들어 유전자 발현 패턴이나 유전자 자체도 표지자로 이용되기 시작하고 있다. 종양표지자는 주로 혈액이나 암 조직에서 측정하지만 조직액, 소변, 암에 감염되지 않은 주변조직 등 여러 부위에서 검출할 수 있다.
지금까지 분류되고 임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종양 표지자는 20개 이상으로 꽤 많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내과 이소희 교수의 도움말로 암 정밀검진 등에서 활용되는 대표적인 15가지 종양표지자의 임상적 의미와 장단점 등을 살펴본다. 많은 종양표지자가 존재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전립선특이항원(PSA)와 알파태아단백(AFP)를 제외하고는 건강검진(선별검사)로 권장되지 않는다.
1. 알파태아단백(alpha-fetoprotein, AFP)
AFP는 난황낭과 태아의 간에서 만들어지며 출생 후 급격히 줄어들어 생후 6~12개월이면 성인에서 거의 측정되지 않는다. 혈청 AFP 농도가 현저히 증가한다면 간세포암, 생식기종양, 난소나 고환의 배아세포종양, 위장관암, 담관세포종, 간전이 암 등을 의심해볼 수 있다. 간경변증, 급성 및 만성 간염, 선천성 담도폐쇄증 등의 질환에서도 AFP 농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상인 혈중 AFP 농도는 20ng(나노그램)/㎖ 이하다. 평상시에 간 관련 질환을 앓고 있지 않았던 사람에서 AFP 농도가 400ng/㎖을 넘어서면 간암을 의심할 수 있고 간암의 고위험군(급성 및 만성 간염(hepatitis), 간경변증)에서는 AFP가 200ng/㎖ 이상이면 간암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소간세포암종의 약 40%, 간세포암종의 약 25%에서 AFP 수치가 정상이고 암 외에 간염의 악화, 간세포의 재생 등에 의해 AFP 수치가 상승하므로 단독 검사로는 간암의 조기발견 효용성이 낮다. 고위험군에서 복부초음파와 AFP검사를 병행하면 암 진단의 민감도를 93%까지 높일 수 있다.
AFP는 암 진단 외에도 치료 경과를 살피는 데에도 이용된다. 수술 등을 통해 암이 완전히 제거되면 AFP 농도는 정상 범주로 떨어지며, 재발 시 AFP 농도는 다시 증가한다.
2. 전립선특이항원(prostate specific antigen, PSA)
혈액검사로 PSA 농도를 측정하면 전립선암을 진단할 때 유용하다. PSA는 전립선 세포에서 만들어지는 당단백질로 전립선 조직에 밀집돼 있기 때문에 혈청에서는 매우 낮은 수치를 보인다. 염증이나 암 등에 의해 전립선의 정상적인 구조가 파괴되면 혈중 PSA 농도가 상승한다.
PSA 정상 상한치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지만 보통 3~4ng/㎖미만으로 생각하며 PSA 수치가 증가할수록 전립선암의 위험도는 증가한다. PSA 수치를 전립선암 검진에 활용하는 것을 반대하는 견해를 가진 의사도 상당수지만 있으나 미국과 유럽의 비뇨기과학회와 암학회에서는 40세부터 PSA와 직장수지검사로 전립선암 검진을 시작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최근에는 연령이 증가할수록 PSA 수치는 증가하므로 PSA 수치 자체보다 상승 속도가 암 진단에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PSA 수치가 지속적으로 높거나 상승 속도가 빠른 경우 전립선암의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에는 확진을 위해 전립선 조직검사가 필수적이다.
PSA는 전립선암의 진단 뿐 아니라 전립선암이 판정된 환자에게 있어 치료 효과를 평가하는 유용한 인자이다.
그러나 PSA는 암 이외에도 급성전립선염, 양성전립선비대증, 성관계 등에 의해서도 증가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3. 암태아성항원(calcinoembryonic antigen, CEA)
CEA는 세포접착(cell adhesion)에 이용되는 당단백질(glycoprotein)의 한 종류다. CEA는 태아의 발생 단계에서 생성되지만 출생 전에 생산이 멈춘다.
건강한 성인의 혈액에서 CEA는 검출되지 않으나, 흡연을 많이 하는 사람들의 경우 혈중 CEA가 존재하기도 한다. 하지만 흡연자든 비흡연자든 혈중 CEA는 5ng/㎖를 초과하지 않기 때문에, 이 농도를 넘어선다면 암이 존재할 확률이 높다.
대장암, 유방암, 폐암에서 주로 증가되지만 림프종, 흑색종(melanoma), 간·위·신장·난소 등 다른 부위의 암, 간염, 만성폐쇄성폐질환(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COPD), 류마티스성 관절염 등을 앓고 있거나 흡연자인 경우에 상승된 농도를 보일 수 있다.
이렇게 비특이적인 상관관계를 이루기 때문에 암의 선별검사로서의 이용은 제한적이고 이미 암으로 진단된 환자에서 수술이나 항암치료 후 암 재발을 확인하는 용도의 표지자로 사용된다. 또 대장암의 병기 및 예후와 관련성이 있어 처음 진단 당시 CEA가 높은 경우 병이 많이 진행된 상태여서 예후가 좋지 않음을 시사한다.
4. CA19-9
CA19-9는 당지질 분자인데, 변형된 형태의 루이스(Lewis) 항원이다. 혈액을 채취해 시행하는 CA19-9 검사는 결장암(colorectal cancer)을 진단하기 위해 처음 개발되었지만 현재는 췌장암 환자들에게 주로 적용한다.
대개 정상인의 CA19-9 농도는 37U(units)/㎖보다 낮게 유지되며 암이 진행된 환자에서 높은 농도를 보인다. CA19-9은 췌장암(pancreatic cancer)에서 가장 많이 측정되나 담낭암(gallbladder cancer), 담도암(bile duct cancer), 위암(gastric cancer), 간암 등 여러 위장관 관련 종양에서 모두 증가된다. 또 갑상선(thyroid) 질환, 류마티스성 관절염(rheumatoid arthritis), 염증성 장질환(inflammatory bowel disease, IBD) 등 암이 아닌 질환에서도 증가될 수 있다.
보고에 의하면 실제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 중에 CA19-9 수치가 증가된 사람들 중 대부분은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거나 갑상선염, 난소낭종 등 가벼운 질환을 가진 경우였고 아무런 이유없이 일시적으로 이상을 나타내는 경우도 상당수였다. 미국임상종양학회(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에서는 CA19-9가 이렇게 위양성(false positive), 위음성(false negative)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암의 진단에 사용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따라서 CA19-9 검사는 암의 진단보다는 치료경과를 평가할 때 주로 사용된다.
5. CA-125
CA-125 검사는 난소암 진단에 가장 널리 이용되는 검사이다. CA-125도 당단백질로 분류되는 뮤신(mucin) 구조의 항원으로, 혈중 농도를 측정해 종양을 진단한다. 종양이 없을 경우 CA-125의 혈액 내 농도는 35U(units)/㎖이하다. 진행된 난소암 환자의 90% 이상에서 CA-125가 상승되지만 초기 암에서는 정상인 경우가 많고 다른 원인으로도 쉽게 농도가 증가할 수 있다.
정상인의 1~2%에서도 CA-125가 상승할 수 있고 월경시, 임신중에도 상승한다. 난소암 이외에 자궁경부암, 간암, 췌장암, 폐암, 대장암, 위암, 담낭암, 자궁암, 자궁내막암 등에서도 상승할 수 있다. 암이 아닌 자궁내막증, 간염, 간경변, 난소난종, 골반염과 같은 양성질환에서도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CA-125 검사만으로는 환자가 난소암을 가졌다고 확신할 수 없다. 특히 난소암 발병은 비교적 희귀하기 때문에 CA-125 농도가 높게 나왔을 때 난소암이 아닌 다른 이유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CA-125는 난소암 환자의 재발 감시와 치료경과 관찰에는 유용한 인자이다.
6. 칼시토닌(calcitonin)
칼시토닌은 갑상선의 부여포성 세포(parafollicular cells)에서 분비되며 혈중 칼슘 이온(Ca2+) 농도를 감소시키는 호르몬이다. 부갑상선에서 분비되는 부갑상선호르몬(parathormone)과 함께 길항 작용을 하여 혈중 칼슘 농도를 조절한다.
칼시토닌의 정상 농도는 5~12pg(피코그램)/㎖의 미량이다. 갑상선, 특히 부여포성 세포에 이상이 생길 경우 이 양은 급격하게 증가하게 된다.
갑상선수질암(medullary thyroid carcinoma, MTC)이라는 희귀한 암은 칼시토닌이 생산되는 부여포성 세포에서 시작하는데, 칼시토닌 농도를 100pg/㎖까지도 올릴 수 있다.
칼시토닌 농도는 혈액 검사로 측정하며, MTC를 조기 검진할 수 있기 때문에 유용하게 쓰인다. 사실 폐암이나 림프종(leukemia)도 칼시토닌 농도를 증가시킬 수 있으나, 이 검사를 통해서 이들 질환을 진단하지는 않는다.
7. 티로글로불린(thyroglobulin)
티로글로불린은 갑상선에서 생성되는 단백질로 티록신(thyroxine) 등 갑상선호르몬을 생산하는 데 쓰인다. 정상 농도 범위는 성별과 나이에 따라 달라지며, 갑상선 관련 질환과 갑상선암이 있는 경우 티로글로불린 농도는 상승한다.
티로글로불린 표지자 검사는 종양 부위 조직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어떤 사람들은 면역계에서 티로글로불린에 대한 항체를 생산하기 때문에 티로글로불린 항체가 검진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은 검사시 혈중 항체 농도도 함께 측정해야 한다. 티로글로불린 검사는 갑상선암 치료를 모니터링하는 데 자주 이용된다.
8. CA15-3/CA27-29
CA15-3과 CA27.29는 유방암과 연관된 유전자에서 발현하는 단백질 항원으로 혈액을 통해 측정할 수 있다. 비록 다른 이름을 가졌지만 CA 27-29검사는 CA15-3과 같은 단백을 측정하므로 두 검사를 다 할 필요는 없다. 최근에는 CA27-29가 유방암 표지자로 CA 15-3보다 예민도가 높다고 알려졌다. 정상인의 경우 CA15-3는 약 30U(units)/㎖이하를, CA27-29는 약 40U(units)/㎖이하를 유지하며 유방암을 비록하여 대장암, 폐암, 난소암, 자궁암, 췌장암, 간암 등 다양한 종류의 선암에서 증가한다.
그러나 초기암에서는 소수의 환자에서만 농도 증가를 보이고, 암이 진행되어야 70% 정도의 환자에서 농도가 증가되므로 암 선별검사로 사용하기는 어렵고, 전이성 유방암의 치료평가와 경과를 감시하고 재발 및 원격전이 여부를 파악하는데 유용하다.
9. 베타-2-마이크로글로불린(beta-2-microglobulin, B2M)
B2M 단백질은 사실 정상적인 유핵세포의 표면에도 존재하는 단백질이지만 종양세포가 이 단백질을 표면에서 떨어뜨려 조직내 농도가 증가하게 된다. 정상 B2M 농도는 2.5㎎/ℓ 이하이며, 혈액, 소변, 뇌척수액 등에서 검사할 수 있다. 그러나 비특이적인 종양표지자로 위암 등 소화기암과 다른 고형암, 다발성골수종(multiple myeloma),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hronic lymphocytic leukemia, CLL), 비호지킨림프종(lymphoma) 등 여러 종양에서 증가한다. 또한 신장질환이나 간염을 가진 환자의 경우에도 B2M 농도가 정상인보다 높을 수 있다.
B2M은 종양의 진단뿐 아니라 치료반응 평가와 예후를 판정하는 데에도 사용된다.
10. 베타-인간 융모막 성생식선 자극호르몬(beta-human chorionic gonadotropin, beta-hCG)
HCG로 알려진 베타-인간융모막성생식선자극호르몬은 정상적인 임신 과정 중 태반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은 황체의 퇴화를 억제해 계속 성호르몬을 생산하고 임신을 유지하도록 한다. 소변이나 혈액을 통해 간단히 검출할 수 있어 임신 진단에도 흔히 이용되는 호르몬이다. hCG 수치가 일정 수치 이상 높으면 임신 상태임을 의미한다.
하지만 임신 10주 이내의 경우가 아니라면 hCG의 증가는 융모막암(choriocarcinoma), 고환암(testicular cancer) 등 생식세포 종양을 의심할 수 있다. 소화기 계통의 암, 유방암, 난소암의 경우에도 hCG 농도가 약간 증가하지만 증가폭이 좁은 편이다.
11. HER2/neu(human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2)
세포막 수용체를 이루는 HER2/neu 단백질은 HER2, Neu, CD340 등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 단백질은 생장인자를 인식하는 수용체를 구성하기 때문에 과발현된다면 지나친 성장에 이어 암을 유발하게 된다.
유방암 환자의 20%에서 HER2/neu 단백질은 암 표피세포에 과량 존재한다. 중기 및 말기 위암에서도 이 단백질은 암의 표지자가 된다. HER2/neu-양성인 종양은 다른 종양보다 더 빨리 자라고 전이하는 경향성을 보인다고 밝혀져 있다.
HER2/neu의 양은 혈액 검사가 아니라 종양 조직검사를 통해서 측정한다. 1998년 이 수용체에 특이하게 작용하는 모노클론항체 항암제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트주맙, trastuzumab)이 개발돼 효과적인 치료를 가능케 하고 있다.
12. 표피성장인자 수용체(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EGFR)
EGFR는 표피성장인자(epidermal growth factor, EGF)를 세포 표면에서 인식해 세포 성장과 분열을 촉진시키는 수용체이다. EGF와 EGFR의 발견은 198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할 정도로 세포 주기와 분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인정받아왔다. 암은 제어되지 않은 분열에 의해 생기는 만큼 암 조직의 세포 표면에는 EGFR 수가 비정상적으로 많은 경우가 흔하다. 높은 EGFR 밀도를 가진 환자들에게는 더 강력한 약물과 치료가 요구된다. 이 수용체는 폐, 결장(colon), 췌장, 유방암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수용체는 다른 표지자들처럼 농도 검사로 암 진단이나 경과 분석에 이용되지는 않으나, EGFR 관련 유전자 검사나 수용체 밀도 검사로 특정 약물의 치료반응과 예후를 예측할 수 있다.
최근 EGFR를 생산하는 유전자의 변이가 있는 폐암 환자에서 EGFR 표적 치료제인 제프티닙(geftinib)이나 엘로티닙(erlotinib)으로 치료 시 유전자 변이가 없는 환자에 비해 생존기간이 2-3배 연장됨을 확인하여 암 치료에 획기적인 발전이 시작되었다. 특히 EGFR 유전자 변이는 아시아 비흡연 여성에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3. 5-HIAA (5-히드록시인돌초산, hydroxyindoleacetic acid)
5-히드록시인돌초산은 세로토닌(serotonin)대사로 인해 생성되는 산으로 유암종 환자의 소변에서 상승하는 물질이다. 24시간 소변 5-HIAA는 유암종의 중요한 표지자로 특이도가 88%로 높아 암의 진단뿐 아니라 치료에 대한 반응 정도를 평가하는 데도 유용한 검사이다. 24시간 채집한 소변에서 5-HIAA의 정상치는 1~5mg이다. 그러나 소변 채집 도중 바나나, 파인애플, 키위, 건포도, 토마토, 땅콩 등을 섭취할 경우 5-HIAA가 상승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유암종은 위장관이나 폐의 점막에서 서서히 자라는 신경내분비 종양의 일종이다. 유암종의 70%가 위장관에서 발견된다. 위장관은 소화기능을 담당하는 위, 소장, 대장을 모두 포함하며, 소화기관 유암종은 위장관의 소화효소와 위장관 운동을 조절하는 호르몬의 생성을 담당하는 소화기관의 특정 세포로부터 기원한다.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가 예후가 나쁜 일반적인 췌장암과는 달리 악성도가 비교적 낮은 췌장의 신경내분비암으로 진단 받아 유명해졌다.
14. HE-4(human epididymis protein 4)
HE-4는WFDC2라는 이름의 유전자에서 생산되는 단백질로 난소암 환자에서 과발현되어 혈액과 소변내에 높은 농도로 발견된다. 하지만 이 표지자는 난소암 외에도 폐, 자궁내막, 유방암 등에서도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난소암만의 진단에 이용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CA-125와 마찬가지로 암의 진행 및 재발을 모니터링할 때 사용될 수 있다.
15. 면역글로불린(immunoglobulins)
면역글로불린은 면역세포가 침입자와 싸우기 위해 만드는 혈중 단백질로 고전적인 종양표지자는 아니다. 면역글로불린은 IgA, IgG, IgD, IgM 등이 존재하며 단백질의 종류별 양과 비율을 측정함으로써 종양을 판정할 수 있다.
단클론 면역글로불린(여러 종류의 면역글로불린 중 하나의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증가)은 다발성 골수종(multiple myeloma)의 표지자로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다. 혈청과 소변에서 확인하며, 진단시 단클론 면역글로불린의 농도는 질병의 예후와 관련이 있고 치료반응, 재발을 확인하는 데에 이용된다. 그러나 면역글로불린 농도만으로 종양이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으며, 골수암의 경우 반드시 골수 조직검사로 확진해야 한다.
종양표지자 활용의 한계와 발전 전망
종양표지자는 암의 조기검진, 종양의 확진, 예후 판단, 치료 방법 결정, 치료경과 평가, 암 재발 감시에까지 이용되는 유용한 검사 수단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종양표지자 검사에는 많은 한계점이 존재한다.
우선 대부분의 종양표지자들은 암세포에서만 생성되는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종양이 없는데도 주변의 여러 조건에 의해 종양표지자 농도가 증가할 수도 있다. 또 사람마다 종양의 발생 및 진행 과정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종양이 있는데도 종양표지자의 농도가 높지 않은 환자들은 이러한 표지자만으로 암을 적시에 진단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암 종류별로 딱 맞아떨어지는 고유의 종양표지자가 존재하지는 않는다.
이런 까닭에 현재까지도 종양표지자는 단독으로 암을 진단할 수 있는 검사는 아니며 다른 영상검사와 더불어 참고자료로 이용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미 진단받은 암의 치료 후 진행 상태를 평가하거나 암 재발을 감시하는데 가장 유용하게 활용된다.
종양표지자의 분야는 아직도 활짝 열려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표지자 검사는 대부분 개별적인 단백질 농도를 모니터링하는 형식이었으나, 의학기술의 발달로 더 확장된 개념의 임상검사가 등장할 전망이다.
우선 유전자검사를 통해 암의 진단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암이 발생하는 원인은 자외선, 유독물질 등으로 인한 DNA 결함의 축적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DNA 돌연변이를 추적함으로써 암 발생을 조기에, 정확하게 진단하게 될 것이다.
프로테오믹스(proteomics)라는 새로운 분야가 종양표지자의 지평선을 넓히고 있다. 프로테오믹스란 개별적인 단백질의 농도를 하나하나 따로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혈액 내에 존재하는 모든 단백질의 존재 패턴을 분석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멀지 않은 미래에 더 효율적이고 정확한 암 진단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