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환자에게 병 상태를 정확히 알리면 ‘죽음의 질(Good Death Inventory)’을 높이고 치료계획에 대한 의사결정(decision making)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안은미·신동욱 서울대병원 암건강증진센터 교수와 국립암센터 연구팀은 2009년에 전국 34개 보건복지부 지정 완화의료기관을 이용했던 말기암환자 345명을 조사한 결과 109명(31.6%)은 입원 당시 자신의 병 상태를 잘 모르고 있었다고 25일 발표했다.
또 연구팀이 18개 질문으로 구성된 설문지를 이용해 말기암환자 사망 후 사별가족을 대상으로 사망 환자의 죽음의 질 점수(전혀 그렇지 않다:1점, 매우 그렇다:7점)를 조사한 결과 자신의 병 상태를 정확히 아는 환자군의 죽음의 질 평균 점수는 5.04점으로, 잘 모르는 환자군의 4.8점보다 높았다.
자신의 병 상태를 정확히 아는 환자군과 잘 모르는 환자군의 각 항목에 대한 점수는 ‘미래에 대한 통제감(control over the future)’에서 5.18점 대 4.04점, ‘희망이나 즐거움을 가지고 지내는 것(maintaining hope and pleasure)’ 4.55점 대 3.92점, ‘병이나 죽음을 의식하지 않고 지내는 것(unawareness of death)’에서 4.41점 vs 4.26점 등으로 아는 환자군이 다소 높게 나타났다.
말기암에 대한 치료계획을 세울 때 환자와 가족간 이견이 있는 비율은 병 상태를 정확히 아는 환자군에서 25.1%, 잘 모르는 환자군에서 31.5%로 나타났다. 또 가족간 이견이 있을 때 환자의 의견을 따르는 비율은 상태를 정확히 아는 환자군에서 48.9%, 잘 모르는 환자군에서 24.1%였다.
동양의 유교문화권에서는 아직도 말기암환자에게 병 상태를 숨기고 가족이 치료계획에 대한 의사결정을 대신하려는 경향이 남아 있다.
신동욱 교수는 “말기 암환자가 자신의 병 상태를 알고 있는 경우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가족과 화합하는 데 도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환자가 여유롭게 인생을 마무리하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시기에 병 상태를 알리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저명 국외학술지 ‘정신종양학(Psycho-Onc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