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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심군 잔혹살인 사건, 소시오패스냐 사이코패스냐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3-07-11 19:13:07
  • 수정 2021-11-03 00: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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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이코패스, 교화 어렵고 타고 나 vs 소시오패스, 훈육으로 개선돼 사회분위기 중요

살해 후 시신을 잔인하게 훼손해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용인 살인사건’의 피의자 심 모군(19)이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성장애)’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심 군은 지난 8일 오후 9시경 지인 김 모양(17)을 모텔로 불러내 성폭행하려다 실패해 살해한 뒤 공업용 커터로 16시간 동안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한 혐의로 10일 긴급 체포됐다. 심 군은 범행 도중 친구 최 모군에게 시신을 훼손하면서 ‘작업 중이다’, ‘지금 피 뽑고 있다’ 등 끔찍한 문자메시지와 훼손된 시신 사진을 보냈으며, 사건 발행 1시간 후 자신의 SNS에 ‘죄책감을 못 느낀다’는 등 살인 소감을 밝혀 충격을 더했다. 또 ‘마지막 순간까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본 당신 용기 높게 삽니다. 고맙네요 그 눈빛이 두렵지가 않다는 걸 확실하게 해줘서’라며 고인을 조롱하는 듯한 글까지 남겼다.

살인 피의자 심 모군이 자신의 살인 후 심경을 SNS에 올린 글로 온라인 커뮤니티가 들끓고 있다.

심 군이 사이코패스가 아니냐며 ‘제2의 오원춘 사건’과 비슷한 사건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11일 라디오 CBS FM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 사건을 오원춘 사건(조선족 동포가 수원에서 20대 여성 살해 후 시신 훼손)과 동일시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교수는 “용인 살인사건 피의자는 사이코패스보다는 ‘소시오패스’라는 생각이 든다”며 “사이코패스가 심리학적 정신질환이라면 소시오패스는 사회학적 정신장애나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심 군은 여태까지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 유영철·강호순 등과 달리 사회생활이 거의 없었고, 후회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SNS에 회한(悔恨)이 담긴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는 점, 전과없는 초범과 미성년자라는 점에서 오원춘 사건과 비슷하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심 군은 정신질환 판정을 받은 적도 없고, 범죄경력도 전무한데다, 페이스북을 통해 지인들과 교류해왔다. 

소시오패스-사이코패스, 사실상 같은 맥락의 ‘반사회적 인격장애’

이 교수의 설명에 포털사이트에서는 연일 ‘소시오패스(sociopath)’가 실시간 인기검색어에 오르는 등 주목받고 있다. 소시오패스란, 사회를 뜻하는 ‘소시오(socio)’와 병리 상태를 의미하는 ‘패시(pathy)’의 합성어로 반(反)사회적 인격장애의 일종이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는 그 경계가 모호하다”며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모두 반사회적 인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 ASPD)의 범주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성 장애)는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공감 능력이 결여된 정서 마비 상태를 뜻한다.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사회성 장애)는 문제의 행위가 범행임을 알고 자행한 후 자신의 열악한 처지를 ‘사회 탓’으로 돌리는 게 특징이다.

‘타고난 사이코패스’와 ‘길러지는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는 ‘유전’의 영향을, 소시오패스는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사이코패스는 타고 나며 소시오패스는 길러진다고 보면 쉽다. 하지만 이들 ASPD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의 결합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정도로 보고 있을 뿐이다. 의학적으로는 아직 이들을 ‘치료’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

흔히 사이코패스가 공포심을 느끼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는 유전적인 면에서 결정된다. 공포반응 핵심 영역인 편도체 기능의 이상 때문이다.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 정신의학과 연구진은 ‘사이코패스의 뇌 구조는 일반인과 다르다’는 연구결과를 내보였다. 이들은 사이코패스의 뇌를 분석한 결과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편도체’와 고난도의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전두엽 기저표면의 피질’을 연결하는 갈고리 다발 구성이 정상인과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대인관계에서도 다소 차이를 보인다.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이코패스는 대개 언변이 뛰어나고 속임수에 능하며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유영철, 강호순 등에 대해 물어보면 ‘호남(好男)이었다’고 답한 사람도 많았다. 반면 소시오패스는 소극적이고 조용한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이윤호 교수도 “소시오패스는 혼자 외톨이로 떨어져 살고, 학교나 직장도 다니지 않고, 인터넷이나 영화 등 동영상에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며 “용의자는 반사회적 사회성 장애를 가진 소시오패스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소시오패스, 경쟁 만연한 ‘선진국’서 많아

‘성공지향주의 세태가 만연하면서 소시오패스가 증가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소시오패스는 개발도상국보다 선진국에 많다. 소득 수준과 학벌, 가문 등 모든 면에서 최고가 돼야만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과 압박이 소시오패스를 낳는다는 것이다. ‘25명 중 한 명이 소시오패스’라는 미국 보건후생부의 통계도 있다. 이 교수는 “우리 사회가 너무 경쟁 위주로 내몰리고 있는 등 만인이 만인에 대한 전쟁을 겪고 있어서 그런지 잔인성이 더 쉽게 싹틀 수 있는 사회적인 풍토가 조성되는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교화 가능 여부도 큰 차이, ‘PCL-R테스트’ 24점 이상이면 ASPD 판정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는 교화 가능 여부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사이코패스는 치료법이 없다는 게 정설이다. 교화 자체가 불가능해 재범률이 50%에 이를 정도로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연쇄살인범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빠르다. 하지만 소시오패스의 경우 대개 어릴 때 훈육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윤대현 교수는 “이들은 모두 죄책감이 없고 공감력이 제로에 가깝다는 게 공통점”이라며 “이들의 행동은 우발적인 것을 넘어 보통 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황당한 행동을 서슴없이 한다”고 지적했다.
  
ASPD인지 판정하는 방법도 있다. 캐나다 범죄 심리학자 로버트 헤어 박사가 만든 ‘PCL-R 테스트’를 이용하면 된다. 40점 만점 기준 미국은 30점 이상, 우리나라는 24점 이상이면 ASPD로 평가한다. 범죄 경력이 없는 평범한 사람의 경우 5점 내외, 일반 범죄자는 22점, ASPD 환자는 평균 30점 이상을 받는다. 강호순은 경기경찰청 범죄분석팀이 실시한 두 차례 검사에서 각각 27점과 28점, 유영철은 39점을 기록했다.

‘잔인하고 폭력적인 매체’, 충분히 영향 끼칠 수 있다

피의자는 잔인한 영화를 자주 보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면서 잔혹한 영화가 살인에 영향을 끼친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그가 언급한 ‘호스텔’이라는 공포영화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무슨 일만 터지면 만화나 영화ㆍ게임이 항상 입에 오르내리니 기자들이 매번 걸고 넘어간다”며 “책임을 문화에 넘기지마(트위터 아이디 Sa******)”라는 등 섣부른 추측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잔인한 범죄가 터졌을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질문은 ‘피의자들이 즐겨보는 영상과 영화가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잔인한 영화를 보는 청소년이 무조건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아닌데 무조건 매체 탓으로 돌리는 것도 식상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윤호 교수는 “청소년들은 아직까지 판단력이나 이성적 사고력이 부족한 면이 있어 하나에 빠지면 다른 상황이 보이거나 생각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이런 영상에 지나치게 많이 몰입되면 폭력을 수용하는 수준이 더욱 낮아져서 폭력을 폭력이 아니라고 인식하게 되는 등 결국 폭력에 무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잔인하고 폭력적인 영상을 어디서든 구할 수 있고 쉽게 볼 수 있어 폭력적인 행위가 일상화되어 있는 것으로착각하고 이를 자기만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죄의식을 덜 느끼게 된다”며 “이런 점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혜현 용산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팀장도 “피의자는 평소 스트레스를 표출하지 않고 폭력적인 영상으로 해소하다 결국 행동으로 옮기고 만 상황 같다”며 “많은 아이들이 폭력적인 미디어에 노출돼 폭력성에 대한 경계심이 무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많은 아이들은 이런 폭력성에 피해자의 입장이 아닌 자극적인 행위를 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재밌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며 “무조건 ‘안 돼’라는 말로 미디어물을 못 보게 막으면 아이들의 반발심이나 호기심이 더 커질 수 있어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등 어른들이 아이들을 이해시킬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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