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냄새날까, 불쾌할까 전전긍긍 … 보톡스로 신경전달물질 분비 억제해 보송보송한 피부 완성
임이석 신사테마피부과 원장
여름이 오는 게 두려운 사람들이 있다.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쏟아지는 땀에 손과 발, 겨드랑이 등이 흠뻑 젖는 다한증(多汗症) 환자들이다. 고온다습한 여름철엔 피지와 땀의 분비량이 늘어나 이들의 고통은 더욱 심해진다.
손바닥에 땀이 많이 나는 사람은 긴장이라도 하면 땀이 더 나기 때문에 항상 손수건을 손에 쥐고 다닌다. 축축한 손이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줄까봐 악수를 꺼리게 된다. 학생의 경우 시험을 볼 때 시험지가 젖어 찢어지는 경우도 있다. 또 컴퓨터 키보드를 사용할 때 자판 사이로 땀이 흘러들어가 아예 키보드 주변에 수건을 깔고 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다한증으로 발바닥에 땀이 많이 나면 그대로 발 냄새로 이어진다. 또 습한 환경이 조성돼 곰팡이균이 잘 번식하게 되면서 무좀이 초래되기도 한다.
겨드랑이에 땀이 많이 나는 사람은 옅은 색깔의 옷을 입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겨드랑이 부위가 적나라하게 땀에 젖다보니 버스 손잡이를 잡는 것조차 불편할 정도로 활동 반경이 줄어들고 마음도 위축된다. 항상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피며 자신이 땀에 젖어 있는 것을 다른 사람이 보면 어쩌나 긴장하고, 자기 냄새를 맡고 불쾌해 하지 않을지 전전긍긍하게 된다.
다한증은 신체의 땀 분비를 조절하는 자율교감신경계의 이상으로 겨드랑이, 손바닥, 발바닥 등에서 필요한 이상으로 과도하게 땀을 흘리는 질환이다. 운동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5분 동안 겨드랑이에서 100㎎ 이상의 땀이 배출되면 다한증으로 볼 수 있다.
이 질환은 체온이 오르지 않아도 긴장이나 흥분상태가 지속되면 땀이 지나치게 많이 나게 되는 등 정서적인 변화에도 크게 영향받는다. 특히 겨드랑이 다한증의 경우 소위 ‘암내’로 불리는 액취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평소 청결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대인관계에서의 불편을 줄일 수 있다.
땀을 많이 흘렸다면 바로 항균비누를 사용해 샤워하고, 샤워를 마친 후에는 물기를 완전히 제거하고 파우더를 발라주면 보송보송한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외출할 때 스프레이 타입의 데오도란트를 사용하고 제모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몸에 털이 많으면 세균이 쉽게 번식해 좋지 않은 냄새를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다한증은 일상생활에서 몇가지 수칙을 지킴으로써 다소 완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들은 땀이 나는 원인을 제거하는 근본적인 치료는 될 수 없다.
근본적인 치료의 핵심은 땀의 분비를 막는 것이다. 가장 보편적으로 시행되는 교감신경절제술은 얼굴, 겨드랑이, 손에 발생하는 다한증 치료에 많이 활용되며 효과는 영구적이다. 하지만 이는 신경기능차단으로 인해 땀이 전혀 나지 않거나 수술 부위가 아닌 다른 곳에서 땀이 나는 ‘보상성 다한증’이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게다가 한 번 차단한 교감신경은 다시 복원할 수 없는 맹점이 있다.
수술 대신 바르거나 먹는 약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바르는 약은 효과가 일시적이며 장기적으로 사용할 경우 피부자극이 심해 민감한 사람에겐 부적합하다. 먹는 약으로는 항아세틸콜린제제가 있지만 심박수 증가나 미각능력상실, 입안이 마르는 구갈증, 변비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 현재는 권장하지 않는다.
다한증 치료방법 중 최근에는 부작용이 거의 없고, 흉터가 남지 않아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보톡스치료가 각광받고 있다. 이 시술은 땀이 많이 나는 부위에 보톡스를 주입해 땀샘에 분포된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억제, 땀 분비를 차단하는 것이다.
보톡스는 주로 표정근육에 주사해 주름을 개선시키는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땀의 분비를 억제하는 작용도 뛰어나다. 다른 다한증 치료법과 비교해 시술방법이 간단하고 부작용도 없지만 치료효과는 놀라울 정도다. 실제로 보톡스 치료로 다한증 환자의 땀 분비량의 85%가 줄었다는 보고가 발표되기도 했다. 시술시간은 10~15분이며 1~2주가 지나면 땀이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고 효과는 6개월 정도 지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