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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부유층 자녀 조직 ‘역삼패밀리’ … 가정 아닌 사회문제
  • 조탁만 기자
  • 등록 2013-04-25 15:41:38
  • 수정 2013-04-27 13: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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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소년기 자녀에 일방적 지시보다 쌍방향 소통 효과적 … 정부 차원 제도적 방안 수립해야

서울 강남에서 판사, 의사, 변호사, 공기업 간부 등 사회 고위층·부유층의 자녀가 ‘역삼패밀리’ 조직을 결성해 또래 학생에게 폭력, 갈취를 일삼다가 최근 경찰에 검거됐다.
정선용 강동경희대병원 화병스트레스클리닉 교수은 “이번 사건은 주변의 기대에 대한 자녀의 스트레스와 부모의 일방적 의사전달 방식에서 비롯된 가정의 소통 부재가 결국 사회적인 문제로 번지고 있는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청소년 문제가 이제 일부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어릴 때 부모에게 스트레스를 받고 자란 자녀는 무의식적으로 스트레스가 축적돼 신체적으로 성장하고 사고가 발달하는 청소년기에 분노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분노는 사회를 향해 표출돼 문제아가 되거나, 자신에게 투영돼 우울증이나 자살충동을 겪게 된다”고 밝혔다.

공부만 하라는 부모의 강요가 싫었다

사건에 연루된 부유층 자녀는 “부모가 공부하라고 강요하고 다그치는 것이 싫어서 가출을 반복했고, 그러다 보니 폭력과 갈취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저 아이는 OO의 자녀이니까 미래가 기대된다’ 또는 ‘쟤는 OO의 자녀인데 왜 저래’라는 등 주위 사람의 시선은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스트레스를 준다”며 “그러다 보니 잘못을 저지르면 아이 자신도 위축될 뿐만 아니라 부모는 공개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꺼리게 돼 자녀의 잘못을 쉬쉬하고 덮기에 급급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업 특성상 판사·의사는 하루 대부분을 범죄자, 환자와 상대하며 보내기 때문에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업무량이 많아 귀가 시간도 자연스레 늦어져 부모와 자녀가 같이 보내는 시간이 부족하고, 의사전달을 빨리하기 위해 요점만 간략하게 말하다보니 평소 아이들에게 ‘공부하라’는 이야기만 반복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기 아이들의 현재·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부모와의 관계이고 어릴 적부터 부모와 자녀가 함께 충분한 시간을 보내며 서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필요하다”며 “우리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를 파악해 자녀의 관심과 흥미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난 이후에는 이미 성격이 굳어져 있어 태도 개선에 훨씬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유아기부터 자녀와의 충분한 대화를 이어 나가고 지속적인 행동교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녀와의 대화 부족, 더 이상 가정의 문제가 아니다

정 교수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고 충분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탄력근무제, 육아휴직 등 부모의 근무시간에 대한 다양한 국가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유연한 근무시간제를 위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며  “부모·자녀가 함께 하는 프로그램 마련 등 더 나은 가정을 만들기 위한 제도적 방안이 시행될 수 있는 사회적 풍토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정규직·정규직·고위층간부 등 직위와 직책에 상관없이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녀와 함께 하는 시간을 포기하는 현실에서 청소년 문제의 개별적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며 “이를 사회적 문제로 접근하고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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