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의료원장을 지낸 고(故) 한동관 명예교수의 조카 한광섭, 한범 씨가 12일 한 교수가 남긴 5억원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기부해 고인의 뜻을 이뤘다. 한 교수는 생전에도 세브란스 새병원 건립, 어린이병원·호스피스·암병원 지원, 의료법윤리학과 발전기금, 백혈병 후원금 명목으로 모두 46회에 걸쳐 총10억여원을 기부한 바 있다.
그는 평생 집을 소유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경기도 개성에서 태어나 월남한 뒤 형 한동성 선생의 가족과 함께 지냈으며 이후에도 관사 등에서만 지냈다.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항상 대중교통만을 고집했다.
한범 씨는 “항상 검소하고 절제하는 삶을 살아오셨지만 주변에 어려운 사람에게는 베푸는 것을 아끼지 않았다”며 “친구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자식의 대학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이를 대신 내주기도 했다”고 고인을 떠올렸다. 또 “늘 병원과 결혼했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던 작은아버지는 모든 것을 모교이자 일터였던 세브란스에 기부하시길 원하셨다”며 “고인의 뜻을 이뤄 기쁘다”고 말했다.
이철 연세의료원장은 “고 한동관 교수는 병원과 학교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평생을 함께 해 오신 분”이라며 “고인의 유지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존경과 감사를 표했다.
고 한동관 명예교수는 지난 2월 향년 74세를 일기로 세브란스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그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후 강남세브란스병원장과 제11대 연세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을 지냈다. 이후 관동대학교 의무부총장과 제5대 총장 겸 명지학원 이사를 거쳐 연세대 감사와 이사를 맡았다.
고인은 미숙아 집중치료시스템을 국내에 도입했으며 의료법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의료제도를 개선하는 데 앞장섰다. 또 한국의료법학회장,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 국정자문위원회 사회노동분과위원장 등을 지내며 국민훈장동백장과 청조근정훈장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