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음인은 타고 난 간대폐소(肝大肺小)로 폐암 걸리기 쉬워
김달래 한의원 원장
요즘 담배값 인상을 놓고 흡연자와 혐연자 사이에 시각차가 사뭇 다르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연애와 거의 마찬가지다. 흡연에 대해서는 선진국일수록 점점 규제가 많아지고 있고 흡연율도 떨어지는 추세이다. 또 담배 가격이 높을수록 흡연율도 낮아진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담배는 사실 다양한 효능을 가지고 있고, 한방에서는 연초(煙草)라고 해서 흡연 이외에 살충기능을 가진 한약재로도 사용해왔었다. 담배는 가지과에 속하는 1년생 초본식물로 높이가 2m에 이를 정도로 키가 크다. 주성분이 니코틴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심각한 독성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이가 많다.
담배의 본 효능은 각성과 살충 … 옛날엔 외용제 구충제
담배의 니코틴은 잎에 약 3분의 2가 모여 있고 뿌리 줄기 잎에도 들어 있다. 니코틴은 곤충에 강력한 신경독성을 발휘해 살충제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서 한방에서는 담배잎을 옴 등의 피부염에 외용제로 사용했고, 요충이 있을 때는 관장약 겸 구충제로 사용했었다. 보통 담배 1개 속에는 니코틴이 20~30㎎ 들어 있는데 성인의 치사량이 50㎎에 불과하다. 따라서 어린이들이 담배를 그냥 입으로 삼키면 상당히 위험하다.
니코틴은 저농도에서 포유류에게 각성효과를 보이는데 이것이 바로 흡연이 습관성이 되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애연가들은 어떤 일에 집중하고자 할 때 담배를 피우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사격이나 농구 골대에 공을 넣는 실험을 하기 전에 담배를 피우게 하면 정확도가 떨어지는 결과가 나온다.
담배의 독성 … 기관지염 폐암은 물론 자율신경 자극해 신경성 위장병 유발
흡연이 도를 지나치면 각종 독성이 나타난다. 담배를 하루 20개비 이상 피우는 사람은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는 사람에 비해 기관지염에 걸릴 가능성이 4~7배가 높다. 매일 25개비 이상을 피운 사람은 담배를 안 피우는 사람에 비해 45세 이후에 폐암에 걸릴 가능성이 50배나 높다. 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소화불량, 신경성 위장병, 위궤양, 부정맥, 심장관상동맥질환 등에 더 많이 걸린다는 사실이 인정되고 있다. 왜냐하면 담배속의 니코틴은 인체의 점막면에서 매우 쉽게 흡수되기 때문에 피부 표면에서는 물론이고 구강, 기관지, 위점막 등을 통해서도 7초만에 뇌에까지 전달돼 자율신경계(주로 부교감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흡연자의 권리를 주장하기에 앞서 간접흡연의 폐해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할 것이다.
소음인은 담배 잘 끊지 못해 … 담배의 따스한 성질 좋아하고 마음이 여려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금연을 외친다. 그러나 사상체질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어떤 사람은 담배를 오래 피웠는데도 불구하고 단박 끊어버리는 사람이 있는데 비해서 어떤 사람은 몇 달씩 금연을 했다가도 다시 피우고 또 금연했다가 실패하는둥 개인차가 상당히 많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오랫동안 지켜보니 소음인은 몸이 차가운데 성질이 따뜻한 담배에 친화성이 강해서 다른 체질에 비해 담배를 끊기가 더 어려운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를 둘러봐도 다른 체질보다 소음인 체질의 흡연자들은 마음이 불안하거나 심심할 때는 물론이고 기력이 없을 때에도 담배에 손을 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태음인은 당장 금연해야 … 간대폐소(肝大肺小)로 폐가 선천적으로 약해
담배를 피우는 사람 중에서 어떤 사람은 폐암에 걸리고 어떤 사람은 걸리지 않는 이유가 유전자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MD앤더슨암센터의 아모스 박사팀은 흡연이 폐암 위험을 증가시키는 이유는 니코틴수용체 유전자의 변이 때문이며, 이런 사람은 폐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사상의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폐암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어떤 체질인지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폐암은 호흡기가 약한 태음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태음인은 간대폐소(肝大肺小)해서 선천적으로 호흡기가 약한 대신에 소화흡수가 잘 된다. 그래서 태음인은 술 커피 담배 등 기호품을 좋아하고 운동을 싫어한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서 태음인은 살이 잘 찌고 중년 이후에 폐암에 더 쉽게 이환되지 않는가 생각된다. 따라서 태음인 체질은 하루 빨리 금연을 하는 게 좋다.
담배는 천천히 얕게 피워라 … 깊게 피면 진통, 얕게 피면 각성
담배를 피울 때는 연기를 빨아들이는 깊이와 속도에 따라 니코틴 흡수량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5분 안에 담배의 3분의 2를 피우면 2㎎의 니코틴이 흡수되는데 비해 10분 동안 담배의 3분의 2를 피우면 몸속으로 흡수되는 니코틴의 양은 0.2㎎에 지나지 않는다. 니코틴이 몸속으로 많이 들어오도록 하기 위해 깊숙하게 담배를 빨아들이면 세로토닌이나 아편과 같은 효과를 향상시켜 긴장이 풀어지면서 진통효과를 나타낸다. 반대로 담배를 얕게 빨아들여서 니코틴 함량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면 뇌속에 노르에피네프린과 도파민의 활동을 강화하여 신경전달이 활발해지면서 전형적으로 마약(각성)의 효과가 나타난다.
흡연자에게 좋은 음식 … 태음은 도라지 취나물, 소양은 두릅 구기자순 좋아
우리나라 사람은 나물을 많이 먹는다. 요즘과 같은 봄철에는 약효가 강한 풀과 나무의 새싹까지도 나물로 먹을 수가 있다. 예를 들어 옻나무는 알레르기반응이 심하게 일어나지만 옻순은 옻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우루시올의 함량이 매우 낮아서 알레르기 발생빈도가 매우 낮다.
옻도 이럴진대 나머지 생약재의 순은 큰 걱정하지 않고 먹어도 된다. 그래서 방풍(防風)의 어린 잎사귀를 방풍나물, 독활(獨活)의 순을 따두릅(땅두릅)이라고 부르며 식용한다. 또 진해거담제로 쓰이는 전호(前胡)의 싹을 나물로 먹는다.
담배만 피우지 않아도 암 발생의 30%는 차단할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니코틴이 다양한 질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도 익히 규명된 바 있다. 따라서 금연은 건강한 생활의 첫 번째 수칙이다.
하지만 심한 스트레스나 여가생활이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약간의 안식을 주는 것도 사실인 만큼 평소에 규칙적인 운동과 체질에 맞는 식단 등을 통해 폐 건강을 도모해야 한다. 체질별로 담배의 폐해를 줄일 수 있는 음식으로 태음인 흡연자는 평소에 도라지 더덕 취나물 뽕잎을 자주 먹는 게 좋다. 소양인 체질의 흡연자는 두릅 질경이잎 구기자순 녹차를 자주 섭취한다. 소음인은 복숭아 둥글레차를 애용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