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먹는 발기부전증 치료제 ‘비아그라’가 등장하자 이전에 ‘발기부전’이란 말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도 이 병명에 익숙해지게 됐고 비아그라는 발기부전보다도 더 인기가 많은 단어가 됐다. 남성 건강의 척도를 ‘정력’,‘발기력’으로 평가하는 한국 남성의 정서상 비아그라는 발기부전 개선에 그치지 않고 정력제나 남성을 천하무적으로 만들어주는 비방으로 대접받았다.
작년 5월부터는 비아그라의 물질특허가 풀려 수십종의 비아그라 제네릭(복제약)이 나오고 있다. 약값이 종전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서 오·남용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호기심과 이벤트성 사용이 오남용을 부추기고 있는데 발기부전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적절한 처방 행태가 아쉽다.
먹는 발기부전 치료제는 사용이 간편하지만 무시하지 못할 부작용이 존재한다. 비아그라의 경우 복용자의 3~20%에게서 두통이나 안면홍조 소화불량 비강점막충혈 색각이상 시각장애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부작용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은 괜찮지만 유독 부작용이 심한 사람은 경계해야 한다. 특히 중증 고혈압·당뇨병·심장질환을 가진 사람이 복용할 경우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위험성이 높다.
비아그라는 또 성적 흥분이 일어나지 않으면 발기가 안되고 개인에 따라 약효의 차이가 큰 편이다. 비아그라가 먹는 발기부전치료제로는 세계 최초라 브랜드파워나 소비자 인지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부작용은 나중에 나온 신약보다 강한 편이라는 것을 부정하긴 어렵다. 후발 신약들은 선발 신약의 부작용과 단점을 개선해 나오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안전성과 확실한 유효성을 기대한다면 주사요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이상훈 길맨비뇨기과 영등포점 원장은 “주사요법은 음경해면체 혈관에만 작용하기 때문에 전신에 영향을 주지 않고 비아그라의 위험성을 대부분 배제할 수 있다”며 “발기부전의 원인이 신경성, 혈관성, 심인성 또는 혼합된 요인 등 그 어떤 조건에 의해 발생하더라도 두루 효과가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과거에는 ‘카버젝트’(프로스타글란딘E-1·PGE-1)라는 단일 성분의 주사제가 널리 쓰였으나 장기간 반복 주사하면 음경표피가 단단해지고 음경해면체가 손상 또는 섬유화되는 부작용이 있어 환자들이 껄그러워 했다. 오래 보관하면 안정도가 떨어지는 것도 단점이다. 약값도 고가다. 다만 지속발기증은 2.4%로 비교적 적게 나타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파베린·펜톨아민·PGE-1 등 3가지 혈관확장제를 혼합한 트리믹스(Tri-mix)가 만들어졌다. 안면홍조나 가슴두근거림, 두통 등의 부작용이 적어 만성질환자들도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고, 먹는 약에 비해 강한 발기유발효과를 발휘한다. 특히 동시에 조루까지 치료할 수 있어 환자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트리믹스를 음경해면체에 주사하면 해면체 내 평활근이 이완돼 발기가 유발된다. PGE-1 단일 성분만을 주사할 경우 5~15분 안에 발기가 이뤄져 30~60분 정도 지속되고 성교 성공률이 80~90%에 이르는데 비해 트리믹스는 3분만에 발기가 유발되고 효과는 60~120분 지속되며 성교 성공률은 100%에 가깝다. 파파베린과 펜톨아민은 강력한 혈관확장 작용에 값도 싸고, PGE-1이 가진 결점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트리믹스는 단일 성분을 주사할 때 나타나는 부작용을 줄이고, 약값을 낮추며, 약효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사요법은 주사 시 통증을 느끼고, 음경해면체의 섬유화나 국소적인 합병증이 초래되며, 드물게 발기지속증이 나타날 수 있는 단점을 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상훈 원장은 “특히 주사할 때 출혈로 상처를 입거나, 장기간 한 부분에만 주사할 경우에는 미세 손상된 부위에 섬유화가 진행될 수 있다”며 “이를 피하려면 주사는 1주일에 1~2회 이내로 제한하고 주사 위치를 매번 바꿔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단 섬유화 결절이 형성되면 2개월 정도 성관계를 쉬는 것이 좋다. 일부라도 섬유화가 지속되면 전체적으로 확산되기 전에 음경보형물 수술을 고려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최근엔 통증 없는 펜형 자동주사기가 보편화돼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주사로 인한 부작용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볼펜처럼 생긴 주사기에 버튼이 달려 있어 누르자마자 즉시 발기유발 약품이 주입되게 만들어져 있다. 환자들이 주사바늘을 보지 않으므로 주사공포감을 전혀 느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