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이 연합자산관리(유암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동성제약을 인수키로 했다. 태광산업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동성제약 인수 안건을 의결했다.
컨소시업은 총 16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경영 정상화와 신사업 확장에 나선다. 자금 조달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신주 인수 700억원 △전환사채(CB) 인수 500억원 △회사채 인수 400억원으로 구성됐다. 이와 별도로 계약금 270억원은 이미 납입됐다.
1957년 출범한 동성제약은 설사약(지사제) ‘정로환’과 염색약(염모제) ‘세븐에이트’, 탈모약 ‘미녹시딜’ 등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중견 제약사다.
태광산업은 최근 코스메틱 전문법인 ‘실(SIL)’ 설립에 이어 동성제약을 편입하면서, 화장품을 넘어 제약·염모제·더마 및 헤어케어를 아우르는 ‘뷰티·헬스케어 플랫폼’ 구축에 나선다. 동성제약의 안정적인 일반의약품·헤어케어 사업 기반에 그룹 차원의 브랜드 운영 역량과 상품 기획력, 유통 채널을 접목해 제품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태광은 동성제약의 신약 연구개발(R&D) 투자도 확대한다. 현재 동성제약이 2상을 진행하고 있는 항암신약 후보물질인 ‘포노젠’에 대한 안정적인 신약 개발 환경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 태광산업은 유암코와의 협업을 통해 동성제약의 재무구조 개선도 병행한다. 유암코가 투자 중인 피코스텍 등을 통해 생산 제품의 외주(ODM·OEM) 전환 검토와 생산 라인 최적화를 추진하고, 판매관리비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태광의 동성제약 인수는 시너지가 일어나고 과연 소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우선 태광산업은 섬유 관련 화학사업 및 섬유제조산업의 맹주로 코스메틱 경험이 일천하다. 뷰티·헬스케어 시대를 맞아 태광의 신규 사업 확장 및 사업 다각화는 바람직하다.
동성제약의 2013년 이후 누적 영업손실은 300억원을 넘었고, 2025년 9월 말 동성제약의 부채비율은 259%에 달했다. 당시 보유 현금은 40억원에 불과했고 순차입금만 600억원이었다.
동성제약은 방만한 경영, 누적된 재무 악화에 막판 경영권 분쟁까지 겹치며 2025년 5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 이양구 전 회장은 조카(누나 이경희의 아들)인 나원균 대표 사이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회사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이양구 전 회장이 조카에게 경영권을 넘긴 상태에서 돌연 외부 업체(브랜드리팩터링)에 2025년 4월 23일에, 나머지 지분(368만4838주, 지분율 14.12%, 총 매매대금 120억원)을 전량 매각하면서 최대주주가 기존 이양구 회장 외 5인에서 브랜드리팩터링으로 변경됐다.
2025년 5월 7일 나원균 대표가 법원에 법정관리(회생절차)를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같은 해 6월 23일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이후 법정관리인인 나원균 대표와 최대주주 브랜드리팩터링 간의 경영권 및 관리인 지위 관련 갈등이 발생했다. 서울고등법원은 브랜드리팩터링 및 이양구 측이 제기한 회생절차개시결정에 대한 즉시항고를 지난해 12월 10일 기각했다. 브랜드리팩터링 측은 “자산이 부채를 초과하는 상태며, 현 경영진이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불성실하게 회생을 신청했다”며 즉시항고를 제기했으나 항고심 재판부는 동성제약 회생절차 개시 원인이 명백하다고 판시했다.
동성제약은 2018년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한 이후,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고 5년째 적자가 이어졌다. 2023년 동성제약은 일시적으로 6억원의 소폭 흑자를 기록했으나 2024년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동성제약 매출은 900억원대에서 정체된 반면 매출원가와 판관비가 지나치게 높아 수익 구조가 악화됐다.
태광은 동성제약이 69년 축적한 브랜드파워와 자산가치가 부채보다 높다는 이유로 인수를 결정했겠지만, 과연 600억원 이상의 부채를 떠안을 정도로 가치가 있는지 의심이다. 국내서 화장품 브랜드는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을 제외하고는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그 결과 ‘K뷰티’의 국제적 파워가 유지되고 있다. 그래서 동성 브랜드 인수가 태광의 화장품 신사업에 견고한 기반이 될지, 사상누각일지 의문이다.
또 2상 중인 광역학치료 항암제인 포노젠이 유망한지도 의문이다. 포노젠은 빛에 반응하는 광민감제로,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축적된 후 특정 파장의 빛을 쪼이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시킨다. 복막암 및 췌장암에서 높은 치료 정밀도를 보여 복막암 환자 대상 2상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으며, 동물모델에서 기존 항암제/방사선에 반응하지 않던 췌장암에 효과를 보이는 등 우수한 효능을 입증했다.
광역학치료는 특정 파장의 빛에 특정 암조직이 선택적으로 파괴되는 게 중요한데, 낮은 용해력과 조직 침투력 저하가 극복할 과제다. 차세대 광역학치료제는 1세대 제제보다 전신반응 시간 단축, 광 흡수율 향상, 더 깊은 침투력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빛의 침투 깊이가 제한적이어서 깊숙한 위치의 종양에는 효과가 떨어진다. 이에 효과를 높이기 위해 면역요법제와의 병용이 시도되고 있다.
광역동치료(PDT)는 빛이 닿는 부위만 치료할 수 있으므로 주로 피부 표면이나 바로 아래, 또는 빛이 닿을 수 있는 장기 내벽의 문제를 치료하는 데에만 사용된다. 빛은 인체조직을 통해 멀리 이동할 수 없으므로 광역학 치료(PDT)는 크기가 큰 암이나 피부 또는 다른 장기 깊숙이 자란 암을 치료할 수 없다. 또 암이 여러 곳으로 전이된 경우에는 효과가 없다. 특정 혈액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사용할 수 없다. PDT 약물은 일정 기간 빛에 대한 민감성을 유발하므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는 PDT 치료제는 두 가지다. Porfimer Sodium(상품명 Photofrin)은 적색광 조사 아래 식도암. 비소세포폐암, 바렛식도(식도암 전암) 등에 사용되지만 표준 또는 주류 치료제는 아니다.
5-Aminolevulinic Acid(ALA, 상품명 Levulan)은 피부질환인 광선각화증(actinic keratosis, AK) 치료에 사용된다. 청색광에 의해 이 약물은 활성화된다.
이밖에 미국이 아닌 곳에서는 Padoporfin(TOOKAD®)이 방광암 치료제로 승인됐다. Talaporfin(Laserphyrin®)은 일본에서 폐암 치료제로 승인된 바 있다. 이처럼 광역학치료는 아직도 항암치료제 영역에서 한미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동성제약은 재무 부담으로 연구개발 투자가 위축돼, 태광 인수를 계기로 개발 속도와 기술가치 제고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과연 성공할지 물음표가 찍힌다. PDT가 지금 항암제 개발의 트렌드인 면역관문억제제, 이중 또는 다중 특이항체, 항체약물결합체(ADC), CAR-T 치료제와는 동떨어져 있는 게 사실이다.
앞서 KT&G는 2003~2004년에 영진약품을 인수해 한국인삼공사(KGC)의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사업을 다각화하고 ‘영진구론산바몬드’ 등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와 생산시설을 인수한다는 시도는 좋았지만 인수한 지 20년이 지난 현재 제약업계 내에서 뚜렷한 상위권 도약보다는 성장 정체기를 겪으며 재도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4년 기준 영진약품은 매출액 2520억원, 영업이익 87억원을 기록하며 덩치가 크지만 실익은 약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OCI그룹(옛 동양제철화학)는 2022년 2월, 부광약품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 773만334주를 약 1461억 원에 매입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며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인수 후 4년 동안 흑자 전환과 수익성 개선의 성과를 거뒀으나 업계는 흑자전환)를 이루었으나, 주가는 계속 하향세이고 배당수익률이 0에 수렴해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부광약품은 2025년 대규모 유상증자(893억원) 및 한국유니온제약 인수(2026년 1월 5일, 300억원) 등 추가적인 자금 수혈이 이뤄지면서 획기적 반전을 불러올 수 있을지 궁금하다.
대기업으로 시야를 확대해 제일제당은 1984년 유풍제약을 인수하며 제약사업을 30년간 영위하다가 2014년 제약사업부를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로 물적분할한 후, 2018년 한국콜마에 1조 3100억 원에 매각하며 전통적인 제약 제조 사업을 종료했다.
2020년대 들어 다시 레드바이오(제약 헬스케어산업)가 다시 신성장동력으로 부상하자 2021년 7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 기업 ‘천랩’을 약 983억원에 인수하며 제약바이오 산업에 복귀했다. 천랩은 2022년 CJ바이오사이언스로 개명하고 마이크로바이옴 기반의 신약개발 및 유전자치료제를 전문으로 하는 CDMO 시장에서 기반을 닦으려 애쓰고 있다.
LG그룹은 1981년 럭키 유전공학연구소로 시작해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먼저 바이오산업에 진출했다. 럭키제약 등을 거쳐 2002년 LG생명과학으로 분사돼 운영됐다. LG생명과학은 2003년 4월 5일 미국 FDA로부터 ‘팩티브’(Factive, 성분명 게미플록사신, Gemifloxacin)를 승인받으며 경·중증 폐렴 등 치료제로 미국 및 전 세계 시장 진출의 길을 열었다. 그러나 매출이 부진해 2009년을 전후로 전세계에서 시판이 중단됐다.
LG그룹은 2005년부터 제약산업에서 돈을 벌지 못하고 적자가 나자 인력을 감축하고 투자를 줄였다. 당시 회사에서 나온 많은 인력들이 현재 국내 바이오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알테오젠,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등이 LG가 배출한 대표적인 성공기업이다. 만약 LG가 좀 더 인내심을 갖고 바이오산업에 매진했다면 더 나은 성과가 났을 것으로 보인다.
팩티브 개발의 주역으로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LG생명과학을 지낸 당시 김인철 사장은 연구개발 투자를 줄이고 영업력 강화에 나섰다. 2008년 마포에 영업·마케팅 사무소(LG마포빌딩)를 열고 매출 및 이익 목표 초과 달성에 주력했다. 다행히 김 대표가 추진한 국내 최초의 당뇨병 신약인 DPP-4 억제제 계열의 ‘제미글로’(제미글립틴)가 2012년 6월 국산신약 19호로 허가받으면서 LG가 이후 10년 남짓 버티게 하는 효자상품이 됐다.
LG화학으로 다시 편입된 LG그룹의 제약사업부분은 2023년 1월, 미국 아아베오파마슈티컬스(AVEO Pharmaceuticals, 나스닥 AVEO)를 5억6600만달러(약 8000억원)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성인 재발성 또는 불응성 진행성 신세포암종(renal cell carcinoma, RCC)의 1차 치료제인 ‘포티브다’(FOTIVDA 성분명 티보자닙 tivozanib)를 확보했다. 포티브다는 2023년에 1억5340만달러(2000억원)를 벌어들였으나 2024년은 LG의 미공개 지침에 따라 알려지 않았다.
2024년 9월, 아베오파마는 포티브다와 니볼루맙 병용요법을 평가하는 3상 ‘TiNivo-2’ 결과를 유럽임상종양학회(ESMO)에서 발표했으나 병용요법이 포티브다 단독요법에 비해 치료 효과를 개선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낙담하고 있는 상태다.
SK그룹은 SK바이오팜(혁신신약 개발), SK바이오사이언스(백신/바이오의약품 및 관련 CDMO), SK팜테코(원료의약품/CDMO), SK케미칼(전문약 및 일반약 중심) 등에서 제약바이오산업을 영위하고 있다.
SK그룹은 2023년)에 경쟁력이 떨어지는 SK케미칼 제약사업부를 매각하여 확보된 자금으로 주력 사업인 그린소재(친환경 소재)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사모펀드와 단독 협상을 진행했으나, 이후 매각을 철회한 바 있다.
그러나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상품명 엑스코프리)의 미국 시장 성공에 힘입어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2023년까지 적자였으나, 2024년부터 본격적인 흑자 전환을 이루었고, 2025년에도 견조한 성장을 이어가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하는 등 안정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어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엑스코프리의 2025년 잠정 매출액은 4.2억~4.5억달러로 집계됐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로 축적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ADC의 뒤를 이을 차세대 항암제로 꼽히는 방사성의약품(RPT) 시장에 선제적으로 뛰어들었다. RPT는 노바티스, 릴리 등 글로벌 빅파마들이 조 단위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격전지다. SK바이오팜은 방사성 동위원소 공급망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2026년초 RPT 전담 본부를 가동해, 2027년까지 전용 생산 역량(Manufacturing Capability)을 갖춘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RPT가 신성장동력으로 적합한지는 따져볼 일이다.
SK케미칼이 2001년 동신제약을 인수해 지금의 SK바이오사이언스로 탈바꿈해 백신 및 혈액제제로 특화한 것도 성공사례로 꼽힌다. 다만 혈액제제에 대해 현상 유지 차원의 움직임만 있을 뿐 보다 발전적인 사업추진이나 신제품 개발 노력이 엿보이지 않는 것은 문제다.
삼성그룹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시밀러, 롯데그룹의 롯데바이오로직스는 ADC의 CDMO 사업에 국한돼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혁신신약을 개발할 역량과 다른 제약사화 차별화된 독보적인 기술이 없고, 양적인 성장에 치중한다는 점에서 문제점이 제기된다.
이처럼 국내 대기업들이 국내 중소제약사를 인수하거나, 신규 사업으로 제약바이오업에 참전한 것은 대체로 만족할 만한 ‘대박’이 난 경우가 별로 없다. 2000년대 이전에는 물량과 영업력으로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근거한 도전이 문제였다. 2000년대 이후에는 뉴 모달리티 중심의 항암제, 희귀질환‧자가면역질환 신약 개발 트렌드가 이미 시작됐는데 이를 감안하지 않고 시장에 뛰어든 게 문제였다.
특히 LG화학이나 CJ제일제당이 한참 시장이 변모하던 2000년대 초반에 투자를 등한시하고 딴 생각을 하다가 대도약의 기회를 놓친 게 뼈아프다. 인재가 유출됐고, 잔존 연구개발 인력의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졌다. 축적된 노하우는 물거품이 됐고 국가적 차원에서 신성장동력 엔진에 불완전 연료가 투입되는 형국이 됐다. 제약사를 인수하려는 타 업종의 대기업은 제약바이오 업계의 특별한 영업상황(의료계, 규제당국의 영향력, 세계 시장 트렌드 등)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면밀한 계획을 세워야 인수한 후의 후회나 후유증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