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공부에 매달려오다 대학에 진학해 인생의 푸른바다를 향해 나가야 할 신입생들이 입학하자마자 술의 바다에 빠져 심한 경우 폭행과 추락, 교통사고, 급성 알코올중독으로 인한 죽음에 빠지는 비극이 해마다 빚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만19세부터 음주가 법적으로 허용된다. 신입생 중에서는 입시와 통제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술자리에 기대감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술에 익숙치 않은 사람이 들뜬 마음으로 과음할 때, 잘못된 음주습관을 갖게 되거나 불의의 사고를 당할 수 있다. 몸이 감당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시면 호흡과 맥박이 느려져 주의력, 운동능력 등이 저하되는 급성알코올중독에 걸리게 된다. 흔히 취했다고 표현되는 증상이다. 더 심해지면 인사불성이 돼 발생하는 폭행이나 추락, 교통사고 등이 발생하게 된다.
본래 신입생환영회는 대학의 특성과 학과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자리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대화보다는 술로 친분을 쌓겠다는 의지가 더 강하다. 종교적 문제나 건강상의 이유로 술을 못마시는 이는 새로운 집단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술잔을 거절하면 예의 없는 신입생으로 낙인찍히기도 한다. ‘사발식’이나 ‘의리게임’ 등 강제로 술을 먹이는 방법도 다양하다. ‘원샷’, ‘파도타기’와 같이 술을 강요하는 분위기에서 나홀로 술을 거절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술자리에 빠지지 않는 것이 게임이다. 어색함을 깨고 분위기를 살리기 위함이나 게임 대부분은 진 사람에게 술을 먹이는 것으로 끝난다. 한 사람을 집중 공격하기도 한다. 분위기에 맞춰 게임을 하고 벌주를 마시다 보면 어느샌가 자신의 주량을 훨씬 넘어선다. 게임을 통해 분위기를 살리기도 하지만 게임의 목적이 ‘술’이 되는 순간 게임은 폭력이 된다.
국내 한 포털이 대학생 3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응답자의 66.3%가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술을 마신다고 대답했다. 대학 입학 후 모임마다 술을 마시는 분위기에서는 잘 마시는 사람이 환영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술 없이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어색하고 사람을 만나기 위해 술자리를 찾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허성태 다사랑중앙병원 원장은 “술을 강권하는 선배들의 문화를 후배들이 답습하게 되고 그것은 사회생활로 이어진다”며 “모두가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성숙한 음주문화로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학가에서는 매월 입학시즌, 빈번히 발생하는 신입생 음주사고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긍정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 지난해 9월 보건복지부는 대학 내 주류 판매와 음주를 금지하는 ‘국민건강증진법’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교내음주 금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최근 잘못된 음주문화를 반성하고 ‘술 없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을 진행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1월 서울대는 처음으로 술 대신 놀이와 공연이 있는 금주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강동대는 OT 기간 동안 주류반입을 금지했으며 부산외대는 술 없는 OT를 위해 음주측정기를 비치했다. 인제대는 합숙 OT 대신 입학식 이후 건전한 정보교류 모임을 추진할 예정이다. 연세대 원주캠퍼스는 이미 2009년부터 금주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대학가 술 문화 개선을 위해서는 선배들의 배려가 매우 중요하다. 술자리 전 식사는 든든히 먹는게 좋다. 음주 전 음식 섭취는 알코올로 인해 위장이 상하는 것을 최소화 시키기 때문이다. 빈 속에 알코올을 섭취하는 것은 술에 빨리 취하게 해 급성알코올중독을 야기할 수 있다. 음주 중에도 안주는 틈틈이 먹어야 한다. 과도한 안주는 뱃살의 주범이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알코올 분해 성분이 있는 음식과 함께 먹으면 알코올 흡수속도가 낮아져 숙취도 줄여준다. 저열량 고단백인 생선이나 두부, 비타민이 가득한 과일, 채소류가 좋다.
더불어 ‘원샷’을 피해야 한다. 같은 양의 술을 마시더라도 한번에 마시면 알코올이 인체에 빠르게 흡수돼 취기를 더 느끼게 된다. 자신의 주량을 정확히 모르는 신입생의 경우 원샷을 하면 주량을 훌쩍 넘겨버리기 때문에 가급적 조금씩, 천천히 마셔야 한다.
다른 음료와 섞어 마시는 폭탄주도 자제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폭탄주는 10~15도 사이로 몸에 가장 잘 흡수되는 알코올 도수라 쉽게 취하고 많이 마시게 된다. 때문에 술이 익숙치 않은 사람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최근 젊은 층에는 술에 이온음료나 에너지드링크, 탄산음료 등을 섞어 마시는 방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알코올흡수를 빠르게 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노던켄터키(Northern Kentucky)대 연구팀은 술과 다이어트 탄산음료를 같이 마시는 것이 사람을 더 취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난 8일 발표한 바 있다.
이밖에 어색한 분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게임을 진행한다면 벌칙은 술 대신 노래나 장기자랑 등으로 대체해야 한다. 모든 신입생이 한 자리에 모인 소중한 시간을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현명한 선배의 매너다.
술을 강요하는 문화도 문제지만 주는 대로 무작정 마시는 태도도 문제다. 술을 마실 때는 건강하게 마시고 자신만의 술 조절 요령을 익혀 건강을 지켜야 한다. 스웨덴 생리학자 위드마크(Widmark)의 이름을 딴 위드마크 공식[(섭취한 술의 양x알코올 농도x알코올 비중)÷(체중x남여성별계수)]은 체중을 통한 혈중알코올농도 계산법이다. 개인마다 컨디션, 건강상태 등에 따른 알코올분해 속도는 다르지만 아직 자신의 주량을 잘 모르는 신입생은 이 공식으로 자신의 대략적인 주량을 체크해보는게 좋다.
체질적으로 술을 못 마시면 ‘술 알레르기’가 있을 수 있다. 특정 음식을 못 먹는 음식알레르기가 있듯이 술도 알레르기체질이 있다. 알코올분해능력은 선천적이다. 술을 마시고 온 몸이 빨개지거나 혀가 꼬이는 등의 증상이 있다면 ‘술 알레르기’일 확률이 높다. 이럴 경우 적당한 수준에서 정중하게 거절하고 현재 상태를 설명하는 것이 좋다.
물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은 알코올 분해에 필요하며 이뇨작용을 촉진해 술이 깨도록 해준다. 술을 마실 때 틈틈이 물도 함께 마신다면 취하지도 않고 분위기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신입생환영회는 선·후배가 서로를 알아가는 자리다.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은 술이 덜 취하도록 돕는다. 체내에 흡수된 알코올의 약 10%정도는 호흡을 통해 배출된다. 큰 소리로 자기소개를 하고, 많이 웃으며 대화 한다면 선배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술도 덜 취할 수 있다. 단 고성방가로 분위기를 해쳐서는 안된다. 대화와 함께 하는 술자리는 폭음을 방지하고 앞으로 함께 할 사람들을 알아가는 좋은 자리가 된다.
계속되는 술잔이 부담스러운 학생들은 일꾼을 자처하면 된다. 모든 신입생들은 대학생활을 함께 할 선배, 동기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싶어한다. 필요한 것이 있을 때 “제가 가지고 오겠습니다”라며 계속해서 몸을 움직인다면 긍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고 계속 움직여 술잔을 받을 기회도 적어진다. 또 몸을 움직여 술도 더 빨리 깨는 1석 3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