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면역력 저하, 학업 스트레스, 아토피 피부염 유병률 증가 등으로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10세 이하의 환자가 늘고 있다. 기온차가 심한 겨울철에는 면역력이 저하되기 쉬워 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더 높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피부점막, 손상된 피부, 성관계를 통해 인체에 들어와 평생 감각신경에 잠복하다 자극을 받으면 재발한다. 인스턴트음식, 패스트푸드 등 고열량의 음식을 자주 섭취하는 어린이는 균형 잡힌 식습관을 갖지 못해 과거에 비해 면역력이 떨어져 있고 헤르페스에 쉽게 감염된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몸에 침투한 초기에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특성 상 10세 이하의 어린이에게 극심한 증상을 보인다. 피부 면역이 저하된 아토피 피부염의 유병률 증가도 어린이 환자 수 급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김혜원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교수는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돼 병원을 찾는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재발이 늘어난데다 아토피 피부염, 면역억제제 복용으로 면역상태가 저하됐기 때문”이라며 “1형 단순포진에 걸린 어른이 5세 이하의 아이에게 입을 맞추는 행동만으로도 전염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질병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진단받은 전체 환자는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09년 56만9922명에서 2011년 66만여명 수준으로 늘었다. 성별로는 여성이 39만5523명, 남성이 26만9505명으로 여성 환자가 12만6018명 더 많았다.
연령별로는 0~9세 어린이 환자가 14만9660명(22.5%)으로 가장 많았다. 발병률은 0~9세가 높았지만 증가율은 50대가 최고치를 기록했다. 50대는 2년새 환자수가 2만2211명(28.5%) 증가했고, 0~9세와 70대 이상은 각각 3만1817명(27%), 6583명(20%) 늘었다. 성인 역시 바쁘고 피곤한 생활이 이어지면서 식사를 거르거나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면서 면역력이 저하돼 몸속에 숨어있던 바이러스를 자극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이밖에 상기도 감염과 같은 열성 질환, 과도한 햇볕 노출, 월경 등이 바이러스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환자 수가 증가하다 보니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의 질환 순위도 매년 상승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의 질병소분류별 다빈도 상병 급여현황 중 2009년 여성과 남성 질환에서 93위와 95위를 기록했던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은 2010년 84위와 91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2011년에는 82위와 89위로 90위권 내에 진입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물집이다. 증상이 구강·입술 주변에 생겼다면 1형, 생식기 주변에 발병했다면 2형으로 구분한다. 심하게는 허벅지 안쪽, 엉덩이, 항문 등에도 생긴다.
만약 물집이 다른 세균에 감염되면 진물이 나고 사타구니의 임파선이 부어올라 걷기 힘들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물집과 궤양은 2~3주면 없어지지만 한 달 가량 지속되기도 한다. 증상이 없다 해도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 있지만 보균자나 감염자가 사용한 변기, 목욕탕, 수건 등을 썼다고 해서 감염되지는 않는다.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은 몸속에 침투한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고 대표적인 증상이 물집이라는 점에서 대상포진과 비슷하다. 체내에 들어온 바이러스가 숨어있다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자극을 받으면 피부로 올라와 염증을 일으킨다는 점도 같다. 병명도 단순포진과 대상포진일 만큼 비슷하다.
하지만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은 헤르페스 바이러스(Herpes simplex virus), 대상포진은 바리셀라 조스터 바이러스(Varicella Zoster Virus)에 의해서 발병한다.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은 전염되는 반면 대상포진은 과거 수두에 걸린 병력이 있는 사람에서 나타나는 게 차이점이다.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은 재발률이 70~80% 정도로 높고 대상포진은 10% 미만으로 드물다는 점도 다르다.
통증의 강도는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이 대상포진보다 덜하다.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은 안타깝게도 완치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증상을 최소화할 수 는 있다. 환부는 미지근한 물로 닦고 자연 건조시키거나 헤어드라이어로 말려 보송보송한 상태를 유지한다. 물집을 터뜨리면 흉터가 생기고 세균에 감염될 수 있어 그대로 둬야 한다. 잘못된 국소 도포제 역시 병을 지속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의사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은 대상포진과 증상이 유사한 만큼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자신이 과거에 수두를 앓았는지 여부, 물집이 생긴 위치 등을 통해 구분할 수는 있지만 필요에 따라 물집의 세포를 배양해 바이러스를 검출하는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치료는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감염 기간과 증상의 정도, 전염력을 줄일 수 있다. 바이러스가 증상 발현 초기에 가장 활발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통증과 발염감이 있기 전이나 발생 직후에 항바이러스제를 처방받아 증상 악화를 막아야 한다. 2형의 경우 성관계를 금하고 파트너와 함께 치료를 받아야 한다.
김혜원 교수는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손을 자주 씻고 아이와의 접촉을 주의해야 한다”며 “태아에게도 유전될 수 있어 임신 중이라면 주치의에게 감염 사실을 알려 아이에게 전염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2형의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생식기 감염)을 앓은 경험이 있는 임산부에게는 일반적으로 제왕절개술을 권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