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호 서울밝은세상안과 원장, “설원 장시간 쳐다보면 ‘설맹’에 노출”
겨울철 설원에서는 직사광선과 눈에 반사된 햇빛으로부터 설맹이 오기 쉬우므로 이를 방어하는 선글라스나 고글의 착용이 권장된다.
겨울 등산을 계획했다면 ‘설맹(雪盲)’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은 4번의 도전 끝에 등정한 히말라야의 로체샤르(해발 8400m)에서 한 대원이 설맹에 노출돼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때 상황을 회고하자면 대원 1명이 로체샤르에 오르자마자 비디오를 찍기 위해 고글을 벗었는데, 그것이 화근이 돼 앞을 보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설맹에 노출된 것이다.
이종호 서울밝은세상안과 원장은 “설맹은 햇빛이 눈에 반사되면서 다량의 자외선이 투과돼 생기는 안질환”이라며 “자외선이 더욱 강렬한 고산지대에서 발병하기 쉽지만, 눈 덮인 산이나 스키장에서도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설맹이 생기면 눈이 뻑뻑하고 건조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모래가 눈에 들어간 듯 이물감이 느껴지며, 눈동자를 움직일 때마다 통증을 느낀다. 눈물이 나고 눈을 뜰 수조차 없다. 이런 증상은 자외선을 반사하고 있는 눈(雪)에 노출된 지 수 시간 정도 지난 후 나타난다.
증상이 계속되면 안구결막이 충혈될 수 있다. 심한 경우 각막에도 영향을 미쳐 각막표피가 상처를 입는 등 눈조차 뜰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생긴다.
설맹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는 겨울 등산을 할 때 반드시 선글라스나 고글을 착용해 눈을 보호해야 한다. 실제로 고산 등반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고글이나 선글라스의 파손이나 분실을 우려해 배낭에 여분의 고글이나 선글라스를 휴대하기도 한다. 그만큼 설맹에 노출되지 않도록 신경쓰는 것이다. 등반 도중에는 가급적 직사광선이나 눈(雪)으로부터 반사되는 빛을 피하도록 한다. 선글라스보다는 옆이 가려진 보호용 고글을 사용하는 게 좋다. 사용 전에는 자외선 차단율이 100%에 가까운지 확인하고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구매 시 확인하지 못했다면 가까운 안경원에서 알아볼 수 있다.
이종호 원장은 “설맹은 꼭 외국의 고산지대뿐만 아니라 겨울철 국내산을 다니거나 혹은 눈 속에서 장시간 활동할 때에도 걸릴 수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겨울 등산, 스키를 갈 때 선글라스 혹은 고글을 챙겨 눈 보호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