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실 의대 통‧폐합, 부실 의대 방치한 교과부 책임자 제재 촉구
대한의사협회가 최근 서남대 의대 졸업생의 학위 취소와 관련해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의사협회는 21일 발표된 교육과학기술부의 서남대 특별감사 결과에서 의대 부당 학점·학위 수여로 134명의 의학사 학위가 취소된 것과 관련해 ”교과부 및 해당 대학의 부실운영 등 근본적인 문제점은 외면한 채 선량한 학생이 애꿎은 피해자가 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교과부의 의대 졸업생 의학사 취소 조치를 전면 백지화하고 부실 의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교과부는 이날 서남대 특별감사 결과 발표에서 부속병원에 외래 및 입원환자가 없거나 부족해 실제 임상실습학점 이수기준시간을 미충족한 의대생 148명에게 부여한 학점을 취소하고 이에 따라 졸업 요건을 갖추지 못한 134명의 의학사 학위를 취소하는 조치를 내렸다.
의사협회는 “지금까지 서남대 의대의 부실한 교육실태에 대해 지속적인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교과부는 이를 외면했다”며 ”시급한 학교 폐쇄조치는 내리지 않고 뒤늦게 졸업생의 자격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것은 상식에 어긋난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고 비난했다. 또 “교비 횡령이나 학사운영 비리 등 부도덕하고 편법‧불법적으로 학교법인을 운영해 온 설립자 등 학교 측과 이같은 상황을 알고도 방관한 무책임한 교과부 등이 원인을 제공한 격”이라며 “학교와 정부를 믿고 교육을 받은 학생의 잘못이 없음에도 이들의 졸업을 취소하고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몰상식한 조치이며 개인의 행복권을 지나치게 침해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송형곤 의사협회 대변인은 “서남대 의대 졸업생의 학사 학위를 취소하겠다는 것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꼴”이라며 “학위취소 조치를 즉각 취소하고 서남대 의대를 폐과 조치할 것과 소속 학생들의 교육권 보호를 위한 이동교육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이같은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집단소송 등 협회 차원의 강력한 대응을 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사협회는 서남대 의대를 비롯한 부실의대 교육은 학생 개인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인적자원 낭비 등 사회적 반향이 큰 문제로 앞으로 의대 교육여건 및 교육수준 확보 등을 공정하고 엄밀하게 평가해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송 대변인은 “평가기준에 미달하는 의대에 대한 사후관리나 조치가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부실운영을 방치한 정부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며 “국민건강권의 침해가 없도록 부실교육 재발 방지 방안과 부실의대 통·폐합 방안 등 근본적인 대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남대는 의대 부당 학점·학위 수여 외에도 330억 원의 교비 횡령, 대학정보 허위공시 등 불법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홍하 서남대 설립자는 부속병원의 법인기획실을 통해 차명계좌로 교비 330억4800여만원을 횡령한 사실을 비롯해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 지정을 피하기 위해 교직원 25명을 전임교원으로 둔갑시켜 교원 임용률을 조작했으며, 재적생 수를 허위 공시하다 적발됐다. 이에 앞서 이 씨는 1000억원대의 사학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해 구속됐다.
한편 대한전공의협회는 이날 ‘교육과학기술부의 서남대 의대 특별감사 결과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내고 뜻하지 않은 학생과 졸업생의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행정당국의 세심한 주의를 당부했다. 전공의협회는 “다년간 서남대 의대와 부속병원의 부실 사태에 대해 구제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행정 당국에 요청했었다”며 “이번 감사결과로 학생과 전공의들에게 새로운 피해가 발생한다면 협회차원에서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공의협회는 “일선 현장 종사자에 대한 학위취소 논란은 성급한 결론”이라며 “의료의 공익성을 고려할 때 현명한 행정적 절차를 통해 국민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충분히 치유 전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모든 논란의 일차적 책임은 서남대 의대 측에 있고, 학교는 학생과 졸업생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며 “행정당국과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한 일말의 책임의식을 갖고 졸업생과 재학생이 차질없이 국민 건강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