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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기 저체온증·동상·뇌심혈관질환·호흡기질환의 원인과 예방
  • 정종호 기자
  • 등록 2013-01-13 17:52:03
  • 수정 2013-01-16 19: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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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습한데 강한 바람불면 체감온도 떨어져 저체온증 위험 … 혈관수축 따른 뇌졸중·심근경색도 조심

지난해 12월 20일을 기점으로 시작된 한파가 20일 넘게 지속되고 있다. 서울의 평균 기온이 영하 4~5도로 4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전국적으로 기록적인 혹한이 이어지고 있다. 혹한에는 저체온증, 동상(참호족), 뇌·심혈관질환, 호흡기질환 등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

저체온증

저체온증(hypothermia)은 체온이 35도 아래로 떨어졌을 때 우리 몸에 일어날 수 있는 증상들을 일컫는다. 몸에서 생기는 열보다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열이 더 많을 때 일어난다. 똑같이 추운 날씨라도 습하고 바람이 불 때 저체온증에 빠질 확률이 더 높다.

저체온증은 무조건 춥다고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일교차가 크거나 바람이 심하게 불어 체감온도가 급격히 떨어질 때 발생할 확률이 높다. 체감온도는 100m씩 지표가 상승할 때 0.7도(0.5~1.0)씩, 바람이 초속1m씩 강하게 불 때마다 1.6도씩 떨어진다. 체온은 기본적으로 혈액의 온도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인체 각부위 체온의 평균을 일컫는 것으로 통한다. 중심체온은 몸속 가운데의 온도이다. 구강체온과 항문체온이 중심체온에 가깝다. 하지만 재기 불편해서 흔히 겨드랑이 체온과 귓속(고막)체온을 많이 측정하는데 통상 중심체온보다 0.8도 낮다. 평균체온은 36.5도, 중심체온은 37.3도로 기억해두면 편하다.

체온이 갑자기 떨어져 추위를 느끼게 되면 살갗에 있는 핏줄이 오므라들고 몸이 떨리면서 스스로 체내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때 몸을 움직이고 운동을 하는 등 여러가지 조건반사적인 반응이 일어나는데, 피부와 근육이 심하게 떨리면 오히려 땀구멍이 늘어나 체온 유지가 힘들어진다.

이장영 대전 을지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저체온증에 걸리면 체내를 순환하는 혈액의 양이 줄어들고 말초혈관 저항이 높아지며 혈액의 점도도 높아져 혈액순환이 어려워진다”며 “이 때 심장기능이 급격하게 떨어져 심장박동수와 심박출량이 줄어들고, 부정맥 상태를 만들어 심한 경우 심장마비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말한다.

저체온증의 초기 증상으로 심한 오한이 생기는데, 이는 스스로 체온을 높이기 위한 몸부림으로 볼 수 있다. 그러다 체온이 32도 아래로 내려가게 되면 불안감과 초조함에 빠지고 어지럼증과 현기증이 일어날 수 있다. 결국 몸을 가누기 어려워지고 판단력과 시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증상이 점점 심해지면 기억력도 떨어지고 헛소리를 하는 등 의식이 희미해지며, 사지마비가 올 가능성도 있다. 그러다 맥박과 호흡이 느리고 약해지며 정신착란이나 혼수상태, 호흡 중단과 같이 몸의 상태가 악화되면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에 저체온증이 발생한 뒤 1시간 이내에 허탈감에 빠지고, 2시간 이내에 사망에 이르게 된다. 체온이 28~32도일 경우 약 21%, 28도 이하일 경우에는 40% 이상의 높은 사망률을 나타내는 등 치명적이므로 발빠른 조치가 필요하다.

저체온증이 발생한 경우 몸 안의 열을 더 이상 빼앗기지 않도록 하고 바깥에서 열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환자를 따뜻한 곳으로 옮기고 젖은 옷은 갈아입혀야 한다. 또 찬바람을 쏘이지 않도록 막아주고 따뜻한 음료를 계속적으로 섭취하게 하며, 사지를 주물러주거나 여러 사람이 감싸주면서 체온이 오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만약 큰 침낭이 있다면 환자를 따뜻한 두 사람 사이에 눕히고 온몸으로 녹여주는 것이 좋은데, 이는 정상인의 알몸으로 감싸주는 것이 응급상황에서 저체온증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처치법이기 때문이다. 침낭이나 매트가 없을 경우에는 낙엽이나 신문지, 비닐이나 옷 등을 바닥에 깔아 찬기를 막아주어야 한다.

이장영 교수는 “저체온증은 피부 체온보다 몸의 중심체온이 떨어진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므로 피부만 감싼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갑자기 몸을 뜨겁게 하면 오히려 급격한 온도변화에 신체가 적응하지 못할 수 있으므로 몸을 천천히 은근하게 녹여주어야 하고, 상태가 악화되기 전에 가까운 응급의료센터로 후송해 적절한 처치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동상(참호족)

동상은 추운 환경에 노출된 신체 부위가 생리적인 보상기전의 작용이 실패한 경우 조직에 손상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개인차가 존재하지만 추운 환경에 노출되는 기간, 습도, 통풍, 피복, 신체 상태 등이 복합적으로 발생에 관여한다.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한 손, 발, 귀와 같은 말초기관에서 발생하기 쉽다. 대표적인 증상으로 손상부위의 차갑고 창백해짐, 감각저하, 저린 증상, 빨갛게 부어오르는 현상, 수포 등이 나타난다.

동상이 발생하면 초기대처와 응급처치를 잘해야 심한 손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동상이 발생했을 때 너무 뜨거운 물에 동상 부위를 담그면 오히려 화상을 입을 우려가 있다. 춥다고 술을 마시면 오히려 혈관확장으로 몸의 열이 방출돼 저체온증을 초래할 수 있다. 담배를 피우게 되면 혈관수축으로 혈액순환이 방해돼 동상치료를 방해할 수 있다.

뇌·심혈관질환

추운 겨울철에는 내부 온도보다 외부 온도가 훨씬 낮기 때문에 혈관을 도는 혈액이 적어 말초혈관이 쉽게 수축하게 된다. 보통 심장에서 멀고, 혈관이 가늘면서 추위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머리와 손, 발부터 혈관이 수축되기 쉽다. 특히 머리는 차가운 공기에 노출됐을 때 순간적으로 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에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평소 고혈압을 앓거나 뇌졸중, 심근경색의 위험이 있는 사람들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겨울철에 뇌·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외출 시에 모자, 장갑을 반드시 착용하고 보온성이 뛰어난 옷을 입어 몸을 따뜻하게 유지해야 한다. 또한 평소 금연, 규칙적인 운동 등을 통해 적정 혈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호흡기질환

겨울철에는 차가운 공기가 호흡기를 통해 폐 속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천식, 폐렴 등 호흡기질환이 발병하기 쉽다. 호흡곤란을 일으키기도 하는 질병인 폐기종은 날씨가 추울 때 증상이 악화되기 때문에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다. 호흡기질환을 예방하려면 바깥 활동을 자제하고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다. 특히 호흡기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바이러스는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서 전파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호흡기질환은 손을 통해서 전염되기 쉬워 평소에 손을 자주 씻는 게 중요하다. 집안에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환기를 해주는 것도 호흡기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김용재 이대목동병원 뇌졸중센터 교수는 “올 겨울은 유난히 추운 날이 지속돼 우리 신체가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와 함께 각종 질환이 발병하기 쉽다”며 “날씨가 춥다고 움츠리기보다는 가벼운 운동과 함께 건강하게 겨울을 나려는 적극적인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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