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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유가족의 자살위험, 일반인의 3~10배
  • 정종호 기자
  • 등록 2013-01-06 18:44:35
  • 수정 2013-01-10 20:4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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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성민 죽음으로 본 자살의 유형별 원인과 대책

탤런트 고(故) 최진실 씨의 전 남편이자 유명 프로야구 선수였던 조성민 씨(40)가 6일 자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고 조성민과 고 최진실은 프로야구 스타와 톱배우의 결합으로 메가톤급 화제를 불러모았지만 조 씨의 사업실패, 성격차이, 과거문제, 악성 댓글 등의 이유로 최진실씨가 2008년 10월 2일 자살한 뒤, 그의 동생인 최진영씨가 누나의 ‘부재감’을 이기지 못하고 2010년 3월 29일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어 연쇄적으로 조 씨마저 자살에 이르자 의학계는 ‘베르테르 효과’(유명인 자살 뒤 일어나는 연쇄 모방 자살)를 걱정하고 있다.

자살의 가장 흔한 원인은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다. 이와 함께 이혼·사별·가출·별거 등 가정해체, 실직·부도·은퇴·장애 등에 따른 경제적 곤궁, 강해지는 노동강도와 경쟁 스트레스, 사회구조와 시대정신의 급격한 변화 등이 자살을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한다.
우울증은 평생에 한 번 이상 앓을 가능성이 15%에 이를 정도로 흔한 질병이다. 미국 의학계의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자살한 환자의 40% 정도는 이전에도 자살을 기도한 사람이다. 한 번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첫 시도 후 3개월 안에 다시 자살을 기도할 확률이 가장 높다. 우울증 환자 10명 중 1명이 10년 안에 자살로 세상을 마친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자살률을 분석한 결과 남자가 여자보다 자살률이 4배 정도 더 높았다. 하지만 자살 기도율만 살펴본다면 거꾸로 여자가 남자보다 4배 정도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개 40대 후반의 나이에 자살률이 정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자살의 유형은 다양하고도 복잡하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나 검찰조사를 받다가 모욕감을 참을 수 없어 자살했던 기업가나 전·현직 관료처럼 자신의 긍지가 훼손됐을 때 강한 의지로 충동적인 자살을 하는 경우가 있다.
최진실 씨 등 많은 연예인 자살처럼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으로서 그 인기가 추락하거나 빛이 바래고 오히려 악성 인터넷 댓글에 시달려야 할 때 허무함과 우울증의 극단을 달려 죽음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독거 노인은 경제난과 병마, 자식들의 냉대로 목숨을 끊는다. 50대 전후에 회사에서 명예퇴직 또는 구조조정을 당하고 ‘괜찮은 직장’에 재취업하지 못한 나머지 술과 담배로 자신을 학대하고 건강관리를 소홀히하다 소극적인 자살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독거인(다수가 노인)과 실직자, 기러기아빠 등의 자살 또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죽음을 흔히 ‘고독사’라 부르는데 영어 의학용어로 ‘만성화된 자살’(chronic suicide)이라고 한다.
학교에서의 ‘왕따’,학교폭력, 학업스트레스, 부모님의 기대에 못미치는 죄책감 등으로 이뤄지는 청소년 자살은 정서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소외감, 불안감, 절망감 등이 요인으로 지목된다.

자살은 충동적인 자살과 계획적 자살로 나뉜다. 충동적인 자살이 전체 자살의 약30~50%를 차지한다. ‘욱’하는 순간만 잘 넘기면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하므로 주위에서 살펴야 한다. 그러나 자살의 동인(動因)이 충동적인지 계획적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사자(死者)는 말이 없기 때문이다. 설령 분석이 가능하다해도 충동인지, 계획인지 구분하지 못할 복잡한 유형의 자살이 많다.

정신의학자들은 “자살한 사람의 70~80%에서 우울증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될 만큼 우울증과 자살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분투하며 사는 사람은 우울증이 자살의 기저 원인이라는데 크게 동감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빈곤, 질병 등 경제·사회적 요인이 자살의 요인이라는데 더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하지만 경제·사회적 요인이 우울증을 초래하고 누적된 우울감이 자살에 이르게 한다는 것에는 누구가 동의하는 부분이다.자살자 중 우울증과 경제·사회적 요인을 분리해서 생각해볼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오랜 시간 동안 절망감 속에서 자살에 대한 계획해 실행에 옮긴 사람은 자살에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이런 사람들은 평소 우울증 증세를 보이기 때문에 주변인이 이를 미리 포착, 관심과 배려로 죽음을 막을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자살 시도자 중 50% 이상은 자살 시도 이전에 자살에 대해서 스스로 ‘나 죽기 싫다’는 구원의 시그널을 보낸다. 특히 자살을 하겠다는 표현을 하던 사람이 전에 비해서 차분하거나 초조함을 덜 보이는 경우에는 더욱 주의를 요한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극심한 우울증 환자가 퇴원할 때 지나치게 담담한 모습을 보일 경우 퇴원 직후 자살을 감행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며 “충동적 자살은 비극의 순간만 넘기면 생명을 건질 수 있지만, 장기간 계획된 자살은 자살의지가 더 강하고 고질화된 것이므로 주위 사람의 보다 깊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살은 전염된다. 2011년 봄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수재들이 모인 KAIST에서 학교에 대한 불만과 학업스트레스로 연쇄자살이 있었다. 2012년 여름에는 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앞두고 또 몇명의 금융인이 연쇄자살했다. 먼저 자살한 사람의 심경에 깊이 동감하게 되면 마음이 사면초가의 절망감, 죄책감 등 부정적인 마인드에 휩싸여 죽음을 선택하게 된다. 분리독립을 원하는 티벳사람의 연쇄자살처럼 종교적인 신념까지 더해지면 그 불은 매우 끄기 어렵게 된다. 연예인 자살의 경우 망자의 심리상태를 모방·복사하는 청소년을 중심으로 베르테르 효과가 더욱 크므로 주의해야 한다.

윤대현 교수는 “어느 유형의 자살이든 자살 유가족의 연쇄자살이나 삶의 질적 저하에 신경써야 한다”며 “유가족의 자살위험은 일반인의 3~10배에 달하므로 주위사람들이 잘 보살펴줘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빈 씨의 자살 시도도 어느 정도 예견된 만큼 주위에서 관심과 배려로 보살펴야 했었다는 지적이다.
윤 교수는 한국인의 자살 요인과 관련, “‘군중속의 고독’과 ‘경제제일주의에 집착한 삶의 철학 부재’라는 한국사회의 정신적 병폐에 주목한다”며 “빈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의 마음이 외롭기에 ‘멘탈’(자기만의 삶의 철학)이 붕괴하고 힐링만을 추구하고 관련 상품이 인기를 얻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사회안전망이 더 강화됐음에도 한국인의 삶의 소프트웨어는 망가지거나 실종됐고, 보다 더 많이 가지는 것만이 불안감을 해소하는 길이라고 믿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배금주의에 매몰되고 이를 충족시키지 못한 경우 우울증에 빠지는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다”며 “이를 해결해야 우울증과 정신적 스트레스가 줄고 자살률도 떨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자살이 빈부양극화 등  사회적 원인에 의한 것이라는 식으로 지나치게 부각시키면 자살의 당위성을 인정하는 꼴이 돼 위험하므로 사회적으로 정신질환을 예방하고 조기치료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사전 징후
1. 이유 없이 우울해하거나 슬퍼한다.
2. 삶의 의욕이 사라져 뭘 해도 기쁨이나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다.(무력감·절망감 호소)
3.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식욕이 지나치게 감퇴 또는 증가한다.
4. 표정과 언행에서 활력이 없거나 위축된 모습을 보인다.
5. 부쩍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 자살에 대해 농담한다.(“끝내버리고 싶어”와 같은 언급)
6. 자살에 관한 책이나 관련 약물에 대한 정보를 궁금해하거나 관련 약을 사모은다.
7. 어떤 날은 기분이 매우 좋고 어떤 날은 심하게 우울해지는 등 감정의 기복이 크다.
8. 사소한 복수에 연연하는 등 화를 주체하지 못한다.
- 운전을 험악하게 하거나, 불법적인 약을 복용하는 등 위험하고 파괴적인 행동을 한다.
9. 갑자기 침착해진다.(자살을 결정하면 차분해진다)
10. 갖고 있는 물건을 남에게 줘버린다.
11. 자살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다.(유언장을 쓴다)
12. 학교생활, 인간관계, 직장생활, 이혼, 재정적 문제 등으로 삶의 위기에 몰린다.
자신이나 주위사림이 이런 징후를 보이면 병원을 찾아 상담하는 게 좋다.

타인의 자살충동이 느껴질 때 지켜야할 수칙
1. 혼자 두지 마라. 주변에 총, 칼, 약처럼 자살에 사용될 수 있는 물건들이 방치돼 있을 땐 더욱 위험하다.
2. 감정을 표현하게 하고 그 감정을 수용한다. 시선을 마주하고 손을 잡고 대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 자살이 옳은지, 나쁜지 등 논쟁하지 않도록 한다.
- 억지로 무언가를 하도록 다그치지 않는다.
- “왜 그러냐”고 묻지 않도록 한다.(이런 자세는 상대의 심리상태를 방어적으로 만든다).
- 상대를 동정하지 말고 공감하도록 한다.
- 쇼크를 받은 듯이 행동하지 않는다. 이런 태도는 거리감을 만든다.
- 해결 대안이 있을 것이란 희망을 주도록 한다.
- 주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 자살계획을 면밀하게 세워뒀는지 대화를 통해 알아둔다.
3. 비밀 보장을 약속하지 않는다.
- 가족이나 도와줄 사람을 찾아 알려야 한다.
4.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혼자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119나 지역응급센터, 의사, 경찰, 다른 사람에게 전화해 도움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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