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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노인환자 11년새 8배 증가, 의료·사회적 비용 부담과 대책은?
  • 정종호 기자
  • 등록 2012-12-30 04:49:26
  • 수정 2012-12-31 13: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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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매 노인환자 증가로 간병인 불안증·우울증·살인·직장포기 등 가정파괴 심각한 사회문제 대두

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16일 노인 치매환자가 지난 11년간 8배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보사연의 ‘노인 의료 이용 증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에 병원에서 치매로 외래진료를 받은 65세 이상 노인은 1999년 10만명당 평균 8.2명에서 2010년 66.4명으로 11년새 8.1배로 늘었다. 2020년에는 10만명당 172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 기간 노인 치매 외래환자의 연평균 증가율은 25.4%에 달했고 치매와 연관이 있는 파킨슨병도 14.6%나 늘었다. 치매는 결장·직장암(9.0%), 간암(8.3%), 요추추간판장애(허리디스크·6.6%), 당뇨병(6.3%) 등 20개 주요 노인질환 중 증가율 1위를 차지했다. 이렇게 노인치매 환자가 급증하는 이유는 평균수명 연장으로 노인들이 많아진데다 치매를 유발하는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뇌졸중, 비만이 증가하고 과도한 음주와 흡연으로 뇌가 서서히 장기간에 걸쳐 손상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보건복지부 추산 현재 치매 노인은 53만명이다. 이는 전체 노인인구 589만명의 9%를 차지한다. 85세 이상은 50%가량이 치매였다. 이런 추세라면 65세 이상 치매 노인이 2020년에 75만명을, 2025년에 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20개 노인질환 가운데 노인들이 가장 오래 병원에 입원한 병도 치매와 파킨슨병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기준 65~74세 치매 노인 환자의 평균 재원일수는 120일(4개월)에 달했다. 특히 75세 이상의 경우 치매로 평균 149.3일(약 5개월) 동안이나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파킨슨병(65~74세 35.5일, 75세이상 82.1일), 대뇌혈관질환(43.5일, 65.9일), 당뇨병(20.8일, 38.5일) 순으로 재원일수가 많았다.

입원 환자 증가율도 치매가 1위였다. 치매로 입·퇴원한 환자는 1999년 연간 인구 10만명당 137명에서 2010년 841.5명으로 6배(24.6%)가 늘었다. 2020년에는 10만명당 평균 172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사연은 추정했다. 치매 다음으로 노인 입원환자 연평균 증가율이 높은 질환은 파킨슨병(22.1%)이었고, 관절증(21.0%)과 결장·직장암(12.5%), 급성 상기도감염(11.0%)이 3~5위를 기록했다.

1인당 연간 치매 관련 진료비는 2010년 기준으로 연간 31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뇌혈관질환 204만원, 심혈관질환 132만원, 당뇨병 59만원, 고혈압 43만원, 관절염 40만원보다 월등히 비싼 것이다. 간병비와 정기적인 검사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집계한 연간 치매 관련 연간 진료비는 2002년 560억8000만원에서 2010년 81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이런 비용을 포함한 ‘치매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이 2010년 8조7000억원에 달했고 10년 뒤인 2020년에는 19조원, 2030년 39조원, 2050년 135조원 등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치매 치료비 및 간병비 부담도 크지만 가족은 장기간 계속되는 간병으로 인한 피로와 정상적인 사회생활 포기, 이를 견디다 못해 저지르게 되는 이른바 ‘간병 살인’, 치매 환자의 폭언과 이상행동에 의한 가정파괴, 치매노인의 자살 등이 점차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대한치매학회가 평균 5시간 이상 치매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7명이 직장을 그만뒀고, 51명은 근로시간을 줄였다. 10명중 8명이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포기한 셈이다. 이 때문에 치매환자 보호자들은 우울증, 불면증, 폭력적 성향 등으로 정신적 상처를 깊게 입기도 한다.

한국이 고령화사회에 접어들면서 치매로 인해 부부가 동반자살하거나, 치매에 걸리지 않은 배우자나 자식이 치매노인을 살인하는 사건이 늘고 있다. 제대로 집계되지 않고, 언론에 모두 보도되지 않아서 그렇지 연간 10여건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일본의 경우 치매 노인이 3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병 수발에 지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간병(看病) 자살’이 연간 300건을 넘는다고 한다. 또 일본내 간병 살인은 연간 40~50건, 간병하다 결혼·취직 못하고 궁핍하게 홀로 사는 ‘간병 독신’은 수십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해결책은 전문의료인력과 간병인의 확충이다. 또 요양시설에 환자를 집단 수용해 치료하는 것보다 집에서 간병인이 돌보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전문가의 견해도 나오는 만큼 국내서도 보완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국내서는 치매환자의 약 72%를 가족이 돌보는 실정이다.
이밖에 절대 환자수가 많지는 않지만 40대, 50대 치매 환자가 2005~2010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점, 장기요양보험에서 매기는 치매 노인에 대한 장애등급 판정이 조사자에 따라 자의적이고 시골이 도시보다 낮은 등급(3등급)을 받아서 혜택을 많이 받지 못하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치매는 완전 예방이 어려운 질환이다. 하지만 육식 위주의 서구식 고지방식을 줄이고, 금연·절주하며, 1주일에 3일이상 하루 30분이상 약간의 땀이 날 정도로 꾸준히 운동한다면 충분히 최소화할 수 있다. 현재 주로 쓰이는 치매치료제는 뇌내 아세틸콜린(부교감신경계 신경전달물질)의 활성도를 높여 치매 증상을 완화시키거나 진행을 더디게 할 뿐이지 예방하거나 근치시키지는 못하는 한계다. 한마디로 치매의 유발요인 중 지엽적인 것을 콘트롤할 뿐이다.

치매 중에서도 더 비중이 높고 난치성인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하기 위해 치매유발물질인 뇌내 독성단백질(베타 아밀로이드)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항체를 만들어 독성단백질을 무력화하는 신약(치매백신)의 개발이 한창이다. 또 지금보다 훨씬 뚜렷한 뇌 영상사진을 통해 이제 막 시작되는 치매를 조기에 발견해 진행을 지연 또는 차단하는 진단 및 치료법도 2~3년 안에 보편화될 전망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이 2011년에 전국 65세 이상 노인 1만665명의 인지기능을 검사한 결과 65세 이상 노인의 28.5%, 85세 이상의 67.1%가 인지기능 저하(의심) 판정을 받았다. 인지기능 저하자 중 집안일이나 걷기·외출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치매 고위험군에 해당되기 때문에 비록 지금의 치매치료제가 완벽하진 못하더라도 조기에 투약·치료해야 치매가 급격히 진행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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