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고

Top
기사 메일전송
전체뉴스
외도는 예방될 수 있다
  •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등록 2012-12-22 16:05:03
  • 수정 2013-01-30 02:52:06
기사수정
  • 외도는 이미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된다

잔소리가 심한 아내와 함께 사는 남편들은 ‘협심증’에 걸릴 위험이 4배나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성경에도 다투며 성을 내는 아내와 함께 사는 것보다는 광야에서 초가를 짓고 차라리 혼자 사는 것이 더 낫다는 구절이 있을 정도이다. 다시 태어나면 현재의 남편과 아내와는 절대로 같이 살고 싶지 않다고들 한다. 

진료실에서 여의사로서 느낀 것은 10여년전과는 달리 외도를 너무도 쉽게 생각하는 성향이 있다. 일상을 탈피하는 돌파구로, 중년기 우울감을 극복하는 항우울제로, 삶의 활력을 더하는 비타민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나를 이해해주고 받아들여주는 연인을 만난다면 지금 이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텐데”, “사랑의 묘약만한 정신적 스트레스 치료제가 있을까”하는 기대감으로 이성을 소개받는다.

이렇게 ‘행복한 불륜’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애인으로만 머물 수밖에 없는 비극’이 아니라 오히려 ‘자발적으로 선택한 라이프스타일’이라고 받아들인다. 부부지만 점점 남남처럼 사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이중생활’이 훨씬 수월해지고, 겉으로는 ‘가정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부부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는 원동력을 밖에서 찾는다. 각자의 문제를 알아서 해결하기 위해 서로 모르는 한도에서 ‘외도’를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

외도는 예방될 수 있다. 외도의 전조증상들을 얼마든지 캐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우자가 “내 인생이 답답해 죽겠어! 해결될 방법이 없을까?”라든지, “당신은 왜 내 마음을 몰라주는 거야, 나와 말이 안통해”라고 속상해한다면 배우자가 “나 힘드니까 다른 사람과 바람필지도 몰라”라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과 다름없다.

외도는 최대한 예방돼야 한다. 외도는 당사자도, 당사자의 가족도, 상대방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정도의 커다란 파장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다윗의 외도는 불명예스럽게도 많은 분량으로 성경에 기록돼 있다. 다윗왕마저도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외도를 향한 ‘유혹’은 잠깐동안 판단력이 흐려져서가 아니라, 외도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시작된 마음의 공허함에서 비롯된다. 다윗왕이 전쟁을 나가지 않고 홀로 거닐다가 밧세바를 보았을 때, 그녀의 남편까지 살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감히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어디까지 외도로 볼 것인가

어디까지 외도로 볼 것인가? 이 질문은 마치 혼전 성관계를 어디까지 정당하게 볼 것인가라는 질문과 연관 깊다. 삽입만이 성관계인가?  아니면, 성기 삽입 없는 모든 행위(오럴섹스 등)를 ‘순결’하다고 할 수 있을까. ‘간통’의 기준이 법적으로 ‘성기 삽입’이라고 한다면 성생활에 익숙한 유부남과 유부녀의 데이트는 하루만에도 순식간에 섹스로 이어지기 쉽다.

외도를 예방하기 위해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 중 한 분은 남자와는 단둘이 자동차를 타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개인마다 다른 원칙이 적용되겠지만, 공개적인 장소 이외에 둘만의 비밀스러운 만남을 가지기 시작한다면 이미 ‘외도’의 첫걸음이 시작될 가능성이 많다. 얼마전 “사랑해”라고 문자를 보낸 것이 외도인가 하는 판결에서 ‘외도’라는 결론이 내려진 것처럼 육체적인 결합만이 외도라고 볼 수는 없다. 

외도가 비타민이 된 사회라는 표현을 본 적이 있다. 대중매체에서도 ‘불륜 드라마’가 쏟아지면서 외도가 너무나도 익숙한 장면이 되어버렸다. 진료실에서도 “남자 중 바람 안피우는 사람 있는 줄 아세요? 애인 없는 남자는 바보라고요!”하면서 오히려 여의사인 나를 호통쳤던 남편들을 상당수 만났던 기억이 있다.

심지어 바람피우는 남편 때문에 속상해했던 부인을 상담한 적이 있는데, 남편이 한번 같이 찾아와서 “요즘 바람 피우는게 죄에요?  다들 피우는데…. 저는 이번 말고도 앞으로도 또 바람피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주장해 필자가 잠시동안 할 말을 잃었던 기억이 난다. 이 반응이 일반적인지에 대해서 다른 남자 의사 동료들에게 물어봤는데 모두들 불편하지만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외도에 대한 사회적 반응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남자들의 세계에서 이야기를 조금만 나누어 봐도 알 수 있다. 공식적인 자리에도 자신의 애인을 대동하거나 친구들에게 떳떳하게 소개하며, 그럴듯한 애인이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당연시된 외도가 우리들에게 해가 되지 않는 한도에서는 필요악이라고 봐야 하는지 되묻고 싶다. 한 남편은 진료실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적 있습니다. “불륜이 아름다울 수 있는 조건이 무엇인지 아세요. 불륜에 책임이 따를때 아름다운 겁니다.” 그는 자신의 불륜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애인에게 책임을 다한다고 했으니, 우리는 과연 그 남자를 칭찬해야 하는 걸까?

결혼은 은밀한 외도와 함께 해야 유지되는 일부일처제

성적 매력이 토대로 된 결혼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이전에는 경제적 결속과 자녀 양육이 결혼의 토대였다. 18세기 무렵이 되어서, 우리나라는 더 늦게, 처음으로 연애결혼이 등장했다. 따라서 성적 매력을 토대로 한 결혼에서 부부의 성생활이 빠지면, 그 관계는 문제가 생기게 되고, 상대방의 외도는 결혼관계가 끝나는 것임을 의미한다.

그래서 결혼은 ‘은밀한 외도와 함께 하는 일부일처제’로 성공적으로 진화했다. 결혼의 틀을 깨뜨리지 않고 ‘상대 배우자가 모르는 범위’에서는 어느 정도 허용되는 제도가 되어버렸다는 이야기이다. 안정감을 주던 배우자와의 관계는 갑자기 그 가치를 잃고 정열적인 새로운 상대와의 섹스는 ‘진짜 사랑’을 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게 문제다.

새로운 상대와 나누는 섹스가 적극성을 띠는 것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원인이다. 도파민은 기분이 좋아지고 의욕과 창조력을 극대화시키기 때문에 새로운 자극이 커질수록 도파민 분비가 활발해지고 행복감을 느끼게 되어 일종의 도취상태가 되는 것이다.

현대사회가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환경이 점점 줄어들수록 정복해야 할 대상이 ‘낯선 사람과의 섹스’가 되어가는 것도 그 이유다. 새로운 것만 찾으려 들고, 오래된 익숙한 것에 대한 가치는 점점 떨어뜨리게 된다. 자꾸 새것으로 대체될 수 있는 세상에서 남편과 부인 갈아치우기도 그만큼 편해졌다고나 할까?

외도는 일종의 항우울제 역할

사랑을 너무나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외도가 생겼다고 봐야 한다. 열정적인 사랑이 모든 것을 해줄 수 있는 것 같은 메시지가 외도에 작용한다. 마치 하나의 종교처럼 저 사람만 있으면 모든 일이 해결될 것 같고, 종교나 국가가 해주지 못한 문제들까지도 우리의 사랑으로는 다 극복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 일종의 ‘미신’과 같은 힘이 솟아난다.

남자는 자신의 자손을 퍼뜨리려는 ‘진화론적 유전자’로, 여자는 자신과 자신의 자손을 보호해줄 ‘강한 남성을 찾는 프로그래밍’으로 요약되는 학설은 불륜을 합리화시키고 있다. 유전자와 호르몬이 외도에 커다란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면서 불륜을 저지르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단 말인가?

사랑의 감정으로 휩싸임으로써 무기력해지고 활동력이 없어지는 자기 자신을 스스로 자극하는 방편으로, 일종의 항우울제로 외도를 활용해도 된단 말인가. 실제로 섹스중독이나 빈번한 외도로 진료실을 찾는 사람들 가운데 많은 이가 불안과 우울의 점수가 높다. 이들은 대다수가 고학력자로 성공지향적인 삶 가운데 자신 내부의 공허함을 채우려는 시도로 외도를 선택하고 있다.

이기심을 벗어난 사랑만이 외도의 예방

결혼한 남녀가 애인을 두는 것이 ‘해’보다는 ‘득’이 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은밀한 만남을 기피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싶다. 외도를 합리화하는 모든 변명들은 남을 위하는 마음보다는 자신만을 위하는 이기적인 마음에서 출발하고 있다. 결혼서약때 맹세한 바와 같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상대 배우자를 고려하는 이타주의적인 마음이 있다면 침대를 다른 이성과 나누지 못할 것이다.

나의 배우자를 안쓰럽게 생각하고 도우려는 마음, 한 배를 탄 인생의 내 편이라는 결심은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니다. 사실 우리의 본능과 억지로 역행해야 하는 ‘의지’가 동반돼야 한다. 인연은 좋을 때만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상대가 편안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함께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지킬 수 있다. 자꾸 반복되는 다른 이성에 대한 집착이 있다면 결혼 자체나 배우자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심리상태를 살펴보고 외도를 예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0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부광약품
동화약품
존슨앤드존슨
탁센
동아ST
한국다케다제약
사노피
동국제약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차병원
신풍제약주식회사
정관장몰
한국화이자
한국아스트라제네카
휴온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