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대정부 투쟁 로드맵에 따라 지난 24일 ‘토요일 휴진’을 강행한 결과 전국 동네 의원 2곳 중 1곳이 동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협이 정부의 의료정책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주도한 집단행동이었지만 실제 체감 불참률은 높지 않아 의협의 고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26일 “전체 동네 의원 2만 7000여곳 중 5600곳을 무작위로 조사한 결과 51.7%가 이날 진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협은 지난 20일 보건복지부에 △수가결정구조 개선 및 수가협상 거부권 명시 △총액계약제 추진 중단 △성분명처방 추진 중단 △포괄수가제 개선 등 7가지 요구안을 전달했으나 복지부가 협의 의사를 보이지 않자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주 40시간 근무, 토요일 휴진, 주중 휴진, 지역의사회별 비상총회 및 궐기대회 개최, 12월 17일 전면 휴·폐업 돌입 등을 포함한 투쟁 로드맵을 확정했다.
지난 24일 토요일 휴진투쟁은 경상북도의 경우 87%를 기록해 가장 높은 참여를 보였지만 참여율이 가장 낮았던 광주의 경우 14%로 지역별 차이가 컸다. 전국 시·도 및 시·군·구 등 지역의사회별로 휴진투쟁에 참여하는 비율의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나 향후 투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4일 의협이 조사한 휴진 참여율은 △경상북도 87% △강원도 82% △충청남도 74% △충청남도 74% △인천 63% △대구 60% △충청북도 59% △전라남도 56% △부산 53% △경상남도 52% △전라북도 45% △경기도 43% △서울 36% △광주 14% 등 순이었다.
전문과목별 참여율도 극과 극에 달했다. 내과, 외과, 가정의학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등은 80~90%의 비교적 높은 휴진참여율로 투쟁에 참여했지만 산부인과, 정형외과, 소아청소년과 등 입원환자가 있는 의료기관은 정상진료를 하는 비율이 높았다.
이와 함께 소신있게 집단휴진에 동참하거나 정상진료를 선택하는 곳도 있던 반면 주변 의료기관의 눈치를 보며 진료를 강행하거나 오전까지만 진료한 의료기관도 있었다.
서울의 한 정형외과병원 원장은 “의협이 주장하는 투쟁의 필요성에 동감하지만 직장인 환자 예약이나 인근 환경을 고려해 당장 휴진을 결정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이같은 상황만 아니라면 앞으로 계획된 투쟁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집단휴진 결과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한 지역의사회장은 “의협이 조사한 휴진 참여율보다 체감하는 참여율은 낮았다”며 “첫 번째 집단휴진이 갖는 상징적 의미가 큰 만큼 향후 휴진 참여율은 첫 번째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상반되게 의협 비대위는 갑작스런 휴진투쟁 결정과 짧은 준비기간에도 많은 의료기관이 참여해 고무적이라는 입장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이번 토요휴무에 동참하지 못한 의료기관의 절반 이상은 이미 예약된 환자와 사전 공지 부족으로 부득이하게 동참하지 못했다”며 “오는 12월 1일 토요휴무 투쟁에는 최소 70%이상의 참여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지난 24일 제2차 회의를 개최해 투쟁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성공적인 투쟁 로드맵 진행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했다. 이와 함께 성공적인 투쟁을 위해 ‘환자 위한 최선진료 국가가 보장하라’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용민 비대위 대변인은 “이번 토요일 휴진 투쟁은 올바른 의료제도 정착을 위한 대정부 투쟁의 첫 단추에 불과하지만 향후 투쟁 로드맵에 따라 차근차근 투쟁강도를 높일 것”이라며 “정부가 의료계의 투쟁에 진정성 있는 협의 의사를 보이지 않는다면 12월 17일 예정된 전면 휴·폐업 일정을 앞당겨 강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