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의 인슐린 분비리듬과 가장 가깝게 혈당을 조절해주는 당뇨병 치료제로 주목을 받고 있는 DPP-4억제제에 메트포르민을 복합한 약들이 잇따라 나와 이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과 한국릴리는 지난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DPP-4억제제인 트라젠타(성분 리나글립틴)과 메트포르민을 혼합한 ‘트라젠타듀오’의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 이로써 한국MSD의 DPP-4억제제인 자누비아(성분 시타글립틴)와 메트포르민을 혼합한 한국MSD의 ‘자누메트’, 한국BMS의 DPP-4억제제인 온글라이자(성분 삭사글립틴)와 메트포르민 서방정을 혼합한 한국BMS의 ‘콤비글라이즈 XR’ 등 3대 복합제품이 경쟁을 벌이는 구도가 펼쳐진 전망이다.
지난 6월 출시된 트라젠타는 국내 급여를 받은 DPP-4억제제 계열 중 유일하게 신기능, 간기능 저하에 따른 용법용량 조절 없이 모든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투여가 가능한 장점을 갖고 있다.
3가지 주요 임상시험 결과가 이 복합제의 효과를 뒷받침했다. 대표적인 연구는 메트포르민과 트라젠타 두 제제의 초기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시험으로 치료경험이 없거나 기존 메트포르민 단독요법으로 불충분하게 혈당이 조절되던 환자군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그 결과 트라젠타(5㎎/일)와 저용량 메트포르민(1000㎎/일) 또는 고용량 메트포르민(2000㎎/일)을 병용 투여한 결과 6개월 치료시 베이스라인(치료 시작전) 대비 최대 1.7%의 혈당 감소효과가 나타났다.
특히 베이스라인의 당화혈색소(HbA1c)가 11% 이상(평균 HbA1c가 11.8%)으로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군에서는 최대 3.7%포인트의 강력한 혈당 강하효과를 보였다.
이밖에도 설포닐우레아와 메트포르민 병용요법에 트라젠타를 추가했을 때의 임상효과와 메트포르민 단독요법으로 조절되지 않는 환자에게 트라젠타를 추가했을 때의 효과에 대한 임상자료가 함께 근거자료로 제출됐다.
트라젠타듀오는 국내에서 2.5㎎/500㎎(리나글립틴/메트포르민), 2.5㎎/850㎎, 2.5㎎/1000㎎ 등 3가지 용량이 허가됐다. 트라젠타 5㎎의 정당 보험약가는 831원이며 이들 3가지 복합제의 정당 보험약가는 내년초에나 결정될 전망이다. 트라젠타 복합제는 지난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5월 유럽 의약품감독국(EMA)에서는 ‘젠타듀에토’라는 이름으로 승인을 받았다.
DPP-4억제제+메트포르민 복합제 중 자누메트는 하루에 두번 복용해 약물 복용 순응도가 떨어지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왔다.
콤비글라이즈는 내부의 서방형(徐放型) 메트포르민을 외부의 속방형(速放型) 삭사글립틴이 코팅하고 있는 형태라 혈당조절이 용이하며 하루 한번 먹어도 되는 게 장점이다.
콤비글라이즈의 삭사글립틴/메트포르민 함유량은 각각 5㎎/500㎎, 5㎎/1000㎎인 두가지 제품이 나왔으며 보험약가는 정당 850원으로 동일하다. 이는 삭사글립틴 단일 성분인 ‘온글라이자정’의 정당 보험약가가 850원인 것에 비해 경제적이다.
자누메트는 시타글립틴/메트포르민 함유량은 각각 50㎎/500㎎, 50㎎/850㎎, 50㎎/1000㎎인 3가지 제품이며 보험약가는 525원, 550원, 580원으로 큰 차이가 없다. 참고로 자누비아 50㎎의 정당 보험약가는 680원, 메트포르민 서방정의 정당 보험약가는 90원 수준으로 복합제의 약값이 더 싸다.
여기에는 자누비아(한국MSD), 가브스(한국노바티스), 제미글로정(LG생명과학), 트라젠타정(베링거인겔하임) 등 DPP-4억제제의 경쟁적인 출시로 비슷한 효능 효과를 가진 제품들이 시장에서 포화현상을 일으키자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는 고육지책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아울러 DPP-4억제제가 생체리듬에 맞춰 자연스럽게 혈당을 조절하긴 하되, 절대적인 혈당강화능력이 기존 메트포르민이나 설포닐우레아제 계열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복합제를 통해 이를 보완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고 다수의 당뇨병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