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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량신약으로 침체된 제약시장 돌파구 찾기
  • 정기욱 기자
  • 등록 2012-11-15 00:54:45
  • 수정 2012-11-26 19: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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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어붙은 제약시장에 정부의 저조한 지원··· 개량신약으로 생존 찾고 고부가신약으로 성장엔진 다져야

한미약품을 필두로 ‘개량신약’에서 성공신화를 일군 국내제약업체들이 약값인하와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등 악화된 사업환경 속에서 개량신약 개발로 매출상승에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하기 위해선 오리지널 신약개발에 도전해야 고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지만 우선 당장은 개량신약으로 돈을 벌어야 회사생존과 신약개발 밑천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개량신약, 개발기간 짧고 연구비용 적게 들어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이 최근 발간한 ‘2012 한국제약산업 연구개발 백서’에 따르면 신약은 평균 9.0년의 연구개발기간이 소요된 반면 개량신약은 평균 3.9년 정도로 신약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신약(국내 시판용이 대부분)의 연구개발 비용은 한 품목당 187억2000만원이 투자된 반면 개량신약은 31.5억으로 신약의 5분의 1수준이었다. 제약사들이 신약보다 개량신약개발에도 공을 들이는 이유는 개발기간이 짧고 연구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더욱이 글로벌 신약개발은 10~15년이 소요되고 3500억원 이상이 들 것으로 추산돼 국내 제약사들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개량신약 23개사 64개에 불과

 

국내 주요 연구개발중심 제약기업 가운데 23개사가 총 64개의 개량신약 개발에 성공하고 기업당 평균 2.8개의 개량신약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약효군별로는 고혈압 약물(10개, 15.6%)과 심혈관질환 치료 약물(10개, 15.6%)이 주를 이뤘고, 진통·마취제 약물(7개, 10.9%), 비만치료제 약물(6개, 9.4%), 면역조절제 약물(5개, 7.8%) 순이었다.
개발성공 주요 개량신약들의 개량유형을 분석한 결과 국내 주요 연구개발중심 제약기업들은 구조변형(19개, 29.7%)과 신규복합(16개, 25.0%), 제제개선(16개, 25.0%)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기업별로는 한미약품이 총 8개로 가장 많은 개량신약을 보유하고 있고, 다음으로 대웅제약 안국약품 SK케미칼이 각각 6개 품목, 지엘팜텍과 한림제약이 각각 4개 품목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도별로는 2007년과 2011년에 다수의 개량신약 허가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개량신약에 대한 정부투자는 저조한 편

 

전체 개량신약 관련 연구개발 투자비 총액에서 제약사의 투자비가 전체 연구개발 투자비의 95.9%를 차지했고, 정부의 연구개발지원은 4.1%에 불과했다.
주요 연구개발중심 제약기업들이 개발한 64개 개량신약 품목 가운데 42개 품목에 대한 기업과 정부의 연구개발투자비를 분석한 결과, 11개 품목이 정부 지원을 받았다. 개발에 성공한 신약의 경우 30개 품목 가운데 총 17개 품목(56.7%)이 연구개발 과정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개량신약에 대한 정부지원은 신약과 비교해 저조했다.
연구개발비 정부지원을 부처별로 살펴보면 보건복지부(6개 품목, 54.5%)의 지원이 과반수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지식경제부가 3개 품목, 교육과학기술부와 중소기업청이 각각 1개 품목씩 연구개발과정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개량유형별로는 살펴보면 신규복합(4개, 36.4%)과 제제개선(4개, 36.4%)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이어서 구조변형(2개, 18.2%), 제형변경(1개, 9.1%) 순이었다. 이 중 제제개선 분야가 품목당 평균 70억5000만원(제약사 투자), 7억원(정부 투자)이 투자돼 다른 개량 유형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비용이 투입됐다.
11개 품목과 관련, 제약사의 개량신약 연구개발 투자비는 한 품목당 평균 31억5000만원으로 나타났고, 이와 별도로 정부 지원 연구개발 투자비는 평균 5억7000만원으로 집계됐다.

 

개량신약개발로 매출 증대 기대

 

한미약품은 매출 가운데 개량신약 비중이 2008년 12.3%(686억원)에서 지난해 약 20%(1015억원)까지 올랐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이 중 가장 큰 효자는 고혈압치료제인 ‘아모잘탄’이다. MSD의 고혈압치료제 ‘코자’(로사르탄칼륨, Losartan potassium)와 한미약품의 고혈압 개량신약 ‘아모디핀’(암로디핀 캄실산염)을 섞어 만든 것이다.  MSD는 아모잘탄의 효능을 확인하고 이를 역수입해 동일한 복합제 ‘코자 엑스큐’로 국내외에 시판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아모잘탄은 외국제약사가 개발한 오리지널약을 국내제약사가 혼합·개량해 더 효과가 좋은 약을 만든 사례다.
한올바이오파마는 ‘레지스테인(Resistein)’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개량신약을 만들고 있다. 이 기술은 기존 바이오의약품 화학식에서 아미노산 1~2가지를 선택해 다른 아미노산으로 치환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오리지널약과 거의 동일한 물질 특성을 유지하면서 효능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이 회사는 류머티스관절염 치료 개량신약 ‘HL036’, C형 간염 치료 인터페론개량신약 ‘HL143’에 대해 미국 내 특허등록과 임상 2상을 마쳤다.
대웅제약은 고지혈증 치료제인 로수바스타틴과 고혈압치료제인 올메사르탄의 복합개량신약을 개발 중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크레스토’의 성분명으로 알려진 로수바스타틴(Rosuvastatin)은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는 ‘HMG-CoA 환원효소 저해제’ 또는 ‘스타틴’이라 부르는 혈중 지질 저하제이다. 올메사르탄(Olmesartan)은 일본 다이이찌산쿄가 개발한 혈압강하제로 대웅제약이 국내 판권을 갖고 ‘올메텍정’이란 이름으로 시판 중이다. 대웅제약의 매출 1위 품목인 올메텍은 2011년 매출 736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0.4%를 차지한 초거대 품목이다. 따라서 가장 강력한 콜레스테롤 저하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평가받는 로수바스타틴과 올메사르탄을 복합할 경우 심장병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을 공유하고 있는 복합 만성 성인병 환자를 대상으로 폭발력을 갖는 처방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량신약 개발해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특허권 등 선점해야

 

지난 9월 종근당과 CJ제일제당,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아벤티스(Sanofi-Aventis)를 상대로 제기한 항혈전 복합제 특허무효심판 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지난해 말 종근당 등 3개사는 항혈전제로 사용되는 ‘클로피도그렐’과 ‘아스피린’을 섞어 만든 개량신약를 허가받았고, 이번에 특허무효심판에서 이김으로써 국내에서만은 개량신약의 특허권을 지킬 수 있게 됐다.
사노피아벤티스는 같은 성분을 사용한 복합제를 개발하고 관련 특허도 취득했지만 국내에서는 해당 제품을 허가받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국내 업체 3곳은 사노피아벤티스의 복합제 특허를 인정할 수 없다며 무효심판을 제기했고 특허심판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앞으로 사노피아벤티스가 국내 업체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사전에 차단된 것이다.
이와 반대로 외국계 제약회사가 국내회사에 개량신약과 관련해 소송을 건 경우도 있다. 한미약품은 현재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의 위식도역류질환치료제인 ‘넥시움’을 개량해 만든 ‘에소메졸’로 미국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넥시움이 ‘에스오메프라졸 마그네슘’ 성분으로 돼 있지만, 한미약품은 마그네슘(Mg)을 스트론튬(Sr)으로 치환해 효능을 개선한 제품이다. 그러나 아스트라제네카가 한미약품을 상대로 특허침해소송을 걸어 미국 식품의약국(FDA) 시판을 목전에 두고 소송을 진행 중이다. 두 사례는 개량신약개발도 중요하지만 특허·법률·제품에 대한 사전조사 등이 준비돼야 무난히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개량신약이냐 VS 오리지널신약이냐

 

세계적 바이오기업 제넨텍 출신의 조셉 맥크래켄(Joseph McCracken) 로슈(Roche) 글로벌 총괄사장(파트너링 사업개발 담당)은 “과학이 먼저, 비즈니스는 그다음(Science first and the Business second)이라는 철학으로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인내심을 갖고 연구·개발에 긴 안목의 투자를 하면 한국도 충분히 글로벌 바이오기업을 키울 수 있다”고 지난 6월 방한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는 분명한 목표 설정, 선택과 집중 전략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유도미사일처럼 암세포만을 골라서 박살 내는 표적 항암제 △암 백신 △유전자 분석에 기반한 개인형 맞춤치료의 세 가지 분야를 앞으로 초대형 블록버스터가 나올 유망 분야로 꼽았다.
개량신약에 대해 흥미도 없고 오리지널 신약의 고부가가치 전략을 추구해온 다국적 제약사 CTO(최고기술경영인)다운 견해라 한국적 상황에선 의미가 없다고 폄하할 수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수년전부터 바이오베터 개발에 몰두해 온 H제약사의 K대표는 “국내용 신약개발에 200억원 가까이 들지만 바이오베터도 그에 못지 않은 비용이 들고, 바이오시밀러나 바이오베터가 장치산업인 이상 초기 투자가 많이 들고, 글로벌 시장에서 잘 통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요즘에 와선 회의적”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최근 오리지널신약만이 해답이라는 쪽으로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연 매출 700억원대인 K제약의 L모 연구소장은 “신약개발을 하고 싶어도 우선 당장 밑천이 부족하기 때문에 개량신약으로 기초자금을 번 후 오리지널신약 개발에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며 “리스크가 매우 높은 신약개발만 고집하기 보다는 한국 제약기업의 특성상 개량신약과 신약에 적절한 투자비 안배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 안배는 과제 수가 아니라 투입되는 자금이 기준이 돼야 할 것”이라며  “결국 제약회사의 자금력, 오너의 경영스타일에 맞게 연구개발 전략이 결정되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고령화의 진행으로 항암제 신약이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시장이므로 국내 제약사들이 집중 공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용어설명 개량신약
물질특허나 용도특허를 가진 오리지널 신약과 달리 △임상시험 등을 통해 기존의 단일 성분 신약을 복합제로 개량한 경우 △기존 제제의 투여경로를 변경하는 경우(주사제로 사용하던 것을 경구제로 개발하는 예) △기존의 의약품과 전혀 다른 효능과 효과를 추가하는 경우 △기존의 성분에 새로운 염 또는 이성체 의약품으로 처음 개발하는 경우 △제제개선을 통해 하루에 3~4회 복용하는 제제를 하루 1회 또는 주 1회 복용하는 제품으로 개발하는 경우 등 기존 품목을 개량한 의약품을 말한다. 오리지널 신약에 비해 짧은 기간에 적은 비용으로 개발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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