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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중년 남자 기살리기 … 효과적인 아내의 잔소리
  •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등록 2012-11-14 14:40:33
  • 수정 2012-11-27 14: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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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

50대 중년 남성을 진료실에서 만나게 되면, 10여년 전 그 나이 때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을 본다. 남성 갱년기를 소리 안 나게 겪으면서 불면이나 무기력증으로 시달리는 이들이 부쩍 진료실을 많이 찾아오는데 약한 모습에 안타까울 때가 많다. 한국전쟁 후 풍족하지 못했던 어린시절을 거쳐, 20대에는 정치적 이념으로 고민했고, 젊고 혈기왕성한 시절을 회사의 부속품처럼 소모해버린 베이비부머 시대의 50대, 60대 남성분들은 이제 많이 약해졌다. 

잔소리가 남편을 기죽인다

아내의 잔소리로 집에 들어가기 싫다는 40대 중반의 기업체 대표. 마땅히 낮에 갈 데가 없어서 주로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자르거나, 사우나를 하거나, 이렇게 병원을 들른다고 한다. 회사에서는 대표로 여러사람에게 지시를 내릴 위치에 있는 분이 집에서는 눈치를 보고 지내신다니 참 아이러니다. 아내의 잔소리가 남편에게 협심증을 일으키고 일찍 죽게 한다는 연구가 있어 살펴보았다. 덴마크에서 진행한 연구로 6년간 40~50대 남녀 4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잔소리를 많이 들은 사람은 협심증 위험이 4배나 높았다. 배우자의 요구조건이 많고 가장 역할에 대한 부담이 클수록 가슴통증이 더 느껴졌다는 결과로 미뤄 잔소리는 40대 남성 심장마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니 충격적이다. 6년간 추적조사를 하고, 원래 심장에 이상이 없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삼았으니 굉장히 신뢰성이 있는 연구결과이다.

잔소리가 이혼의 사유?

그렇다면 배우자의 잔소리에 끊임없이 시달리게 되는 이유는 뭐고, 그 피해는 어떨까? 반복적으로 같은 요구를 듣게 되면 반감을 갖게 되고, 상대 입장에서도 반복적으로 요구가 거절당하면, 존재감이 무시받는다는 느낌이 들게 되므로 결혼생활에서 악순환이 된다고 한다. 반복적인 무시로 인해 시작된 잔소리는 돈문제, 간통 다음으로 이혼에 이르게 하는 요인이라고 한다.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은 관계를 깨뜨리게 하는 요인이 되는 것임에 틀림없고, 잔소리가 쌓이면 서로가 신뢰를 잃게 되고 나쁜 고정관념이 생긴다. 결국 이혼의 가장 큰 사유인 ‘성격차이’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잔소리는 왜 매일 아내가 하게 될까?

성격에 따라 결혼생활에서 ‘요청을 하는 사람’과 ‘요청을 받는 사람’이 결정된다. 대부분은 요청을 하는 사람은 아내, 요청을 받는 사람은 남편이 된다. 결혼생활과 가사일에 더 많은 책임을 느끼는 배우자가 그렇지 않은 배우자보다 잔소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이를 소홀하게 여기는 남성들보다 배우자에 대한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가정과 관계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잔소리는 아내의 역할이 되어버렸다. 아내라고 잔소리를 하고 싶지 않지만 말이다.  

남편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상대방을 무시하게 되는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성격은 누구나 다를 수밖에 없다. 한사람의 성격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되기도 한다. 나와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일 뿐, 그 사람의 고유한 특성을 그냥 받아들이자. 남편과 아내들은 서로에 대해 넘어갈 것은 넘어가야 한다.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지만, 정말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사안들은 집 밖에서 만나 기분이 좋아졌을 때 의논하도록 하자.  

역사 속 악처로 유명한 소크라테스의 아내

누더기 옷을 입고 맨발로 다니는 남편을 보고 잔소리하지 않을 부인이 있을까? 역사 속 악처로 유명한 소크라테스의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톨스토이도 80세에 아내의 잔소리를 견디다 못해 가출하고 집 나온지 11일만에 어느 주차장에서 숨진채 발견되었다고 한다. 링컨의 부인도 독설가로 유명한데, 남편에게 잔소리하며 마시던 커피를 얼굴에 던졌다고 하니, 아내의 잔소리는 역사도 깊다. 모든 잔소리가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아내의 잔소리 덕에 유부남들은 미혼남이나 이혼남보다 건강이 더 좋고, 수명이 더 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문제는 잔소리를 하는 방법론에 있다.

잔소리도 방법이 있다!

짜증이 섞인 잔소리는 누구도 듣기 싫다. 대화법에는 내화의 내용보다도 목소리의 톤이나 얼굴 표정, 제스춰가 95%를 좌우한다. 내가 상대를 무시하는지, 존중하는지가 비언어적인(non verbal) 표현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잔소리 대신, 부드럽게 메모를 적어 주면 어떨까. 종이에 적기 힘들면 휴대폰 문자를 남겨도 좋다. 증거를 남기는 셈이 되고, 메모는 공격적인 표현이 그대로 드러나지 않아서 아무래도 듣는 사람이 덜 부담스럽다.
아내들은 잔소리를 입밖에 내기 전에 입을 다물고 생각을 먼저하라. 내 심리상태를 먼저 살펴보자. 지금 내가 짜증이 나있는 상태는 아닌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지, 너무 몸이 피곤하고 일상이 바빠 지쳐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잔소리가 아내의 화풀이나 짜증이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남편이 바뀌길 바란다면, 어떤 말을 건내야 할지 먼저 머리로 생각해보자. 한번 내 입밖에 나온 말은 도로 주워 담을 수 없는 법이다. 마지막으로 상대방을 내 틀에 맞춰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꼼꼼한 아내는 덜렁거리는 남편을 챙겨주기 위해서 결혼한 것이다. 덜렁거리는 남편은 아내의 꼼꼼함 덕분에 살림을 꾸려나가는 것이다. 서로에게 지적하며 잔소리할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감사할 일이라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서로 잔소리를 퍼부어도 부부는 결국 험난한 세상을 함께 헤치고 나가는 ‘같은 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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