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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겨울, 어떤 폐렴백신 선택할까
  • 정종호·정기욱 기자
  • 등록 2012-10-19 10:57:23
  • 수정 2012-11-01 00: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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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혈청형 커버 범위 넓은 ‘뉴모23’과 항체형성능력 강한 ‘프리베나13’ 백신시장에서 격돌

겨울철에 접어들어 독감백신과 함께 폐렴백신을 맞는 노인환자들이 늘고 있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지 않더라도 노인은 면역력이 떨어져 젊은 사람보다 폐렴에 쉽게 걸리고, 치료 경과도 좋지 않다. 고령 인구의 증가는 자연스럽게 폐렴 사망의 증가로 직결돼 백신접종을 통한 예방이 시급하다. 
폐렴은 보통 항생제로 치료하지만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균이 늘고 있어 폐렴 사망률은 높아지고 있다. 병원에 입원치료 또는 진료를 받다가 폐렴에 감염되는 환자도 적잖은 것으로 의료계는 보고 있다. 폐렴을 비롯한 많은 감염병 환자들은 항생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항생제를 쓸수록 내성이 증가한다. 
이 때문에 폐렴에 걸리지 않으려면 적당한 면역력을 유지해야 한다. 과로하지 말고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적당한 운동을 하고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등 건강관리가 기본이다. 손을 청결히 하고, 자주 쓰는 물건은 세척하는 것도 필요하다. 백신접종은 폐렴 예방에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한데 최근 ‘구관이 명관’이라는 기존 다당질백신과 ‘최신 의약학적 이론으로 무장한’ 신형 단백접합백신 간에 폐렴예방 효과를 놓고 제약회사간 마케팅 전쟁을 벌이고 있어 백신 선택시 고려할 점이 많다.

폐렴구균에 대한 항생제 내성 때문에 백신접종 통한 예방이 최고

폐렴을 예방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는 폐렴구균 예방백신을 맞는 것이다. 미국의 65세 이상 인구의 백신 접종률은 60~70%인데 비해 한국은 10%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백신 접종의 중요성은 현재 폐렴균에 대한 항생제 내성률이 매우 높은 데서도 찾을 수 있다. 폐렴구균 퇴치에 흔히 쓰이는 매크로라이드계 항생물질(macrolide antibiotics)에 대한 폐렴구균에 대한 내성률은 약 78%이다. 폐렴구균이 뇌수막염을 일으킬 때 쓰는 페니실린에 대한 내성률도 83%나 된다(송재훈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분석). 폐렴 치료에 쓰이는 항생제의 내성률이 워낙 높아 치료가 잘 안 될 수 있으므로 예방백신으로 발생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뉴모프리베나2.jpg

뉴모프리베나표2.png

단백접합백신은 항체형성능력 강해 … 다당질백신은 혈청형 커버 범위 넓어

그동안 보편적으로 접종된 폐렴백신은 세계적으로 30년, 국내서 20년 접종으로 안전성이 입증된 다당질백신(한독약품 뉴모23, 한국MSD 프로디악스)과 최근 개발돼 올해부터 국내에 시판된 단백질접합백신(한국화이자 프리베나13)이다. 프리베나13은 15만원의 고가이고, 뉴모23은 5만원으로 프리베나에 비해 3분의 1 수준의 저렴한 가격이다.

단백접합백신인 프리베나13은 13가지의 폐렴구균 혈청형(1, 3, 4, 5, 6A, 6B, 7F, 9V, 14, 18C, 19A, 19F, 23F)을 예방할 수 있다. 다른 백신에 없는 높은 항생제 다제내성을 보이는 폐렴구균 혈청형 ‘6A’를 유일하게 포함하고 있다. 한국화이자 측은 “프리베나는 13가 백신임에도 불구하고 23가인 다당질 백신에 비해 통계적으로 동등한 혈청형을 커버하고 있는 것은 6A형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6A형은 소아 및 65세 이상 노인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4~6위권의 혈청형으로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베나와 경쟁하는 한독약품의 다당질백신인 뉴모23은 23가지의 폐렴구균 혈청형(1, 2, 3, 4, 5, 6B, 7F, 8, 9N, 9V, 10A, 11A, 12F, 14, 15B, 17F, 18C, 19A, 19F, 20, 22F, 23F, 33F)을 예방할 수 있다. 한독약품 측은 “혈청형의 종류가 많아야 광범위한 폐렴구균을 예방하는 효과가 크다”며 “프리베나13은 전체 침습성 폐렴구균의 60%를 예방할 수 있지만 뉴모23은 그 비율이 85~90%에 달한다”고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의 경우 중증 폐렴을 기준으로 혈청형을 커버하는 비율은 단백접합백신은 약70%, 다당질백신은 약80%로 다당질백신이 약10% 포인트 가량 앞서는 것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거의 동등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의 경우는 다당질백신이 25% 포인트 가량 혈청형 커버 비율이 높다고 소개했다.

항체 형성 능력에서는 이론적으로 프리베나13이 앞서는 것으로 평가된다. 단백접합백신은 폐렴 균체 혈청형의 다당류 성분과 단백질 운반체를 결합시킴으로써 면역반응(항체생성능력)과 면역기억력을 높였다. 프리베나13에 사용되는 CRM197(Cross-reacting material 197)이란 단백질은 디프테리아균 조직에서 추출한 항원-항체반응 유발물질로 이를 죽여서 혈청 다당류에 붙여 놓으면 Th(T조력,T보조, T helper)세포를 자극해 T세포에 의한 면역반응을 강화시킨다.
다당질백신은 주로 B세포에 의한 면역반응을 유발하지만 단백접합백신은 B세포는 물론 T세포에 의한 면역반응도 불러일으키므로 더 강한 예방효과를 낸다고 이재갑 교수는 설명했다.

한국화이자 측은 “프리베나13은 1회 접종으로 폐렴 예방효과가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비해 뉴모23 등 다당질백신은 면역기억력이 낮아서 접종 후 1년이 지나면 예방효과가 점차 감소해 5년이 지나면 최대치의 약75% 수준으로 떨어진다. 
이에 이 교수는 “이론적으로는 단백접합백신이 반영구적으로 예방효과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접종이 시작된지 얼마되지 않아 과연 몇년이나 유지될지는 시간이 흘러봐야 안다”고 말했다. 그는 사견을 전제로 “항체형성능력이 높은 단백접합백신을 주된 백신으로 접종하고, 다양한 혈청형을 커버하기 위해 다당질백신을 보완적으로 놓는 게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화이자 “다당질백신은 65세 이상에서 폐렴 예방효과 의문 … 항체생성률 일정치 않아”
한독약품 “단백접합백신은 축적된 임상데이터 없어 … 오랜 시간 걸쳐 입증해야”

이와 함께 한국화이자 측은 “다당질 백신은 접종 2~3주 후에는 80% 이상의 성인에서 항체가 생기지만 23가지 혈청형에 대한 각각의 항체 생성률은 일정하지 않다”며 “노인이나 만성질환자 또는 면역저하자에서는 항체 생성률이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또 뉴모23은 성인에서 폐렴구균 감염에 대한 예방효과는 연구결과가 일관되지 않아 논란의 여지가 있다(controversial)는 입장이다. 즉 뉴모23은 건강한 55세 이하 성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관찰연구에서 백신을 맞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폐렴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됐으나, 고위험군이나 65세 이상의 성인에서는 폐렴 예방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독약품은 △폐렴구균백신 단독 접종시: 모든 폐렴으로 인한 사망률 50% 감소 (영국의학저널 BMJ, 2010년) △폐렴구균+독감백신 동시 접종 시: 폐렴구균성 폐렴으로 인한 입원율 63%, 사망률 81% 감소 (백신誌 Vaccine, 1999년) 등 과거 연구자료와 뉴모23 폐렴구균 백신의 질환별 환자 폐렴 예방효과 논문(65%~84%: 당뇨병 84%, 심장관상동맥질환 73%, 울혈성 심부전 69%, 호흡기 질환 65% 등)을 예로 들며 장기간의 임상연구를 통해 폐렴 예방효과가 입증된 것은 뉴모23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프리베나23의 제품설명서에는 폐렴구균성 폐렴으로 인한 입원감소, 사망감소, 사망예방 효과 등에 대한 데이터가 아직 명기돼 있지 않다. 오랜 시간에 걸쳐 검증이 필요한 제품이라는 입장이다. 한독약품 측은 “화이자가 폐렴 예방백신의 접종의 필요성을 강조할 때에는 뉴모23 등을 통해 입증된 유리한 자료를 인용하고, 다당질백신과 단백접합백신을 비교할 때에는 축적된 임상 데이터도 없이 이론적인 근거만을 내세워 자기 제품의 효과를 과장한다”고 불만을 토했다.

집단멱역력 형성하려면 대중에게 저렴한 가격 백신 공급도 중요

의약품은 절대적인 효과도 중요하지만 폐렴 예방과 같이 많은 대중이 맞아야 하는 예방접종에서는 비용 대비 효과도 중요하다. 집단면역력(herd immunity)이 형성돼 특정 감염질환의 발생률을 현저하게 줄려면 노인을 포함한 고위험군의 최소 33%이상은 백신을 맞아야 한다. 하지만 국내 65세 이상 폐렴구균 백신 접종률이 10%선인 것을 감안하면 가격이 낮을 필요가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최근 영국 정부 자문기관인 ‘백신 및 면역에 대한 공동위원회’(JCVI)는 국가백신프로그램에서 23가 다당질백신을 추천하고 있다. 다당질백신이 비용 대비 예방하는 혈청형의 폭이 넓은데다가, 단백접합백신은 가격 대비 효과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렸기 때문이다.

국내 병의원에서는 뉴모23은 약5만원, 프리베나13은 약 15만원선에서 비보험으로 접종되고 있다. 프리베나13을 주사하면 의사는 6만원 이상의 이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프리베나13을 권하지만, 경제력이 없는 환자에게는 뉴모23을 처방하는 실정이다. 커버하는 혈청형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 백신이라 할 수 없다. 티모 베시카리 핀란드 탐페레대 의대 백신연구센터장에 따르면 프리베나13 및 뉴모23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3번 혈청형의 경우 전반적으로 폐렴 예방 효능이 거의 없는 혈청형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 두 제품에 공통 함유된 19A 혈청형도 폐렴 유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으며 질병 부담(증상)도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편으로는 아무리 예방효과에 대한 이론적 근거가 우수하다해도 오랜 기간에 걸친 임상데이터도 없는데 비싼 가격을 매겨 소비자에게 부담시키는 것도 문제다.

대선을 앞둔 각 정당에서는 복지 정책의 하나로 65세 이상인 자에게 폐렴백신을 무상 접종하려는 공약을 내세우려 하자 과연  실질적인 효과는 있는지, 어떤 백신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
폐렴은 얼추 20여종의 세균·바이러스·곰팡이 등에 의해 유발되며, 폐렴구균은 전체 폐렴의 30~40%를 차지할 뿐이다. 폐렴구균 백신만으로 모든 감염성 폐렴을 커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폐렴구균 백신은 연간 1000억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한독약품과 한국MSD가 상대적으로 소홀히 여긴 시장을 후발주자인 한국화이자가 신형 무기를 도입해 거세게 공략하는 형국이다. 보건당국은 이 공약이 실행될 경우 과연 집단 무상접종의 실효성이 있는지, 어떤 백신이 과학적·경제적으로 효과적인지 면밀히 분석해야 할 것이다.

용어설명  T세포와 B세포

인체 면역반응을 담당하는 임파구는 크게 B세포와 T세포로 나뉜다.둘 다 골수에서 만들어지지만 B세포는 골수에서 그대로 성숙하는 반면 T세포는 흉선(thymus)으로 들어가 성숙해지므로 T세포라 부른다.B세포는 항체작용을 하는 면역글로불린(Ig)을 만들어 홍역 수두 등 전신에 존재하는 병원체와 싸운다.
T세포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T조력세포는 마크로파지(균을 잡아먹는 대식세포)의 동태를 바탕으로 외부에서 병원체나 이물질이 침입한 것을 파악하고, 인터루킨이라는 매개물질을 이용해 살해(killer)T세포로 하여금 비자기세포를 색출해 공격토록 한다.B세포에게도 항체를 합성할 것을 지시한다.살해T세포는 살상을 담당하는 행동대원이며, 억제(suppressor)T세포는 이들 T세포가 과잉반응하지 않도록 제어한다.

프리베나13
처음에는 6주에서 만 5세 미만의 소아용 폐렴구균 백신으로 허가받았다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2012년 5월 50세 이상 접종을 승인해 성인용으로 적응증이 확대됐다. 이 백신은 3상 임상연구에서 기존 다당질백신을 이미 접종받은 사람과 폐렴구균 백신 접종 이력이 없는 사람을 모두 포함한 50세 이상 성인에서 13가지 폐렴구균 혈청형에 대한 기능적 항체 반응을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플로릭스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내놓은 27~37주 미만 미숙아 및 생후 6주~5세 영유아에게 맞히는 소아용 폐렴구균 백신이다. 10가 단백질접합백신으로 프리베나13과 다른 폐렴구균단백질D(NTHi)를 단백운반체로 사용하고 있다. 혈청형이 1, 4, 5, 6B, 7F, 9V, 14, 18C, 19F, 23F 등 10가지인 10가 백신으로 혈청형의 종류가 적어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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