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방광암을 제거해도 질 자궁 난소 나팔관 등 여성 생식기를 그대로 보존할 수 있어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수술법이 국내서 첫 성공을 거뒀다.
박동수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비뇨기과 교수팀은 최근 방광암이 재발한 이모씨(72·여)에게 방광대치형성술을 시도해 이같은 성과를 얻었다고 17일 밝혔다. 이 씨는 2002년에 갑작스럽게 소변에 피가 비쳐 병원을 찾았더니 방광암 1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당시 방광 속에 혹이 2개가 있었으며 방광내시경으로 절제 수술을 받아 혹을 제거했다. 하지만 최근 암이 재발해 병원을 방문한 결과 이 씨는 방광에 혹이 가득 차 있어서 방광을 비롯한 골반 내 여성생식기를 모두 제거하고 소변주머니를 차고 다녀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그런 상태로 계속 살아가느니 치료받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이씨에게 박 교수는 방광대치 형성술을 권했고 수술이 이뤄졌다. 방광대치형성술이란 환자 자신의 장을 이용해 방광을 만들어 소변을 배출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으로 남성 방광암 환자의 20~30%에서는 현재 이 시술을 받는다. 하지만 여성 방광암 환자에게 방광대치형성술을 시행했을 때에는 요실금 또는 소변을 못 보는 등의 배뇨관련 부작용이 심해 소변주머니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았다.
박 교수팀은 배뇨 관련 부작용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 여성의 생식기를 그대로 보존하는 방법으로 방광대치형성술을 시행했다. 기존 방법은 여성생식기를 모두 제거한 상태에서 시술이 이뤄져 배뇨 관련 부작용이 심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여성생식기를 최대한 보존하면서 환자의 장을 이용해 방광을 만들어 삽입했다. 그 결과 환자가 원하는 대로 소변주머니를 차지 않고도 생활이 가능해졌을 뿐만 아니라 소변도 정상적으로 보며 주간에는 요실금 등의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다.
박 교수는 “소변 주머니를 없애고 생식기를 그대로 보존하는 수술이 성공함에 따라 기존 방광암 환자들이 겪었던 불편함이나 삶의 질 저하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며 “질, 자궁, 난소, 나팔관 등 여성생식기를 그대로 보존함에 따라 부부 생활이 중요한 젊은 암 환자의 경우에도 충분히 정상적인 여성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가임기 여성의 경우 암 완치후 임신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