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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허가 자궁경부암 검사 키트 적발 논란
  • 정종호·홍은기 기자
  • 등록 2012-10-02 12:18:20
  • 수정 2012-10-16 16: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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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엉터리 키트로 11만 여성 고통’ vs 제조사 대표 ‘부실수사에 왜곡 보도’
경찰청과 일부 언론이 자궁경부암을 진단하는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유전자(DNA)칩 및 관련 검사키트를 제조하는 A사의 M모 대표를 무허가 진단키트 판매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지난달 27일 발표하자 M모 대표는 부실수사에 왜곡보도라며 법적 대응을 강구하겠다고 3일 밝혔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A사는 무허가 자궁경부암 진단키트를 제조해 전문검사 대행업체인 C사를 통해 2007년부터 최근까지 전국 611개 산부인과에 납품했다. 이들 병원에서 이뤄진 검사는 10만2000건에 달한다. A사는 의약품 도매상인 S사를 통해 서울의 A병원 및 K병원 등 유명 대학병원에도 무허가 진단키트를 공급했다. 두 대형병원에서는 약8000여 명의 환자가 무허가 진단키트로 자궁경부암 조기진단을 받았다. 따라서 총 11만여명의 여성이 무허가 자궁경부암 진단키트로 검사를 받았다는 게 경찰 측의 추산이다.
경찰은 또 검사를 실시한 병원들은 의료기관이 아닌 기관에 환자진료정보를 제공할 수 없음에도 여성 환자의 차트번호·신상정보·질 내부 확대촬영사진·검사결과 등 진료정보 23만건을 A사에 넘겨주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M모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경찰이 바이오 연구개발의 특수한 사정을 알지 못하고, 제보자의 일방적인 주장에 휘말려 정확성과 객관성을 잃고 있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무허가용 칩은 상업적으로 유통되지 않았다?
A사는 현재 HPV 중 자궁경부암 유발가능성이 있는 서브타입(Sub type, 또는 Geno type, 아형, 亞型) 중 각각 22종, 40종, 43종으로 묶어 진단칩을 개발한 상태다. 22종과 40종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시판허가를 받은 상태이며 이번에 문제가 된 43종은 연구용으로 아직 시판허가를 얻지 못했다.
경찰은 43종 진단칩이 A·K 두 대학병원 등에 공급됐고 이들 병원은 건강보험공단에 무허가제품을 이용해 검사한 내역을 바탕으로 수가(진료비)를 청구했다고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A병원 관계자는 공급된 43종칩이 무허가 제품인 줄 몰랐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M모 대표는 “A병원에 ‘연구용’이란 라벨을 붙여 무상 납품했다”며 “이를 A병원 관계자가 경찰에서 정직하게 증언했고, 만약 A병원이 진단용으로 쓴 게 사실이라면 중간 약품도매상의 잘못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M 대표는 22종칩, 40종칩 등 이미 허가받은 제품이 있는데 굳이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큰 43종칩을 판매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22억원이나 벌어 들여 폭리를 취했다?

경찰은 A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청 허가 없이 2007년부터 5년간 43종칩을 제조·판매·수탁검사해 22억원의 검사료를 벌어들였으며 건당 1만1000원에 불과한 검사원가를 5배로 부풀려 환자로부터 폭리를 취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M대표는 지난 5년간 A사가 올린 총매출은 30억원으로 이익은 커녕 적자가 50억원이 날 정도로 경영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사명감을 갖고 바이오분야의 R&D개발에 몰두해왔다고 억울해했다. 그는 “40종 진단칩의 경우 1키트당 7200원의 원가에 생산해 8000원에 중간업자에 넘기면, 병원은 이를 다시 2만~3만원에 구입하고 환자(소비자)에게는 5만~10만원의 비용으로 검사해준다”며 “밑지는 장사임에도 주요 대학병원들이 우리 제품을 신뢰하고 높게 평가해주는데서 의미를 찾고 있다”고 해명했다. M 대표는 서울 시내 주요 의대 비뇨기과 교수 출신으로 1990년대 초반부터 사재를 털어 유전자치료, DNA진단칩 개발에 쏟아부었다. 특히 2000년대 초반 바이오벤처투자 붐이 꺼지는 상황에서도 우수 바이오인재를 영입해 지금까지 동고동락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1000만원 이상의 리베이트를 건넸다?
경찰은 검사대행업체인 C사가 병원 관계자 8명에게 1000만원 이상의 고액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등 69개 병원의 의사 등 관계자들에게 총 3억2000만원의 리베이트를 지급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M대표는 어떤 리베이트 제공도 없었으며 고질적인 의료업계의 관행이 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A사가 C사의 비행을 방조한 것으로 보고 있어 정밀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2010년 식약청으로부터 700만원 과징금의 사연은?

식약청은 2010년 A사에 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A사는 HPV DNA칩으로 의약품 제조품목 허가를 받았으나 2010년 허가받은 사항 중 제조방법에 대해 변경허가를 받지 않고 제조공정 일부를 변경해 제조·판매한 사유로 적발돼 약사법 위반으로 과징금을 맞았다.
이에 대해 M 대표는 “바이오메드랩의 22종 진단칩 등 경쟁사들도 허가사항을 벗어나 제품을 생산하다 식약청의 불시 점검으로 다함께 과징금을 맞은 것”이라며 “당시 미온한 대처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은 사실이나 제품에 이렇다할 하자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43종 연구용 진단칩을 유상으로 구매한 유일한 곳은 식약청”이라며 “그만큼 식약청이나 대학병원에서도 A사의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43종칩은 무허가 제품이라 진단 정확도를 신뢰하지 못한다?
경찰과 식약청은 “보건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한 제품을 사용할 경우 해당 검사를 받은 환자의 검사결과 오류로 불필요한 치료를 받거나 자궁경부암 조기발견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오진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여성들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무허가 진단키트는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아닌데 이를 검사에 사용하고 허위 청구한 병원들에 대해 건보공단에 환수조치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43종 진단칩을 이용한 검사결과는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반드시 식약청이 허가한 제품만을 사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국립암센터는 “현재 보건복지부가 시행하는 국가암검진사업은 논란이 된 무허가 키트를 사용하지 않고 ‘자궁경부세포검사(Pap test)’로 시행된다”며  “자궁경부암 국가암검진을 받은 국민들은 무허가 키트와 무관하고 다른 검사방법으로 시행됐기 때문에 재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자궁경부세포검사는 자궁경부에서 상피세포를 채취해 슬라이드에 도말해서 현미경으로 암세포를 찾아내는 방법이다.

이에 대해 M대표는 HPV 22종 진단칩은 정확도(민감도: 양성을 양성으로 판정하는 비율)가 95%이상, 40종 칩은 99.8%, 연구용인 43종칩은 거의 100%라고 주장했다. 그는 A사 내부에서는 연구용인 43종칩만을 쓰고 있다고 자랑했다. 43종칩의 경우 40종의 칩에서 자궁경부암 유병률이 1% 미만인 4종(HPV 7형,10형,57형 등)의 서브타입을 빼고 한국 태국 히스패닉 등에서 고위험성을 보이는 HPV 90형을 넣은 제품이라고 M대표는 설명했다. 이에 비해 자궁경부세포검사의 민감도는 80% 수준이다.

40종 시판용 칩의 경우 서브타입이 하나만 있어도 자궁경부암 발생의 고위험성을 나타내는 21가지 아형과 성병 곤지름과 관련 있되 자궁경부암 발생 위험은 낮은 19가지 아형으로 구성돼 있다. 어떤 아형이 양성인지를 판별해 통계적으로 발병 위험성을 수치화하는 게 진단용 칩의 특징이다.

M대표는 “경찰 등이 칩의 운반과정에서 진동, 3도 이상에서 보관으로 진단정확도가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온(室溫)에서 보관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고 실제 10만건이 넘는 테스트 결과 진단의 오류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오진으로 문제가 생기면 법적, 민사적으로 100%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M대표, 향후 추이 봐가며 손해배상청구 등 법적 대응
M대표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한산부인과학회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필요하면 기자회견을 갖거나 D일보에 대한 정정보도 청구, 경찰 및 일부 언론에 대한 손해배상 및 명예훼손 소송 등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미국 일본 중국 등 전세계적으로 30여종의 유전자진단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HPV칩에 관한 한 세계 선두라고 자부한다”며 “자궁경부암 40종 진단칩의 시판허가와 관련해 미국 MD앤더슨암센터와 공동으로 1상 임상시험을 마치고 2상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경찰수사와 관련해 석달째 미국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자금난 부족까지 겹쳐 2상 진행이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조속히 사건이 매듭지어져 연구개발에 몰입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자궁경부암1_3321 - 복사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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