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상급 척추 명의로 잘 알려진 이춘성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가 한 평생 외과의사로 일하면서 느낀 단상들과 척추질환에 관한 올바른 진실들을 모은 ‘독수리의 눈, 사자의 마음, 그리고 여자의 손’(사진)을 최근 출간했다. 이 책의 제목은 “훌륭한 의사의 덕목을 손꼽는 영국 속담에서 따온 말이다. 저자는 30년 동안 이같은 마음가짐으로 동안 천생 의사로 살아오면서 겪은 감동적이고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척추수술의 난립을 비판하는 내용을 책에 담았다.
이 교수는 “척추외과 분야는 의료계의 그 어느 분야보다 검증되지 않은 엉터리 치료, 상업적인 과잉치료가 활개치고 있다. 돈은 돈대로 버리고, 몸은 몸대로 망가져서 고생하는 환자들을 수없이 많이 보면서 전문가로서 안타까움을 느끼는 게 일상이 돼 버렸다”고 개탄했다. 그는 “이런 현실에서 과연 전문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이런 문제들을 모른 척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전문가로서 현실과 타협하는 것은 아닌지 깊은 고민을 했다”며 집필 동기를 밝혔다. 이 교수는 “아프리카에 디스크(척추간판협착증) 환자가 없는 것은 디스크 수술을 시행하는 의사가 없기 때문”이라며 책 속에서 과학적이고 철저한 검증 없이 이뤄지는 척추 관련 진료들의 실태와 실체를 알아보고, 과잉 진료나 사이비 진료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누구나 반드시 알아야 할 주의사항들을 공개했다.
그는 “불필요한 치료, 무분별한 과잉치료 때문에 고통받는 환자들을 수없이 많이 만났다”며 “어떤 의료행위든 장단점이 공존하지만, 장점만 강조하다 보니 환자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개탄했다. 그는 책에서 △병원에서 당장 디스크 수술을 하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5~10분이면 치료 끝? 수술 없이 디스크를 치료한다는 병원광고, 믿어도 될까? △자세가 나쁜 우리 아이, 나중에 척추가 휘거나 디스크에 걸리는 건 아닐까? △허리를 지지해주는 보조기, 과연 효과가 있을까? △침이나 한약으로 허리병이 정말 나을 수 있을까? △엉터리, 사이비 치료에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볼까? 등 허리 건강과 관련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점들에 대해 명쾌한 답을 제시했다. 또한 저자는 과장이 심한 의료광고부터 위험수위를 넘은 비전문가들의 의료개입, 검증되지 않은 사이비 의술의 난립까지, 총체적 난국에 빠진 대한민국 의료계에서 전문가 집단의 사회적 책임, 전문가 집단의 역할과 소명의식에 대해 고언한다.
이춘성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주임교수로 척추측만증 수술의 ‘국내 최고’ 권위자다. ‘한국의 100대 명의’, ‘척추외과 전문가들이 뽑은 베스트닥터 1위’에 선정됐으며, 다양한 연구 활동과 수상경력으로 국제적인 명성이 높다. EBS ‘명의’, KBS ‘아침마당’ 등에 여러 번 출연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춘성 교수는 다른 병원 의사들이 의뢰한, 수술 난이도가 높은 중증 환자를 수술하느라 쉴 틈이 없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일본, 러시아, 중국 등지에서도 환자가 찾아와 진료를 받으려면 최소한 1~2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수식어는 대중에게 알려진 그의 일면에 불과하다. 의료계에서 그는 양심을 지키는 의사, 할 말은 꼭 하는 소신 있는 오피니언 리더, 의료계의 불편한 진실을 날카롭게 색출해 집요하게 공격하는 의식 있는 전문가로 더 유명하다. 가령,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나 황당한 비법에 대한 보도가 나오면, 밤을 새워 반박자료를 만들어 해당 의료인이나 언론인에게 편지를 보낼 정도다.
이처럼 잘못된 것은 반드시 바로잡고, 환자들이 모르고 있는 사실은 꼭 알려야만 직성이 풀리는 대쪽같은 성격, 그것이 바로 이춘성 교수가 한국을 대표하는 정형외과 전문의로 널리 존경받아온 이유다.
이밖에 이춘성 교수는 책의 전반부에서 30년 넘게 외과의사로 살면서 겪은 흥미롭고 기상천외한 이야기, 정형외과에서 벌어지는 가슴 찡한 이야기 등을 의료계 종사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관심을 가질만하게 펼쳐놨다. 일반인은 잘 모르고 의사들은 더더욱 모르는 흥미로운 의사와 과학자 이야기, 전신마비가 된 예비신부가 양가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해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가슴 찡한 사연, 미국 연수 중 수술실에서 덩치 큰 흑인 간호사에게 쫓겨난 황당한 에피소드, 상한 김밥을 먹고 들어갔다가 수술실에서 뛰쳐나온 인턴 시절의 기억, 피를 무서워하는 일부 외과의사들 이야기, ‘신라호텔’이라는 이름의 척추수술법까지 나오게 된 배경 등 기상천외한 이야기 보따리를 펼쳐놓았다. 이 교수는 이 책의 인세 수익을 전액 난치병 환우를 돕는 데 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