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아직도 발병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게 많다. 정보화사회가 진행되고 주변에 암 환자가 늘어나면서 이런 저런 정보를 흘려듣게 되지만 오히려 암에 대한 과다한 정보가 혼란을 부추기는 경우가 잦다. 암 식사요법에 대한 고정관념, 일상생활에서 과소 또는 과대 평가되는 암 발생요인에 대한 인식, 건강식품에 대한 과신 등이 그렇다. 연세대의료원 의료진과 함께 암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풀어본다.
육류는 안 된다고? 채식만 의존 금물
붉은 고기(쇠고기 양고기)와 가공육류 등 동물성 지방은 명확한 발암요인이다. 더욱이 고운에서 불에 직접 닿게 구워먹으면 발암물질이 더 많이 생긴다. 한 해 100만여명이 암 진단을 받는 미국인들의 약 3분의 2가 지방과 정제 당분이 많이 든 음식을 좋아한 반면 식물성 식품을 거의 먹지 않는다고 한다.
같은 동물성 단백 또는 가공식품이라도 열량이 고농축된 게 암을 유발하기 쉽다. 정확한 기전은 알려져 있지 않으나 인류는 본래 채식동물에서 출발해 자연식품을 오랜 세월 먹으면서 살아왔기 때문에 고농축 식품이 세포에 산화 등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심리학자들은 인간이 고농축 음식을 선호하는 것은 기근에 대비해 열량을 축적하려는 생존 또는 종족번식본능에서 출발했다고 보고 있다. 이창걸 세브란스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핫도그 피자 등 기름에 튀긴 음식, 삼겹살 베이컨 등 지방이 많은 음식은 암 유발과 관련해 술 담배보다 해로울 수 있다”며 “20대에는 그나마 소화능력이 왕성해 동물성 지방을 소화하는데 문제가 없지만 40대를 넘어서면 지방분해효소가 적게 나오고 기름이 몸안에 쌓여 내장지방이 되고 이것이 나중에 암을 일으키는 단초가 되므로 나이들수록 육류섭취량을 적절히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섭취한 에너지와 소비한 에너지가 같되 섭취에너지의 절대량이 낮고, 신체활동을 통한 에너지대사량이 높을수록 암이 덜 생긴다는 연구결과는 매우 많이 나와 있다.
채식만 고집하면 필수아미노산 및 단백질 섭취가 원활한 육체·정신활동에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기름기 적은 양질의 살코기 위주로 적정량 먹는 게 중요하다. 하루에 섭취할 적정량의 고기는 대략 화투 48장을 쌓아놓은 부피에 해당한다.
모든 암은 스트레스 아니면 유전 때문이다?
스트레스는 모든 질병의 원인으로 간주되고 있지만 스트레스와 암 발생과의 관련성은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카테콜아민이 나와 자율신경계를 흥분시켜 혈압 및 맥박속도를 상승시켜 뇌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한편 코티솔이 인체의 전반적인 면역기능을 저하시키긴 하지만 암 발생과 직접 연관짓기엔 상호관계가 약하다. 국제암연구소(IARC)나 미국암학회는 스트레스를 실체적인 암 발병요인으로 잡지 않고 있다.
유전과 관련, 이들 연구기관은 각각 5%, 7%의 비중으로 유전이 암 발병에 관여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가족 중에 다수가 발생하는 암은 가족력으로서 유전자의 결함이나 이상에 따는 유전성과는 구분지어 봐야 한다. 김주항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가족은 비만, 식사습관, 운동부족, 생활환경 등을 공유하기 때문에 특정 암이 더 많이 생길 수 있는 개연성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적당한 음주는 좋고, 간접흡연은 괜찮다?
하루 한잔의 와인 등 소량의 음주는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암을 예방하지는 않는다. 음주는 흡연에 비해 암을 유발하는 강도는 약하지만 암 예방을 위한 안전한 음주량은 없다. 가급적 삼가는 게 좋다.
흡연이 폐암 등 각종 암의 발생요인이라는 것은 명백해졌다. 흡연은 암 발생요인의 약30%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길거리 금연구역이 확대되는 등 흡연권보다는 혐연권이 강화되고 있다. 직접흡연이 아닌 간접흡연도 암을 유발할 수 있다. 베란다나 집밖에서 담배를 피우더라도 집안에 흡연자가 있으면 소파,카펫,실내먼지,흡연자의 머리카락과 옷을 통해 3차 흡연의 효과가 나타난다. 특히 영유아나 청소년은 호흡이 빠르고 흡입하는 먼지량이 성인의 2배 수준이어서 이런 매개체를 통해 담배유해물질을 체내로 흡수할 가능성도 높다. 김주항 교수는 “비흡연자이지만 간접흡연에 노출된 폐암 환자들은 ‘이레사’와 같은 새로운 항암제가 잘 듣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간접흡연은 폐암 발생률을 높이는 것은 물론 치료효과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잠 못자고 체온 낮으면 오래 못산다고?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최근 여성 6000명의 건강상태를 10년간 조사한 결과, 하루 7시간 이하 수면이 암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음을 밝혀냈다. 평소 운동량이 많은 여성은 유방암 등 암 발생 가능성이 적지만 수면시간이 적으면 암에 관한 한 운동으로 인한 예방효과가 사라진다는 의미다.
잠을 충분히 못 자면 체온도 떨어진다. 평균 정상체온이 36.5~37.1도다. 하지만 여기서 1도만 내려가도 신체 면역력은 30% 이상 떨어진다. 자율신경 중 교감신경이 자극을 받으면서 면역을 담당하는 림프구가 줄기 때문에 당연히 암 발생 위험도 커진다. 암세포 증식이 가장 활발한 체온이 35~35.5도 범위다.
황선미 원주 연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밤 12시부터 새벽 5시 사이에 체내에서 림프구 비율이 가장 높아진다”며 “야근이 많은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 직업군에서 암에 걸릴 확률이 높고, 젊을 때에 괜찮더라도 20년 정도 세월이 흐른 뒤에는 몸 곳곳이 고장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체온올리기에 가장 좋은 수단은 운동이다. 일반적인 건강증진 목적의 운동강도는 주3~5회, 한번에 30~50분 정도지만 암 예방목적의 운동강도는 최소 주 5회 이상, 하루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로 빨리 걷거나 운동하기이다. 운동강도를 2배로 높이면 추가적인 암 예방효과가 있다고 연구돼 있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암 발병요인
장시간 휴대전화 사용
세계보건기구(WHO), 휴대폰 전자파가 뇌암 발생 위험 높임
국제암연구소(IARC), 전자파가 신경교종(뇌암의 일종) 발생위험 높임
디젤엔진 배기가스
WHO 1군 발암물질로 지정, 폐암 및 방광암 유발, 트럭운전수 등 위험 노출
의료용 방사선
복부 CT 10 mSv, 혈관 CT 14~24 mSv, 연간 허용치 50mSv
일본 원전 폭발사고를 계기로 진단용 방사선 남용에 대한 경각심 고조
환경오염 및 먹이사슬에 의한 오염
먹이사슬 최상위자인 참치 상어 돌고래 연어 게 등에서 중금속 농축
최근 국내서 포경 재개와 관련 고래의 식품 안전성 대두, 중국 수뇌부 공식 만찬에서 삭스핀 제외키로
암 환자 식사요법의 기본원칙
-매일 섬유소 35g을 섭취, 암을 비롯한 만성질환 발생 위험 낮춤
-채소와 과일, 현미 등을 다량 섭취
-동물성 지방과 단백질은 금하지 않되 적정량으로 제한
-항암치료 환자는 체력 및 감염에 대한 저항력 유지 차원에서 단백질 공급
-살코기, 생선, 계란, 우유, 두부, 콩 등 질 좋은 단백질 식품 위주로
-저염식도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맛을 배제하기보다는 약간의 소금과 감미료로 식욕을 떨어뜨릴 정도는 피해야
-규칙적인 식사. 튀김·볶음·구이보다는 조림·찜·삶기가 바람직
도움말: 김형미 세브란스병원 영양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