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는 노화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거울이다. 사람은 피부를 통해 숨을 쉬고 땀과 노폐물을 배출한다. 그다지 보기 좋지 않은 몸속 장기를 아름답게 감싸주는 역할도 한다. 그래서 피부를 살아있는 봉투’(live envelope)라고 한다.
피부는 노화와 미모를 판단하는 최초이자 최후의 척도이기도 하다. 심장이나 폐,신장,간장처럼 생명에 직결되는 장기는 아니지만 내장의 노화를 밖에서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즉 내장기능이 좋은 사람이라도 어쩌다 피부가 상할 수는 있지만, 내장기능이 나쁘고 노화된 사람은 필연적으로 그 티가 피부에 나타나게 돼 있다. 이 봉투를 구김과 패임없이 잘 관리한다면 ‘동안(童顔)’이라는 칭찬을 들으며 마음까지 젊게 살 수 있다. 노인 인구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안티에이징의 하나로 주름살 펴기 등 피부미용에 관한 관심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나이드니 콜라겐 엘라스틴 피하지방은 줄고, 중력은 잡아당기고
피부 노화는 나이 먹음, 중력의 작용, 질병, 잘못된 생활습관에 따른 ‘자연노화’와 햇빛 노출 정도에 비례하는 ‘광노화’로 나눌 수 있다.
세월이 흐르면 피부는 표피·진피·피하지방 등 3개층 전층에 걸쳐 노화가 진행된다. 자연노화는 주로 잔주름, 피부 늘어짐, 피부 얇아짐으로 나타난다. 표피는 나이들어 두께가 감소하고 진피와 접촉하는 면적이 줄어든다. 노인이 젊은이에 비해 작은 상처에도 쉽게 피부가 벗겨지고 물집이 잡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랑게르한스 세포의 수도 20∼50% 감소해 병원체나 외부 이물질에 민감해진다. 또 멜라닌세포는 10년마다 숫자가 10∼20% 줄어 자외선을 방어하는 능력이 그만큼 저하된다.
피부탄력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콜라겐과 엘라스틴(탄력섬유)이 존재하는 진피 역시 늙게 된다. 진피 중 콜라겐은 90% 이상, 엘라스틴은 3∼4%를 차지한다. 피부가 노화되면 콜라겐, 엘라스틴의 생산량이 감소하고 이들을 분해하는 물질이 증가하고 진피 내 세포 및 혈관 역시 줄어든다. 콜라겐은 20세 이후 매년 1%씩 감소한다. 엘라스틴도 수와 직경이 감소하고 길이가 짧아진다. 콜라겐 감소는 주름살 형성, 엘라스틴 감소는 피부탄력 저하로 이어진다. 피하지방도 노화로 조직량이 감소하는데 나이들어 볼이 들어가 보이는 것은 뺨 부위의 지방이 감소한 때문이다.
콜라겐과 엘라스틴이 잘 생성돼 피부를 탄탄하게 지탱하는 것은 좋은 유전자를 타고 나야 하는 측면이 강하다. 다만 적절한 동물성 단백이나 연골 함유 기능성 식품 섭취로 피부에 영양분을 공급해주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혈액순환 및 피부신진대사가 잘 되게 하면 유전자가 다소 열성인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
서구일 모델로피부과 원장은 “피부노화의 바로미터는 주름, 검버섯·기미·잡티 등 피부색소 침착, 얼굴볼륨 함몰 등의 여부에 달려있다”며 “이 중 한 가지만 심해도 늙어보이게 된다”고 말했다.
나이 먹음에 비만,만성피로, 스트레스,당뇨병,고혈압,격심한 운동(운동중독증) 등 피부혈관의 노화를 촉진하는 요인이 겹쳐지면 피부노화가 앞당겨진다. 이들 요인은 세포의 산화를 유도하는 유해활성산소를 만들어내고 이를 방어하는 항산화 효소의 기능을 떨어뜨려 결국엔 쇠에 녹이 스는 것과 같은 과(過)산화 독소가 세포에 축적되게 만든다. 스트레스를 누그러뜨리고, 다이어트로 열량 섭취를 줄이며, 적절한 운동으로 세포를 자극하는 것이 질병 예방은 물론 피부 노화 지연에도 효과적인 길이다.
피부 노화에는 지구 중력이 상시적으로 작용한다. 중력이 피부를 자꾸 아래방향으로 당겨 잔주름이 잡히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간접적으로 피부를 건조하게 하며 피부의 두께와 탄력을 점진적으로 감소시키게 된다.
빛과 열을 차단해야 피부노화 속도 느려져
광노화란 햇빛(주로 자외선)에 의해 피부가 건조하고 거칠어지며, 각질이 두꺼지는 각질화가 진행된 후, 주름이 잡히고 피부에 색소가 불규칙하게 침착하는 과정이다. 혈관이 늘어나고 멍도 잘 든다. 자외선이 표피를 투과해 진피층까지 깊이 침투하면 탄력을 유지시키는 진피 내의 콜라겐과 엘라스틴이 손상된다.
광노화는 자연 노화보다 굵고 깊은 주름살과 더 많은 잔주름을 만든다. 어린 시절부터 자외선에 노출된 누적량에 비례하며 직업과 선천적·인위적 자외선 방어능력에 따라 개인차가 날 수 있다. 지속적인 자외선 노출은 표피와 진피를 모두 변화시키는데 자연 노화에 비해 심하고 일찍부터 드러난다. 광노화 초기에는 자외선의 영향에 의해 각질층이 두꺼워지지만 일정 시점을 넘으면 피부조직이 급격하게 위축돼 피부가 축 늘어지고 멍이 잘 들게 된다. 같은 장년인데도 실내서 근무하는 도시 샐러리맨과 시골 농부의 얼굴이 다른 게 바로 이런 광노화의 영향이다. 따라서 여름철은 물론 연중 내내 자외선 노출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광노화를 늦추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매일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이다. 이론상 햇빛이 가장 수직에 가깝게 비추는 6월 전후에 자외선 조사량이 최다지만 여름에는 구름이 많이 끼고 비도 자주 온다. 가을은 청명해서 자외선량이 의외로 많다. 스키어들과 어부들의 피부 노화가 빠른 것을 보면 설원과 수면에서 난반사되는 자외선의 양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연중 4계절 자외선을 주의해야 한다. 흥미로운 대목은 자연 노화는 꾸준히 일어나지만 5∼10년 주기로 갑자기 한꺼번에 늙어보이는 양상을 보이는 반면 광노화는 자외선 조사량에 비례해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일시에 많은 자외선을 쬐면 그 피해가 배가된다는 사실이다.
불가피한 피부의 내적 노화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자외선 차단과 함께 ‘열노화’ 방지가 최근 중요시되고 있다. 자외선 이외의 태양열이나 취사·요리·난방·노동조건 하에서 폭로되는 일상생활의 열을 막아야 피부가 덜 노화된다는 논리다. 일상에서 발생하는 모든 고열로 피부 온도가 상승하면 그 자체가 피부노화의 또 다른 주원인이란 얘기다. 자외선과 마찬가지로 고열이 피부세포의 DNA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피부를 식히기 위해서는 에어컨 같은 실내난방이나 차가운 물수건을 이용한 냉찜질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둘 다 자주할 경우 오히려 피부의 수분이 빠져나가 건조해질 수 있다. 이를 피하려면 자외선 뿐만 아니라 태양열도 차단할 수 있는 자외선차단제의 상용, 잦은 실내환기, 보습제의 수시 사용 등이 요구된다.
신체부위, 생활습관, 성별, 인종에 따라 피부노화 양상 달라져
피부 노화에는 유전 또는 인종이 영향을 미친다. 아시아인(황인종)이나 흑인은 서구인(백인)보다 피부 노화 속도가 느리다. 동양인이나 흑인은 엘라스틴이 풍부한 데 비해 서양인은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엘라스틴도 쉽게 변성돼 손상된 물질이 진피에 축적,피부가 얇아지고 가는 주름살이 많이 생긴다. 게다가 백인은 자외선을 피부로부터 보호하는 멜라닌 색소가 부족해 햇빛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기능이 최대 70% 떨어진다. 생활습관상 일광욕까지 즐기니 노화가 더욱 진행될 수밖에 없다. 또 한국인은 굵은 주름살이 이마 눈주위 입주위에 잘 생기는 반면 백인은 이마와 뺨에 잔주름이 자글자글하다.
피부 노화 속도는 부위별로 다르다. 햇빛을 많이 받는 얼굴 목 팔등 손등은 노화가 빠른 데 반해 몸통 하지상부 등 태양 노출이 적은 부위는 상대적으로 노화가 느리게 진행한다. 예컨대 팔의 바깥쪽은 피부색이 진할 뿐더러 잔주름이 조글조글 잡히는 반면 안쪽은 색도 하얗고 주름도 별로 없다. 흔히 다른 나이는 속여도 목주름살은 못 속인다고 한다. 목은 햇빛을 많이 받고,눈가와 같이 피부가 얇고 피지선이 상대적으로 적어 항상 건조하며, 수시로 고개를 돌리는 등 운동량이 많아 피부 노화를 여실하게 반영할 수밖에 없다.
피부 타입별로는 외견상 건성 피부의 노화가 빠르다. 피부가 건조하면 잔주름이 잘 생기기 때문이다. 지성 피부라고 마냥 좋아할 것은 못된다. 겉보기에는 노화가 별로 일어나지 않는 것 같지만 모공이 점차 넓어지면서 늘어지고 피지가 산소와 접촉하면서 피부톤이 탁해지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
통상 세안 후 오전 내에 코가 번들거리면 지성,오후 5시가 넘어도 번들거리지 않으면 건성,오후 5시께 살짝 기름기가 묻어 나오면 중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피부 노화의 특성을 알아 맞춤 예방 및 치료에 나서야 한다.
남자가 여자보다 피부 노화가 느린 것도 피부타입과 관련이 있다. 남성은 여성보다 피부가 25% 가량 두꺼운데다 피지량이 많아 건성피부인 사람의 비중이 낮기 때문이다. 남성은 잔주름이 쉽게 생기지 않지만 대신에 일단 주름이 생기기 시작하면 깊이 파이는 양상을 보인다.이는 과음 흡연 과로 스트레스로 더 빨리 촉진될 수 있다. 흡연이나 과음은 유해 자유기(free radical)를 만들어 세포를 손상시키고 엘라스틴을 조각내므로 금연이 요구된다.
여성은 폐경 이후 에스트로겐이 급감하면서 피부 주름살이 갑자기 늘어나므로 중년 이후 전신 건강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나이를 먹으면 피부조직이 얇아지고 탄력을 잃고, 뺨·코옆·입주변 등에 잔주름이 생기며, 피부가 건조해지고 처지게 된다.이를 위해 안티에이징 성분을 함유한 기능성 화장품을 선호하는데 자신의 증상에 적합한 화장품을 선택해 적어도 3개월 이상 꾸준히 써야 하며 효과의 개인차도 크다.
생활습관도 중요하다. 지나친 표정변화나 항상 찡그리는 표정은 주름이 쉽게 잡히게 만든다. 표정을 짓게 하는 안면근육은 다른 근육과 달리 한 쪽 끝이 피부에 붙어 있다. 표정 변화가 심하면 안면근육의 수축과 이완이 반복돼 주름이 잘 잡힌다.마치 음료수 캔을 구부렸다 폈다 하면 일정한 곳에 복원되지 않는 홈이 파이는 것과 같다. 황규광 세련피부과 원장(서울 논현동)은 “찡그린 얼굴은 이마에 깊고 굵은 주름을,항상 웃는 얼굴은 눈 주위에 많은 잔주름을 만든다”며 “입술을 자주 오므리는 습관이나 흡연은 입술 주위에 많은 주름이 지게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노화로 피하지방마저 감소하면 입가에 더욱 깊은 주름이 잡힌다.따라서 가벼운 미소가 주름살이 가장 덜 생기게 하는 표정이라 할 수 있다. 태어나는 것은 순서가 있어도 피부 노화의 속도는 관리하기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남들보다 10년 젊게 보이는 피부관리 10계명
1.절대 금연…흡연과 과음,무리한 다이어트나 과도한 운동을 삼간다.
2.4계절 자외선 차단제 필수…외출 30분에 자외선 A와 B를 모두 막는 차단제를 바른다.
3.찡그리고 인상쓰기 금물…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가벼운 미소로 대한다. 스트레스 관리 철저.
4.세안 철저…미지근한 물을 쓰고 찬물로 마무리한다.너무 자주 하지 않는다.문지르지 말고 거품을 많이 내 안에서 바깥쪽으로.세안과 샤워 후 보습제를 바른다.
5.하루 8잔 이상의 물… 체내에 충분한 수분 공급. 신진대사 촉진. 실내 습도 50~60%로 유지
6.미인은 잠꾸러기…오후 10∼12시에 잠들어 7∼8시간 규칙적으로 잔다.베개는 낮게.
7.항산화제 및 양질의 단백 섭취…녹황색 채소와 과일,비타민제,소고기 등심,연골식품 등 적정 섭취.
8.긴장된 근육 마사지…취침 전 피부 마사지가 효과적이다. 화장품의 과도한 사용과 각질제거를 삼간다. 오이마사지나 수분화장품이 적합.
9.적절한 운동… 유산소운동,물구나무서기,복식(단전)호흡 등으로 혈액순환을 촉진한다.
10.온도를 적정하게 유지…태양열,취사열,난방열에 의한 피부 노출을 줄이고 에어컨,냉찜질을 적절히 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