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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잇따른 ‘묻지마 범죄’…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원인
  • 정종호 기자
  • 등록 2012-08-24 14:53:40
  • 수정 2012-09-08 19:5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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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년째 고립, 엽기생활로 인생포기… 사회가 분노의 시한폭탄 터지기 전에 막아야

최근 사회에 대한 불만을 ‘묻지마 범죄’로 표출하는 강력사건이 잇따라 일어나 선량한 시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밤거리를 혼자 걷거나,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만 다가와도 겁을 먹는 사람이 늘어났다. 서울 중곡동에서 일어난 주부 성폭행 과정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의정부역 흉기 난동 사건, 울산 슈퍼마켓 여주인 칼부림 사건, 여의도 한복판에서 일어난 전 직장동료 원한 갚기 목적의 칼부림 사건, 수원의 유흥주점 여주인 성폭행 미수 후 이어진 살인사건 등이 최근 신문 사회면을 점령해버렸다.
이들은 가난할 뿐만 아니라 세상과의 연결이 단절됐거나 어우러져 살기를 거부한 게 공통점이다. 쌓인 분노를 범죄로 표출한 ‘사회적 외톨이’들이다. 문제는 이들처럼 분노를 범죄로 해소하려는 사회적 외톨이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을 고통과 절망속에 떨어뜨린 사람에 대해 하루에도 수십번씩 살인·강간 충동을 느낀다고 한다.
우리보다 먼저 사회적 외톨이 문제가 제기됐던 일본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2010년 실태 조사를 벌였고, 일본에 사회적 외톨이(히키코모리)가 70만명에 달하고, 히키코모리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친화군(親和群)’은 155만명에 이른다는 결론을 내놨다. 국내 전문가들은 한국에도 최소 20만명이 넘는 사회적 외톨이가 존재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박진경 강동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대부분 반사회적 인격장애(사이코패스, psychopath)에 가깝다”며 “사이코패스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범인의 범죄 이전 대인관계 양상이나 성격특성, 범행 동기 등에 대한 면밀한 사전평가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분열증 등 다른 정신병리의 질환일 가능성도 검토돼야 한다.박 교수는 “사이코패스 범행은 성적욕망·공격성·범법행위에 대한 통제력이 부족하고, 충동적이며, 양심의 가책이 결여된 것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사회부적응 또는 최악의 경우 범죄심리로 이어질 수 있는 정신질환 전반에 대해 알아본다.

묻지마 범죄 정신질환.png

정신질환의 구분과 인격장애의 사회적 관점

정신질환은 크게 정신분열증 신경성장애 인격장애로 나뉜다. 정신분열증은 뇌세포의 기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발생한다. 당뇨병이 췌장세포의 손상에 의해 생기듯 정신분열증은 뇌세포의 이상에 의해 초래된다.어느 정도 타고난 질환이기 때문에 평생 약을 복용하고 심리재활치료를 함으로써 정상에 가까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신경성장애는 우울증 불안증 공포증 강박증 등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심리적인 측면이 강하므로 스트레스를 그때 그때 풀어주고 낙천적인 사고를 가지며 필요한 경우에 약물치료를 실시함으로써 개선할 수 있다. 다만 신경성장애에도 뇌세포의 기질적인 또는 유전적인 문제가 깊게 관여한다고 보는 추세다.
인격장애는 정신분열증과 달리 행동하고 사고하는 능력은 멀쩡한데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은 삐딱한 경우다. 이런 인격장애는 △어린 시절의 성적·신체적 학대,무시당함,부모와의 이별 등 정신적 충격 △유대가 약하거나 대화가 부족한 가정환경 △부모의 과잉보호 등으로 건실한 자아가 형성되지 않을 때 생기기 쉽다. 산업화 핵가족화로 이기주의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1990년대 들어 한국사회에 다양한 가치 추구, 개인의 감각적·충동적 욕구 추구가 용인되면서 이런 인격장애는 두드러지고 있다.
인격장애는 개인의 일탈,가정 불화,사회 불안정, 범죄 증가로 연결될 수 있어 주위에서 이를 이해하고 도와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방치할 경우 환자는 우울증 약물중독 자살시도 범행 등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에 조기치료가 필요하다.

원만한 대인관계는 개인과 사회발전에 필수

직장생활의 성패가 업무처리능력 외에도 대인관계에 의해 크게 좌우됨을 부인할 수 없다. 때로는 대인관계의 영향이 더 강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원만한 대인관계는 바람직한 인격에서 비롯된다. 대인관계는 상대적이어서 자신은 물론이고 상사나 부하의 인격 중 어느 하나만 문제가 있어도 원활하지 않아서 성공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
인격은 성격보다 광범위한 용어로 일상적인 상황에서 개인을 특징 지어주는 감정적 행동의 경향으로 규정할 수 있다. 정신과 용어로 인격장애란 인관관계나 사회생활에 문제를 일으키는 인격을 가진 것으로 융통성이 없고 자기생각만 하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것을 일컫는다. 개인의 발전이나 사회와의 조화를 위해서는 치료돼야 할 정신질환이다. 문제가 되는 성격들의 유형은 다양해서 어떻게 보면 주위에서 멀쩡한 보통사람을 찾아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기도 한다.

편집성 인격장애
상사와 부하가 이런 유형이면 스파이와 같이 지내는 것처럼 아슬아슬한 느낌으로 하루를 보낼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동기를 악의가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사람이 자기를 관찰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늘 조심한다.
불신과 의심이 많고 지나치게 과민해 항상 남들로부터 모략당할까 긴장한다. 어떤 정보도 자신에게 나쁘게 이용될 것이라는 두려움에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을 꺼린다. 작은 충고나 비난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화를 내고 반격하며 모멸감을 느끼고 원한을 품는다. 한번 상처를 받으면 절대로 잊지 않고 복수심에 불탄다. 타인에게 주로 냉소와 경멸의 반응을 보이며 불평불만이 많다. 타인에게는 감정이 상한 것처럼 혹은 화난 것처럼 비춰져 괴팍하다는 이야기를 듣기 쉽다. 남에 대한 시기와 질투가 심하고 자존심이 매우 강해 강자에겐 적대적이고, 약자에겐 무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대인관계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시비조’이다.

분열성 인격장애
타인에 대한 공감이나 반응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사회적 관계를 맺는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남들의 칭찬이나 비난에도 무관심하다. 고독을 즐기고 가족 외에 가까운 친구는 거의 없다. 주로 혼자 생활하고 유머가 없으며 남들에게 차갑게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히스테리성 인격장애
타인에 대한 반응이 지나치게 빠르고 남들에게 자기과시가 심하고 대인관계도 연극적이다. 특히 대인관계가 피상적이어서 진실된 깊은 관계를 맺기 어렵다. 대개 타인에게 불성실하고 상대의 의사를 자기 멋대로 해석하기도 한다. 자기가 모든 모임이나 일에서 중심이 되지 않으면 참지 못한다. 대인관계에 지속성이 없고 사귀었다 쉽게 헤어지며, 교제하는 사람은 많으나 상대가 자주 바뀐다. 상대에게 자기 요구만 들어주기를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이성관계를 낭만적으로만 끌어가려는 환상에 빠진 경우가 많다.

경계선 인격장애
최근 부쩍 늘고 있는 인격장애다.‘전적으로 좋은’ 또는 ‘전적으로 나쁜’ 두 가지 극단적 반응만이 존재한다. 좋아하는 사람은 지나치게 미화하고 반대로 싫은 사람은 멸시한다. 즉 과소평가와 과대평가만이 존재한다.또 좋아했던 사람에게 갑자기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반응을 보여 주위를 혼동케 한다. 어떤 사람에게 지나친 기대를 갖고 접근했다가 실망하면 원수가 돼 멀어지는 현상을 보인다.
이 때문에 여러 사람을 접촉하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다시 고독에 빠진다. 혼자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지만 만성적인 공허감을 채울 수 없다. 부적절하게 자주 화를 내고 참지 못한다. 상대방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의존형’ 성격이면서 동시에 자기책임을 회피하는 ‘회피성’ 성격을 띠게 된다.
1990년대 들어 가치의 다원화, 핵가족화, 개인주의가 용인되면서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욕구를 다른 사람의 간섭을 받지 않고 추구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부쩍 늘고 있다. 개인적 요인으로는 어렸을 때 △성적 신체적 학대 △무시당함 △부모와의 이별 △유대가 약하거나 대화가 부족한 가정환경에 노출됨으로써 뇌 성장에 문제가 생길 경우 경계선 인격장애를 보인다는 연구다. 이런 사람은 복잡한 사고나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데 사용되는 뇌 전두엽의 부피가 정상인보다 작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기애적 인격장애(나르시스
적절한 자기애는 필요하다. 자기애가 강하면 스트레스를 덜 받고 우울증에도 덜 걸린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러나 지나치면 문제다. 자기애적 인격장애자는 자기의 재능 성취동기 욕망만 중요하게 여기고 남은 배려하지 않는다. 따라서 타인에게 특별대우를 기대하고 상대방이 이를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견디지 못한다.
주위의 존경과 찬사를 한 몸에 받으려 애쓰고 대인관계에서 조금만 자존심 상하는 일이 있어도 견디지 못한다. 자존심이 불안정하므로 남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항상 집착한다.
친구를 깊이 사귀는데에는 인색하지만 멋지거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과 어울리려 노력한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타인을 착취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정신분석학자들은 24개월 미만의 어린 나이에 충격을 받았거나 딸은 아버지, 아들은 어머니로부터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해 성격이 정상적으로 형성되지 않을 경우 자기애적 인격장애가 생긴다고 보고 있다. 또 부모가 과잉보호했거나 ‘특별한 사람’이기를 요구하며 키운 경우, 다른 아이에게 지지 말고 양보심을 갖지 말라고 가르친 경우에도 많이 생긴다. 그래서 이런 사람 중에는 외동아들 외동딸이 많다.
 
관계중독증
누구나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쏟을 목표와 대상을 갖고 살길 원한다. 그러나 특정인과의 관계에 병적으로 몰두하고 자아를 잃으면 문제다.
관계중독증은 ‘나’는 없고 ‘너와 함께 있는 나’만 존재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친밀한 ‘관계’를 맺을 누군가를 찾는다는 점에서 ‘중독’이다. 이들은 △친밀한 누군가가 없으면 불안해하고 △그에게만 ‘촉각’을 세워 사소한 말이나 행동에도 쉽게 상처를 입는다. 이 때문에 애인 남편 자식 친구 부모 등의 관계에 목숨을 건다.
전문가들은 관계중독을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을 ‘또  다른  나’로 여겨 ‘경계’를 긋지 않아 생기는 것으로 본다. 주로 부모의 과잉보호로 독립성이 없거나, 학대를 받으며 자라 자아의 정체성이 형성되지 못해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몸은 어른이지만 정신은 유아기에 묶여있는 것이다. 중년 여성이 겪는 ‘빈둥지 증후군’도 관계중독의 하나다. 심한 경우 정신질환의 초기단계인 ‘의존성 인격장애’로 발전한다.

기타
△아주 사소한 일도 자신이 결정하지 못하고 남의 의견을 쫓으며 대인관계가 좁은 의존적인 성격 △지배와 복종에 대한 관념이 뚜렷해 윗사람, 힘있는 사람에게는 확실히 복종하지만 아랫사람도 자기에게 복종하기를 강요하는 강박적인 성격 △남들이 자신을 거부할 걱정에 지나치게 집착해 대인관계를 기피하는 회피적인 성격 등이 있다.

사회양극화 따른 분노현상 통제 시스템 필요…사회적 힐링 나서야

묻지마 범죄는 빈부격차 확대 등 사회양극화, 유전무죄 무전유죄와 같은 사회지도층의 비도덕성 등에 분노가 축적돼 있다가 제어되지 않은 채 터져나오기 때문에 유발되는 사회현상이다.
범죄자의 소외감이나 열등의식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엄벌만으로 묻지마 범죄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개인의 사회적 낙오나 경제적 어려움이 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만큼 꾸준한 상담,치료,교육,정부·지역사회·기업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어려서부터 부모와 자녀가 매일 15분 이상 격의없이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아버지는 ‘좋은 아버지 되기’ 운동 같은 것에 동참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대화 내용은 “공부를 잘했느냐”보다는 “어떤 게 재미있느냐” “무엇이 짜증나느냐”를 물어보는 게 바람직하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아이를 밀어붙이면 오히려 문제가 유발될 수 있다.
가벼운 피해망상과 인격장애는 방치하면 고착화된 편집증이나 정신분열증으로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정확히 진단해 치료에 나서야 한다. 편집증적 정신분열증,망상장애,우울증 등은 전문적인 약물 및 상담 치료가 필요하다.

자녀 인성교육과 조기 정신건강교육을 강화하자

한국은 과거에 지나치게 강압적으로 인성을 강요하던 시대를 보냈고, 지금은 그에 대한 반발로 자유를 넘은 방임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제 공공장소에서 떠드는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는 부모는 사라지고, 나무라는 어른들은 제 자식도 간수 못하면서 남의 일에 참견을 일삼는 오지랖 넓은 사람이라고 욕을 먹는 세상이 돼버렸다.‘타인에게 피해주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가르치는 부모가 다시 많아져야 사회에서 이기심을 죽이고 조화를 이뤄 공존할 수 있다.
따라서 수학·영어교육보다 인성교육이 더 강조돼야 한다. 정신건강을 해치는 위험 요인을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초등학교 저학년생에게 화날 때 말하는 법을 가르친다. 5학년 때는 스트레스 증상과 관리,우울증의 증상과 발견,자살이나 불법 약물 사용의 문제점 등을 배운다. 어려서부터 인성교육과 정신건강 다스리기 훈련 뒷받침될 때 묻지마 범죄는 줄어들 수 있다.

인격장애를 갖고 있다면 자신의 행동·감정 상태를 객관화하고 평가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 충동과 욕망을 표현하는 방식을 온화한 톤으로 바꾸고, 과격하게 표현하는 횟수를 줄이도록 노력한다. 사람을 장점과 단점을 가진 전체적인 존재로 보는 연습을 한다. 상황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적절하고도 안정된, 자존감·자신감·독립심을 기른다. 의사 소통하는 화술이나 매너를 익히도록 한다. 하지만 이같은 실천방안을 문제가 있는 사람이 몸소 실행한다든가, 주위사람들이 권하기는 쉽지 않아 전문가에 의뢰할 필요가 있다. 심한 경우 정신과 상담치료가 필요하다. 매주 1~5회, 매회 30분 이상의 정신과 면담치료가 실시돼야 한다.우울증 공격성향을 보이면 항우울제나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아 복용토록 한다.

아이에게 좋은 부모 되는 10가지 수칙
1.매일 자녀와 15분 이상 솔직한 대화를 한다.
2.자녀에게 스트레스를 줄 말과 행동을 삼간다.
3.아이가 먼저 말하게 하여 자율성을 기른다.
4.분노 슬픔의 표출을 자제하고 아이의 모범이 된다.
5.문제 행동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해하려 애쓴다.
6.‘나와 아이의 관계’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한다.
7.하면 안되는 것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한다.
8.자녀에게 과다한 것을 요구하지 않고 인내한다.
9.자녀와의 충돌과 꾸중이 끝나면 사랑을 표현한다.
10.자녀의 행동과 사고가 정상 발달하는지 살핀다.

도움말= 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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