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 시행을 둘러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의사협회의 대립이 더욱 심화될 조짐이다. 의협은 지난 22일과 23일 각각 조선일보와 경향신문에 ‘숫자로 알아보는 건강보험공단 통계’(사진)라는 제목의 전면광고를 게재했다. 이에 건보공단은 지난 23일 일간지에 게재된 광고내용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의협과 건보공단은 최근 인터넷에서 상호 비방으로 명예훼손과 협박 등을 명분으로 고소·고발한데 이어 이번에는 언론 광고를 통해 싸움을 확대하고 있다.
의협이 일반지에 게재한 전면광고의 내용은 △1만 2265명, 건보공단 직원 숫자 △18.49년, 건보공단 직원들의 평균 근속년수 △81%, 전체 직원 중 간부급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 △5607만원, 12265명 직원들의 평균 연봉 △246명, 건보공단에서 1년에 뽑는 신입사원 숫자 △1조388억원 건보공단에서 1년에 쓰는 관리운영비 △1956억원 건보공단에서 최근 31개 사옥과 연수원을 짓는데 들인 비용 △8명 매번 국회의원·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직원들의 평균 숫자 △의료기관 치료비 지급 차질 등이다.
의협은 신문 광고를 통해 공단의 방만한 경영을 지적했다. 의협 관계자는 “슬그머니 보험 혜택을 줄이고 의료기관에 치료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어 진료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이 맡긴 건강보험료가 질병의 치료를 위해 우선적으로 사용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건보공단은 이런 의협의 지적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내고 의협 집행부 행위에 대해 꼬집었다. 공단 관계자는 “의협 집행부 행위의 정도가 이젠 한계를 넘었다”며 “이번 허위광고 내용에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의협은 공단의 방만한 경영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고, 공단은 의사들로 추정되는 일부 네티즌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공단과 공단직원들을 대상으로 욕설과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양측의 관계가 벌어진 것은 지난 5월 노환규 의협회장 취임과 7월부터 시행된 포괄수가제 시행을 앞두고 벌어진 건보공단과 의협의 마찰에서 비롯됐다. 노환규 회장은 의협회장 취임 일성으로 의료의 질을 떨어뜨린다며 지난 7월부터 실시될 예정이던 병·의원급 7개 질환에 대한 포괄수가제 반대를 선언하는 등 포괄수가제를 추진하는 보건복지부와 대립각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