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성질환자가 급증하는 등 인구 대비 질환보유자 수가 증가하고 있어 공공보건의료서비스를 전 국민으로 확대해 질병발생, 비용증가를 억제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상영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사진)은 27일 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복지포럼 7월호를 통해 이와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한국 보건의료 현황과 발전방향’이란 주제의 보고서에서 공공보건의료서비스 부문을 의료시장 최일선 전초기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역할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국내 공공보건의료서비스는 주로 민간병원이 회피하는 부문의 진료, 저소득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서비스 제공 등 그동안 한정적인 역할만 수행해 왔다”며 “하지만 만성질환 증가 등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질환들이 늘어나면서 이런 역할에 더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예방, 건강증진 서비스를 제공해 치료서비스 시장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통제하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이어 공공보건의료 부문 역할 증대를 위해 “질병예방, 건강증진 부문에 대한 정부의 지원 우선 순위를 획기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예방, 건강증진사업 재원을 국민건강증진기금에만 의존하지 말고 일반회계에서 예산 배정을 늘려야 하며 담배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가하는 등 현재보다 안정적인 재원확보를 마련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한 대안으로 △국민의료비 증가 억제를 위한 보건의료 자원의 적정관리 △수요를 초과하는 서비스의 공급억제 △합리적인 서비스 수가 결정 및 지불보상제도 설정 △서비스 이용의 중복제거 △합리적인 의료수요 관리 등을 제안했다. 아울러 공공보건의료의 역할증대와 관련해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을 개정하고, 공공보건의료의 정의를 서비스의 공급 측면에서 기능 중심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민간의료기관이 공공보건의료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롤 모델(role model)’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보건진료소 등 지역보건의료 기관도 사회·경제적 여건, 주민의 욕구 변화에 맞춰 기능 중심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며 “공공보건의료기관이 지금처럼 단순한 역할만 수행할 경우에는 존재 여부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의료서비스의 지속적인 활성화를 위해선 지역문화·예술기관 등과 연계하는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도 내놓았다. 지역문화와 예술의 연계부분은 의료서비스의 효율성, 의료의 질 향상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파악돼 그동안 꾸준한 논의가 있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건강에 대한 국민의 가치가 점점 변하고 있기 때문에 수용자의 측면에서 연계 부문과의 통합은 매우 중요하다”며 “건강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더라도 문화·예술 등 복지와 건강서비스를 통합해 제공할 경우 공공보건의료의 수요는 제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각종 문화·예술 공연장에서 건강관련 서비스 제공 △다문화가정 지원사업, 자활프로그램 등 지역사회 내 다양한 복지사업들과 건강관련 사업을 통합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 △지역단위에서의 통합·연계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재정지원, 관련 인력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대형병원의 환자 집중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1차의료기관 중심의 만성질환관리체계의 활성화, 개인 차원에서 건강을 연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 구축의 필요성, 지역단위 건강관련 프로그램 개발과 시행에 있어 행태적이고 사회적인 접근을 강화하기 위한 의사결정 기전 마련 등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