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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만 두들겼지 의료계 위한 논의는 축소
  • 신정훈 기자
  • 등록 2012-07-26 14:31:21
  • 수정 2012-10-25 10:5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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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 3차에 걸쳐 진행된 보건복지위 전체회의 아쉬움 남겨

19대 국회 개원 이후 처음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가 12일, 24~25일 총 3차에 걸쳐 진행돼 국민건강보험의 재정 상태와 의료계 현실 등을 논의했지만 건보 재정난과 비리만 들춰내고는 실질적인 의료계의 문제점에 대한 논의는 축소되고 필요한 해결책은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국회 보건복지위와 보건복지부, 의료계가 생각하는 잣대가 서로 달라 의료계를 수요자 중심으로 바라볼 것이냐 공급자 중심으로 바라볼 것이냐가 상충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열린 첫 회의에서 이런 시각의 충돌은 여과없이 드러났다. 김성주 민주통합당 의원 등 일부 복지위 상임위원들은  “한국의 의료복지 구조는 현재 공급자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향후 수요자 중심으로 변화시킬 방침”이라고 밝혔다.
24일에는 보건복지부,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관련 기관의 업무보고에 이어 최근 의료계 현안에 대한 각각의 견해와 수많은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김용익 민주통합당 의원은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들의 과잉진료를 막기 위한 정부 정책을 문제 삼았다. 그는 “기초생활보호대상 미달자들을 제도적 틀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구제방안이 필요하다”며 임채민 복지부 장관에게 합리적인 대안 제시를 요구했다.
문정림 선진통일당 의원은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인 포괄수가제와 임의비급여 문제를 놓고 임채민 장관에게 질문을 던졌다. 문 의원은 복지부에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들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행 전 관련단체들에게 동의와 양해를 받는 유연함을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임채민 장관은 이에 대해 “포괄수가제 이후 복지부뿐만 아니라 건강보험공단, 심평원을 통해서도 제도와 관련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데, 하루 60통 가량의 궁금증과 관련한 문의 중 가격과 실시 장소에 대한 질문이 대부분”이라며 “제도 시행 후 의료계에서 걱정하는 부분은 앞으로 수가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에 관한 것인데 향후 더 이상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답했다.
김성주 민주통합당 의원은 “보건복지부에 확인한 결과 보건의료기본법상 보건복지부 장관이 매 5년마다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수립할 의무가 있는데도 2000년 이후 단 한 차례도 관련계획이 수립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보건의료발전계획은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 가치, 행복을 추구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게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을 정하는 대한민국 보건의료 체계의 뼈대와 같은 중요한 계획인데도 보건복지부는 12년째 이를 손보지 않고 있는 것은 명백히 보건의료기본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참여정부는 2003년 보건의료발전계획(안)을 수립한 후 정부부처와 협의하고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논의했지만 공공의료에 대한 재정투입 등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계획 수립이 지속적으로 무산됐다. 이후 현 정부가 2010년 보건의료기본법을 개정하면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소속이 국무총리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변경됐고 보건복지부는 새롭게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구성해 10년 넘게 미수립된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수립할 기회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보건의료발전계획이 그동안 수정·보완되지 않아 지자체에서도 지역보건의료발전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며 “보건복지부는 지금이라도 조속히 공식적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부처간 협의를 통해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25일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도덕 불감증이 의원들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난 방만한 운영을 지적받은데 이어 일부 직원들의 상이용사촌 인쇄 납품비리 연루 사건까지 겹치면서 질타가 쏟아졌다. 최동익 민주통합당 의원은 “공단과 심평원 직원들의 근무해이와 부정부패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와 같은 행위를 했을 경우에는 공무원과 같이 횡령금액에 대해 5배를 물리는 엄격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포괄수가제 당연적용의 문제점들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김희국 새누리당 의원은 “7월 1일부터 시행된 포괄수가제로 인해 의료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며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건보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한 포괄수가제 실시는 찬성하지만 현재 건강보험공단에서 지불하는 급여비가 매년 11~12%이상 증가하고 있음에도 국민들이 내는 보험료는 5% 증가에 그쳐 이런 추세대로라면 건강보험재정 악화가 불가피하고 건강보험시스템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포괄수가제 시행에 따른 ‘의료의 질 저하’ 방지를 위해 18개 질 평가지표를 개발, 급여비 감액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 18개 지표로 전국 3282개 의료기관을 정확히 판단·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정부는 포괄수가제가 도입되면 의료기관 간 경쟁으로 질이 떨어지는 곳은 자연도태 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동일한 진료비만 인정되는 제도의 특성상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요인이 부족해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정부의 예상대로 경쟁이 이뤄진다 해도 환자 입장에서는 같은 가격이면 동네 병·의원 보다는 종합병원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종합병원 쏠림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공의 근무환경 개선 등 젊은 의사들이 절실하게 요구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이 거의 없었다는 평가다. 여러 위원들 중 김미희 통합진보당 의원만이 최근 발생한 전공의 사망사건과 관련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촉구했을 뿐이다.
김미희 의원의 요구에 관해 임채민 복지부 장관은 “일부 병원에서 전공의를 근로자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있으나 전공의는 기본적으로 수련과정에 있는 사람으로 적절한 교육의 양과 질을 보장받아야 한다”며 “현재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협의회를 만들어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조만간 개선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답했다.
보건복지위 전체회의를 지켜본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이번 회의에서 의료계의 현안과 개선에 관한 부분은 많이 축소된 듯하다”며 “심평원장이 의원들의 포괄수가제 청구절차 등의 관련문제들을 질의했는데도 제대로 내용파악을 못해 충분히 답변을 하지 못하는 등 불성실함을 보였는데 이런 부분들은 반드시 시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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