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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 바람과 건강상의 유익성
  • 정종호 헬스오 대표
  • 등록 2012-07-20 08:22:06
  • 수정 2021-06-24 18: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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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활용하면 건강도 챙기고 돈도 벌어…큰 기대 버리고 현지 적응 잘해야 성공

문명의 이기로 가득한, 편리한 도시를 떠나긴 싫어하면서도 자연적 존재의 하나로서 살아있는 느낌을 향유하려는 욕심쟁이들이 늘고 있다. 사옥이나 가정의 옥상, 아파트의 베란다나 1층 앞마당,지하주차장 등을 활용해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을 말한다.상추나 방울토마토 오이 고추 대파 등 채소를 직접 기르는 과정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고, 식료품 구입비도 줄이고, 안심하고 먹을만한 친환경 유기농 식재료까지 얻고, 지구환경 개선에도 기여하니 1석4조가 넘고도 남는다.


이런 욕심쟁이를 일컬어 GIY(Grow-It-Yourself)족, 시티 파머(City farmer)라고 부른다.GIY족이 인구 100명당 1명꼴에 달한다는 추정치도 있다. 도시 곳곳에 조성된 텃밭, 지하실 등 실내공간에 LED조명을 켜고 수경재배하는 공간(식물공장) 등을 일컬어 도시농장(City farm)이라고 한다. GIY 활동을 가드닝(Gardening), 푸드닝(Foodening)이라고도 한다.


때마침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는 물론 직장생활에 지친 30~40대 젊은 도시 직장인들 사이엔 귀농·귀촌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5월초 서울무역전시장에서 열린 귀농·귀촌 페스티발에는 사흘간 3만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GIY족의 출현과 귀농·귀촌 트렌드는 연장선상에 있다. 그렇다면 도시인들은 제한적이나마 전원에 가담하는 GIY활동을 통해 어떤 행복과 건강을 얻을 수 있나.이를 위해 무슨 준비를 해야 할까.


식물성의 마음이 도시인에게 평안을 가져온다


통계청 2010 인구주택총조사가 말해주듯 대한민국 전체 가구의 71%가 아파트나 연립ㆍ다세대 등 공동주택에 살고 있다.그럼에도 자연의 하나인 인간은 흙과 땅에 대한 갈망은 잊을 수 없는 회귀본성을 가졌다.


서울 역삼동 옥상 텃밭에 모인 통신기기 전문업체 직원들은 지난해 옥상에 조성된 100㎡ 남짓한 텃밭이 내뿜는 푸르름에 탄성을 질렀다. 상당수가 서울 출신으로 채소가 자라는 모습을 관찰하거나 흙도 만져보지 못하고 성장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GIY활동을 통해  “쑥쑥 자라는 이파리나 열매를 보면 마음이 설레”,“길쭉한 오이 좀 봐. 시장에 내다 팔아도 되겠네”, “상추 따서 저녁에 삼겹살 파티를 열어 볼까”와 같은 감탄사를 연발한다.


회사 옥상하면 으레 상사가 남몰래 후배를 불러서 업무상 실수와 못마땅한 태도를 깨거나, 남자들만이 담배를 피우는 장소로 악명 높기 일쑤다. 하지만 일상적인 옥상 정원이나 휴게실 대신 이처럼 텃밭으로 만들면 회사 분위기도 좋아지고 직원들의 정신건강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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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의료원 의대 교수와 환자들이 GIY활동의 하나로 ‘희망텃밭’ 가꾸기 활동을 하고 있다.


GIY활동은 황량한 도시인의 마음에 녹색 평화를 가져다 주기에 충분하다.우선 채소나 화초를 심고 기르는 과정에서 쫓기며 사는 도시인들이 명상과 여유의 시간을 얻을 수 있다.도시생활에 지친 심신이 잠시나마 청량감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안정감을 주는 녹색을 바라보면 안구피로와 테크노스트레스가 해소되면서 시각적인 측면은 물론 마음의 평안까지 얻게 된다.녹색과 형형색색의 꽃을 바라보면 저절로 색채치료가 된다. 또 텃밭을 아름답고 깔끔하게 가꾸려는 마음은 미적인 감정을 고양시켜 정신적인 만족을 배가시킨다.일종의 예술치료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심신이 피폐해진 사람은 파종부터 수확까지의 과정을 통해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게 되므로 심리치료나 다름없다.식물이 쑥쑥 성장하는 과정은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과 다른 재미와 정적인 기쁨을 준다.  
“정원을 하나의 사치로만 보는 것은 부당하다. 그것은 실로 마음의 소요처(逍遙處)를 마련하는 생활설계의 중요한 부분에 속한다. 좋은 정원은 마음에 휴식을 주고 정신을 맑게 하고 생활을 풍부케 한다. 자연과 언제나 약간의 거리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 도시생활에 있어서 정원은 실로 어머니같이 고마운 것이다.(김동명 시인의 수필 ‘정원’ 중)”. 이 글귀를 통해 왜 도시인들이 GIY의 매력에 흠뻑 빠져드는지 능히 알 수 있을 것이다.


GIY 활동은 오감을 자극하면서도 심리상태를 편안케 하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거대한 자연의 기획에 가담했다는 데서 오는 은밀한 뿌듯함 같은 감흥이 모든 가족과 직원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
정명일 농촌진흥청 원예특작과 연구원은 “GIY활동은 농업활동을 통해 먹고 보고 즐기며 사람이 중심이 되는 생산적 여가 활동”이라며 “급격한 도시화 과정에서 환경훼손 등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는 도시인들의 정서 함양과 단절된 지역 공동체 의식 회복에 도움이 되는 생활문화의 대안으로서 각광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이들의 정서함양에 큰 도움

 

어린이들에게도 ‘꼬마 도시농부’로 놀아보는 것은 유년의 아름다운 정서 함양에 도움이 된다. 아스팔트와 시멘트 바닥으로 가득한 도시공간에서 어린이들이 흙을 만지며 채소를 가꾸면 감수성도 무럭무럭 자라게 된다.

 
과도한 과외학습 등으로 학업스트레스에 지친 많은 어린이들이 정서불안, 성장장애, 우울증, 불안, 위축감에 빠져 시름하고 있다. 추억으로 가득해야 할 유년이 고통의 시간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이런 어린이들은 채소 등 식물을 가꾸면서 안정, 아름다움, 질서, 협동을 체험하게 된다. 이로 인해 고민이 줄어들고 자부심도 형성될 수 있다. 중등도의 정신지체아 학생에게는 원예활동이 주체성과 책임감,긍정과 진취성을 북돋워 학습동기를 유발시킨다고 연구돼 있다.

 
어린이는 단 것과 육식을 좋아하고 채소를 기피하게 마련이다.하지만 꼬마 농부 역할을 맡게 되면 스스로 키운 유기농 채소에 애착을 갖게 되고 당연히 편식도 교정될 수 있다.


최소한의 육체노동에 신체건강까지 덤
 
시골의 전업 농부처럼 생계를 위해 해가 뜰 무렵부터 해가 뉘엿해질 때까지 뙤약볕과 비바람에 싸운다면 고달픈 일이겠지만 시티 파머들에게 ‘미니 경작’은 최소한의 운동량을 충족시키는 둘도 없는 기회다.


파종, 모종이식, 김매기, 수확 등의 농작업은 부족한 도시인의 육체활동을 늘리는데 도움이 된다. 농작업은 근지구력을 늘리고 복근이나 대퇴근육 강화에 보탬이 된다. 허리와 무릎을 구부리는 GIY 활동의 육체노동은 관절염이나 요통이 생기게 할 정도의 노동강도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규칙적인 생활리듬을 갖게 해주는 것도 GIY 활동이 가져다주는 이익이다.

 

실내공기 정화,적당한 습도 유지에 기여


요즘 텃밭을 아파트 속으로 들여놓은 주거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미 롯데건설,현대건설,한라건설,한화건설 등이 GIY족을 위해 실내 텃밭을 갖춘 아파트를 내놓았다. 아파트 공용공간과 옥상,테라스,베란다,주방,화장실 등에 텃밭을 갖출 경우 열전도율을 낮춰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어 그린홈의 일환으로 주목받고 있다.주방이나 화장실 옆의 텃밭 가꾸기는 실내공기 정화에도 도움이 된다.


베란다에 채소밭을 만들면 관리가 용이하고, 겨울에도 농사가 가능하다. 자녀 자연교육 효과와 공기정화 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 감각적 만족과 함께 건강한 먹거리를 값싸게 누릴 수 있다는 점도 시티 파머의 마음을 뿌듯하게 한다.


귀농·귀촌은 돈이 된다


요즘 귀농·귀촌 후 블루베리, 마, 오미자 등 특용작물을 재배해 연간 수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성공사례가 보도되면서 도시생활에 지친 젊은이들이 솔깃하고 있다.


귀농은 말 그대로 농촌으로 돌아가 전업농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비해 귀촌은 주거지만 농촌으로 옮기고 도시로 출퇴근하는 형태, 주말마다 농촌으로 내려와 텃밭을 가꾸는 형태, 공기 좋고 물 맑은 전원에서 웰빙라이프를 꿈꾸는 형태를 포괄하는 삶의 방식이다. 


정부는 농지 및 주택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귀농인들에게 저리의 융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연리 3%, 5년거치 10년 분할상환으로 최대 2억4000만원까지 융자해준다. 농지 또는 농지를 조성하기 위한 임야를 귀농일로부터 3년 이내에 사들일 경우 취득세의 절반을 경감시켜주는 특혜를 주고 있다. 도시과밀 해소, 농촌 노동력 고령화 억제 등을 통해 농촌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고육책이지만 이를 잘 활용하면 농지를 거저 줍다시피 좋은 기회에 살 수 있다.


다만 귀농·귀촌은 충분한 준비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귀농한지 1~2년안에 큰 돈을 벌겠다고 욕심을 부려선 안된다.자신이 재배하려는 작물에 대한 노하우가 많은 명산지를 택하는 게 현명하다. 지역민들과 잘 어울러져 농사 멘토를 삼는 등 주위로부터 도움을 받아 ‘묻어가는’ 전략도 필요하다.

 
지난해 귀농·귀촌한 가구는 1만503가구로 전년의 4067가구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지난해 귀농인구 중 50대 이하 비율은 약76%였다. 귀농·귀촌에 기회가 엿보인다는 신호다. 인터넷을 활용해 도시인들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공동구매 형태로 판매하면 승산이 있다.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은 도시농업에 대한 산업기반이 잘 마련돼 있고 우리 정부도 관련 진흥법안을 준비 중이다. 귀농·귀촌하려면 지금이 적기일지도 모른다. 한번 붐이 일면 과열되는 한국인의 특성상 미리 가서 자리를 잡는 게 현명할 것으로 보인다.다만 철저한 사전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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