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면증’ 때문에 고생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밤에 잠을 못자는 불면증 환자가 연 16%씩 늘고 있는 추세다. 불면증은 불규칙한 생활습관, 과로, 스트레스, 만성질병, 약물부작용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며 무기력, 두통, 어지러움, 만성피로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또 인체의 면역력을 떨어뜨려 질병에 쉽게 걸리며 만성불면증으로 증세가 심해질 경우 집중력과 사고력을 떨어뜨려 우울증과 불안증을 동반한다. 최근에는 경제적 문제 때문에 잠 못 드는 환자들도 늘고 있다. 의료 전문가들은 “특히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불면증 때문에 야간활동이 많아지면서 직장이나 학교 등 사회활동에 능률이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있는 생활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충고한다.
1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의 ‘불면증 진료환자 및 총 진료비 추이’를 분석한 결과 2007년 20만7000명이던 불면증 환자가 2011년에는 38만3000명으로 17만6000명이나 증가했다. 이 가운데 남성이 37% 안팎, 여성이 63% 내외로 파악돼 불면증을 겪고 있는 여성환자가 남성보다 1.7배나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70대 이상 고령층 환자가 26.5%로 불면증에 가장 많이 시달리고 있었고 50대 환자가 20.5%로 그 뒤를 이었다.
불면증을 유별로 살펴보면 신체적 질환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는 질성불면증과 정신적 측면에서 발생하는 비기질성불면증으로 나눌 수 있다. 국내의 경우 2011년 이후부터는 비기질성불면증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고 환자 수는 17만명에 달한다. 심평원 관계자는 “불면증과 같은 수면 장애는 정상적인 생활리듬에 악영향을 끼쳐 개인이나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며 “특히 내과, 신경과, 정신과적 질환을 않고 있는 환자가 불면증에 걸릴 경우 앓고 있는 증세를 악화시키거나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으므로 불면증을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불면증이 발병하는 원인으로 정신적 요소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경기불황 장기화에 따른 실직, 고용불안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최근 클리닉 등 의료기관에 불면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면서 치료제와 수면유도상품 등 관련시장도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모키수면센터에는 몇 년 전만 해도 하루에 한명 꼴로 불면증환자(초진)가 찾아왔지만 경기불황이 본격화된 최근에는 서너명 수준으로 늘면서 가장 많을 때에는 하루에 10명 내외에서 초진환자가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려대 안산병원 수면호흡장애센터를 찾는 불면증 환자도 최근에는 15.3% 증가했다.
이런 현상은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사회분위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소비감소와 고용불안, 용산참사, 연쇄살인 등 뒤숭숭한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잠 못 드는 한국인이 늘고 있는 것이다. 신철 고려대 안산병원 수면호흡장애센터 교수는 “공단이 자리 잡고 있는 지역으ㅏ 특성상 고용불안과 가정불화에다가 사회 분위기에 편승한 우울증이 겹친 불면증 환자가 최근 많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과 교수는 “이전에는 업무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격 하락과 매출감소에 따른 불안감, 경제적 문제를 호소하는 불면증 환자들이 많이 찾아오는 등 그 유형이 변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수면제 시장도 동반 성장하고 있다. 고령층 불면증 환자의 경우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항히스타민 계열 수면유도제 독실아민을 주로 찾고 있다. 독실아민 성분은 한 정에 가격이 100원 수준이지만 반감기가 10시간이나 돼 약효가 오래 잔류한다. 윤 교수는 “최근 새로 출시된 수면제는 30분 이내에 환자를 잠들게 하고 8시간의 숙면을 유도하는 등 효과는 개선되면서도 부작용은 크게 줄었다며 “수면제 자체가 약물의존성을 유발하진 않지만 환자들이 약 없인 잠을 못 잔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약을 찾게 만들어 국내 수면제시장은 서구 선진국처럼 커질 수밖에 없는 추세”라고 말했다.
수면관련 상품도 인기다. 인터넷 건강상품 쇼핑몰 닥터메디의 경우 최근 자귀나무 꽃잎 말린 것을 넣은 숙면유도 베개를 출시해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수면안대 뿐만 아니라 편안한 잠자리를 돕는 기능성 베개, 이불, 매트리스 등 기능성 침구류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수면향상 기능성제품 제조·판매 회사 트윈세이버의 황병일 대표는 “사회적 스트레스가 가중되면서 인생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수면의 질이 좋아야 건강과 업무 전반에 걸친 삶의 질도 같이 향상된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수면 관련 시장은 당분간 매년 20%이상의 신장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능성 제품의 사용도 좋지만 불면증이 지속되면 병원을 찾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방에서는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선 지친 몸과 마음을 챙기고 깨진 전신의 균형을 되찾아 건강한 몸 상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건강한 사람도 정신적인 긴장과 불안, 잠자리의 변화, 소음 등으로 인해 불면증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창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의 경우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않는다면 성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성장기에는 수면을 통해서 성장호르몬 분비가 왕성하게 일어나고 손상된 세포를 재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잠을 많이 자기 보다는 제대로 잘 수 있는 ‘수면의 질’이 중요하다. 깊은 수면은 짧은 시간을 자더라도 피로회복, 손상된 세포의 재생과 회복 등이 원활하게 이뤄지지만 오랜 시간 수면을 취하더라도 자주 깨거나 꿈을 많이 꾸는 경우는 좋은 수면이 아니다. 특히 불면증이 심할 경우 얕은 수면조차 힘든 때가 있는데 한방에서는 예민하고 생각을 많이 하거나 체력이 약한 경우, 몸의 진액이 고갈된 경우 등에 발생한다고 이런 현상을 겪게 된다고 본다. 따라서 전문병원을 찾아가 진찰을 통해 원인을 찾고 오장육부의 허실과 한열의 균형을 맞춰 불면증을 치료하는 것이 좋다.
특히 여름철에는 불면증에 시달릴 확률이 다른 계절보다 더 높다. 밤 온도가 25도 이상 지속되는 ‘열대야’ 현상 때문인데, 이때는 체열이 쉽게 방출되지 않아 좀처럼 잠을 잘 수 없는 상태까지 가게 된다. 따라서 밤에 더워서 잠이 오지 않는다고 야외에 나가 활동을 하는 것은 수면을 취하는데 좋은 방법이 아니다. 술도 불면증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없다. 잠들기는 쉬워도 오히려 잠에서 더 쉽게 깨게 되기 때문에 잠자리에 들기 3시간 전에는 술이나 카페인이든 음료는 삼가는 것이 좋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시한 불면증 예방 수칙
①낮잠을 피한다.
② 잠을 자고 일어나는 시간은 반드시 정하고 그 기준에서 2시간 이상 벗어나지 않도록 한다.
③ 수면을 방해하는 물질(담배, 술, 커피 등)은 가급적 피하고 저녁에 과식을 하지 않는다.
④ 침실은 잠을 자기 위해서만 사용한다. 다른 일이나 책을 볼 때 침대위에서 보는 것을 피한다.
⑤ 잠이 오지 않을 때는 무리하게 애쓰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는 등 다른 일을 하다가 잠이 오면 다시 잠자리에 든다.
⑥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되 밤 8시 이후로는 삼간다.
⑦ 매일 조금이라도 햇빛을 쬔다. 멜라토닌이 합성돼야 수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⑧ 점점 잠들기가 어려워지므로 알코올과 수면제 남용을 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