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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운영 적발된 의료생협들, 정부 관리감독 강화 압박에 안절부절
  • 신정훈 기자
  • 등록 2012-07-12 11:36:56
  • 수정 2013-11-18 18:4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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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지부, 의료생협 설립요건 ‘조합원 2000명 이상, 출자금 1억~2억원’으로 강화해야

국민의 적정한 치료비 부담과 의료사각지대의 진료기회 확대를 위해 설립된 의료생활협동조합(이하 의료생협)이 영리만 추구하는 일부 의료생협들의 몰지각한 행태 때문에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들어 일부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_들이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 불법활동으로 적발되는 경우가 늘면서 모범적으로 운영되는 곳도 덩달아 관련 부처로부터 관리·감독의 표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의료생협의 관리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전구 의료생협 가운데 불법운영이 의심되는 8개 의료생협을 대상으로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하 생협법) 위반여부에 관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공정위 조사결과 이들 모두 설립총회 정족수 미달, 정기총회 미 개최, 결산보고서·사업계획서·예산서·감사보고서 미작성, 생협법상 금지돼 있는 조합원에 대한 이익배당 등 다양한 유형의 위반사실이 확인됐다. 공정위는 이들 8개 의료생협에 대해 해당 시·도가 설립인가 취소, 과태료 부과, 시정명령 등 생협법에 따른 조치를 취하도록 통보했다. 
이달에는 충북 충주시의 한 의료생협 부속 의료기관이 가짜환자 유치 등의 수법으로 보험사기를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나 경찰에 적발됐다. 이 곳은 의료기관 개설자격이 없는 비의료인이 의료면허를 대여받아 불법으로 개설한 이른바 ‘사무장병원’으로 직원들에게 보험사기 수법을 알려주며 불법적 환자를 유치하는 등 허위입원으로 보험금을 부당하게 수령했다. 그동안 일반 병원에서 가짜 환자가 개입된 보험사기는 여러 차례 적발됐만 이번처럼 의료생협 제도를 악용한 사무장병원이 보험사기에 이용된 것은 최초의 사례다.

의료생협이 이처럼 불법에 이용되고 이유는 의료생협 제도를 활용하는 경우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설립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현행 협동조합법상 의료생협은 조합원 300명, 출자금 3000만원 이상이면 설립이 가능하다. 지난해 3월 생활협동조합법이 개정된 이후 의료생협을 만드는 절차가 크게 까다롭지 않고 규제도 심하지 않게 되면서 의료생협이 크게 늘고 있다.
기존 법에서는 의료생협이 의료법상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는 주체가 되지 못하고, 부설로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정된 현행법에 따르면 의료생협을 비영리법인으로 규정해 다양한 의료기관을 설립하고, 비조합원에 대한 진료도 50%까지 할 수 있게 됐다.
의료생협은 의료·건강·생활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주민과 의료인이 함께 만든 공동체로 볼 수 있다. 이 곳에서 운영하는 의료기관은 지역주민이 출자금을 내고 조합원이 주인으로 참여한다. 이 때문에 일반 병원과 달리 영리추구보다는 조합원과 지역주민을 위한 의료기관으로서 공익적 사업과 운영이 가능하다. 기본출자금 1만~3만원만 내면 의료생협에 가입해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장점이라면 지역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료가 이뤄지기 때문에 과잉진료나 부당청구, 3분 진료 등 일반병원에서 볼 수 있는 환자의 불편은 찾아보기 힘들다. 주민들이 편하게 자신의 질병에 대해 상담하고, 최소한의 처방으로 건강을 지키며, 예방교육에 중점을 둔 의료활동이 이뤄진다.
최초의 의료생협은 1994년 설립된 안성의료생협이다. 현재 안성지역 4300여 가구가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는 모범 의료생협 중 한곳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의료생활협동조합연대에 따르면 안성의료생협 첫 이후 꾸준히 의료생협이 생겨나면서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의료생협은 모두 225개에 달한다.

안성의료생협이 설립한 병원의 한 의료진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심혈관질환 고지혈증 예방’을 주제로 건강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의료생협이 비영리조합인데도 이를 무시하고 불법적으로 영리만 추구하다 적발되는 영리형 의료생협이 최근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생협은 비영리조합이기 때문에 영리형은 설립이 불가능하다. 공정위 관계자에 따르면 조사에서 적발된 의료생협의 경우 설립 당시에는 요건을 갖춰 놓고 허가를 받지만 이후 병원 등 의료기관을 설립하면 바로 영리추구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진료도 하지 않는 가짜 환자를 만들어 보험급여를 허위로 청구하고, 무자격자에게 의료행위를 맡기는 등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총괄 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관련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 보건복지부는 영리추구형 의료생협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을 가할 계획이다. 이들 관련 부처는 지난 4일 위기관리대책회의를 개최하고 ‘협동조합기본법 시행령’을 고쳐 의료생협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현행 시행령 4조에는 의료생협 설립 자격을 조합원 자격이 있는 300명 이상, 출자금 납입총액 3000만원 이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의료생협 개정에 자문을 맡고 있는 복지부의 입장도 강경하다. 복지부는 설립요건을 조합원 2000명 이상, 출자금 1억~2억원 이상으로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전에는 의료생협 설립기준이 너무 완화된 까닭에 자격 없는 의료생협이 난립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된 것 같다”며 “향후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법안을 마련해 관리기관인 공정위도 이를 적용할 수 있게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다수 의사들은 의료생협 존립의 근거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의료생협을 국민건강보험법령 의거해 급여요양기관에서 응당 배제시켜야 할 것”이라며 “의료생협 개설 의료기관에서는 검진,치과 등 비급여 진료를 포함할 경우 생협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50% 범위내 비조합원 진료허용 규정을 위반하는 게 일반화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생협 대책은 정부의 문제인식 수준에 그쳐선 안 되고, 실효성 있는 보다 근본적인 실행방안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개원의는 “사무장병원은 의료계의 모든 모순과 비리의 집약체”라며 “의료생협의 50%, 노인병원의 30%가 사실상 사무장병원”이라며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기재부 관계자도 “소비자를 경제 주체로 참여시키기 위한 의료생협이 취지와 다르게 사무장병원을 양산하고 있다”면서 “건전한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해 의료생협 설립요건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부처의 의료생협에 대한 압박이 커지면서 대다수 의료생협들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전국 의료생협 모임인 한국의료생활협동조합연대 관계자는 “현재 복지부에서 관리와 감독을 크게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렇게 될 경우 의료생협의 신설과 모범적인 의료생협의 운영에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모범적 의료생협과 영리추구형 의료생협을 분리해 법을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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