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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쿵 저러쿵 피임약의 효과 실제는 어떨까
  • 오혜라 인턴 기자
  • 등록 2012-06-25 17:54:22
  • 수정 2012-07-03 14: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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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후피임약 먹어도 임신될 확률 최대 42%

사전 및 사후 피임약 재분류와 관련, 의사단체는 피임약의 부작용과 적잖은 실패율을 들어 전문약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는 반면 약사단체와 다수의 시민단체는 피임약의 접근성 향상과 상당한 피임성공률을 내세워 일반약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피임약의 실체적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 그동안의 자료를 통해 재조명해본다.

2011년 보건복지부와 연세대 보건대학원에서 발표한 보고서 ‘2010년 전국 인공임신중절 변동 실태조사 및 정책개발 결과’에 따르면 준비되지 않은 임신을 한 여성 중 무려 40%가 피임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월경주기법(피임성공률:75%, 대한산부인과의사회)과 질외사정법(피임성공률: 60~80%, 피임생리연구회) 같은 비교적 피임성공률이 낮은 방법을 이용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머지 피임을 하지 않은 60%의 과반수(62.2%)는 임신이 될 줄 몰랐다고 답해 우리나라 여성들의 낮은 피임 인식도와 실천율이 여실히 드러났다.
성에 관한 정보는 일단 쉬쉬하는 게 미덕이라고 여겨지는 사회에서, 떠돌아다니는 부정확하고 단편적인 소문에 의지해 숨기듯 피임약을 복용하다 보니 여성들은 부작용이 생겨도 말하지 못하고 끙끙 앓는다. 임신은 생명을 품는 뜻깊은 일이고 나아가 여성으로서의 삶을 결정 짓는 중대한 결정으로 남성, 여성 모두 피임법과 그 효과(피임성공률)에 대해 정확히 습득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

피임약의 작용 원리는?

경구피임약은 주로 임신을 하기 전 매일 주기적으로 호르몬제를 먹어 생식주기를 조절하는 사전피임약과 예상치 못한 성관계 후 임신을 막기 위해 처치하는 응급피임약으로 나뉜다.
사전피임약의 가장 중요한 작용은 배란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에스트로겐의 지속적인 투여로 시상하부의 성선자극호르몬 분비호르몬 생산이 저하되면 뇌하수체의 성선자극호르몬(FSH, LH) 분비가 저하돼 난소에서 난포 형성이 억제된다. 프로게스테론은 배란에 필요한 월경 중기 LH의 증가를 억제해 배란이 일어나지 않게 한다. 수정될 가능성이 있는 난자를 아예 만들지 않는 식이다. 이밖에도 자궁내막의 위축을 초래해 배반포(수정란이 세포분열을 거쳐 속이 빈 공 같은 세포체를 만든 것)가 자궁에 착상하기 어렵게 한다. 난관의 운동성을 저하시키고 자궁경관점액을 끈끈하게 만들어 정자의 통과를 막는다.
응급피임약제는 성교 후 72시간 내에 고용량의 호르몬제를 복용해 배란을 방해하거나 급격하게 자궁내막의 변형을 일으켜 수정란의 착상을 차단하는 방법이다. 사전피임은 지속적인 피임약 복용으로 배란이 항상 억제돼 피임효과가 크지만 응급피임약을 복용하는 경우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란이 착상되는 3일 이내에 먹어야 효과가 있다. 

사전사후 피임약의 실제 효과 알아보니

경구용 사전피임약의 피임 성공률은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공시 기준으로 98%다. 제약회사의 실험 결과 펄지수(Pearl index, 100쌍의 부부가 1년간 특정 피임방법을 사용하는 동안 발생하는 실패임신의 수)는 저용량 복합경구용 피임약의 경우 0.1~0.7, 프로게스틴 단일제제의 경우 0.5 정도로 피임성공률이 99% 이상이라고 밝히고 있다.
2004년 미국 프레드허치슨 암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피임약을 복용하는 비만 여성이 임신할 확률은 정상체중군에 비해 70%, 과체중 여성은 60% 정도 높다고 밝혀 개개인의 신체 상황에 따라 피임률은 다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비만도가 높을수록 피임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응급피임약의 피임효과는 일반 피임법에 비해 높지 않다. 응급피임약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부정확한 정보는 약을 남용하게 하고 오히려 낙태를 증가시킨다. 
응급피임약을 취급하는 현대약품 홈페이지에는 1998년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12시간 내 복용시 최고 99.5%에서 72시간 전 95.8%라고 피임성공률을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제약회사의 주장은 응급피임약을 먹지 않았어도 임신이 되지 않은 수치까지 포함한 것으로 응급피임약의 효과를 부풀린 측면이 있다.
엘리자베스 레이먼드 미국 뉴욕 노인의료회 지누이티헬스프로젝트(Gynuity Health Projects) 연구팀 교수는 2007년 보고서에서 응급피임약 제조업자나 지지자들이 통상적으로 주장하는 피임효과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응급피임약의 ‘실제’ 피임성공률이 23% 이상일 것이라고 95% 확신할 수 있으나 그보다 얼마나 더 성공률이 높은지는 아직까지 분명하지 않다”며 “응급피임약의 공표된 평균 피임 성공률은 약 80%인데 이는 실질적인 성공률보다 꽤 심하게 과장된 수치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공시한 응급피임약의 피임효과는 24시간 이내 복용시 95%, 48시간 이내 85%이고 72시간 이내는 58%로 확률이 급감한다.
제임스 트러셀 미 프린스턴대 경제공공정책 교수 및 인구연구소 소장은 자신의 2004년 연구논문을 바탕으로 “응급피임약의 피임효과는 49% 이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밝힌 바가 있다.

피임방법에따른첫1년간의피임성공률.png

 

피임약 어떻게 복용하면 효과적일까

사전피임약은 피임효과를 기대하는 한달 전부터 복용하는 게 좋다. 특히 처음 복용하는 여성의 경우 월경 첫날(머시론마이보라미뉴렛 등)에 복용하는 게 좋다. 단 미니보라는 월경 5일째부터 복용토록 한다.
월경 첫날을 놓쳤을 경우 늦어도 월경 5일째까지는 복용을 시작해야 한다. 월경 첫날부터 복용을 시작하면 그 날부터 피임효과가 있어 안심해도 좋다. 월경 2~5일 째 시작한 경우 처음 7알을 먹을 때까지는 관계 시 콘돔 등 다른 보조적인 피임법을 사용해 임신의 확률을 최대한 낮춘다. 7일 이후에는 피임약만으로 피임효과를 얻을 수 있다. 21일간 복용하고 7일간 휴약한다. 물론 휴약기간에도 피임효과는 유지된다. 특별한 사정으로 월경을 연기하기 위해서는 생리 예정일의 7~10일 전부터 먹어준다. 약을 끊으면 일반적으로 2~3일 내에 월경이 다시 시작된다.
응급피임약은 피임률을 최대로 높이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먹어준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최대의 피임효과를 내기 위해 24시간 이내 복용하고, 늦어도 72시간 이내에는 복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응급피임약을 먹었더라도 월경 예정일보다 5일 이상 생리가 늦어지거나 임신 징후가 있다면 임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응급피임약 부작용으로 복용 후 3시간 이내에 구토를 하면 약효가 급감 또는 상실될 수 있으므로 다시 복용토록 한다. 응급피임약에 대한 별 두려움이 없어 1차로 약을 먹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성관계를 갖고 재차 응급피임약의 복용을 고려하는 여성도 있다. 식품의약안전청은 “응급피임약은 한 월경 주기(약 30일, 28~32일)에 1회 복용을 기준으로 만든 약으로 그 이상 잦은 복용은 효과를 떨어뜨리고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심각한 피임약의 부작용

사전피임약을 복용한 일부 여성에서 메스꺼움, 두통, 가슴 당김, 불규칙한 출혈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나 대개 심하지 않으며 3개월 이내에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드물게 구토를 하거나 발진이 일어나는 등 심한 부작용을 겪게 되는 경우 성분이 다르거나 함량이 낮은 다른 피임약으로 바꾼다. 이런 사람은 비호르몬적인 콘돔, 구리루프 등의 피임법을 사용하는 게 좋다.
장기적으로 사전피임약을 복용하거나 단기간 복용했더라도 흡연하는 여성, 혈전증·간기능장애·고혈압·당뇨병·천식 등 다른 내과 질환이 있는 여성은 혈관염, 혈전증, 뇌졸증, 관상동맥질환 등 심혈관계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5년간의 EURAS(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 선진 7개국 1113개 병원을 대상으로 한 안전성 연구결과)에서는 피임약 복용군 1만명당 90명에서 정맥혈전증이 발생했다. 다만 긍정적인 부작용도 있다. 월경곤란증(생리통)이 감소되거나 철 결핍성 빈혈이 완화될 수 있고 난소낭종과 양성 유방질환의 유병률이 줄어든다. 자궁외임신 위험이 낮아지고 여드름이나 지루성 피부질환이 가라앉기도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응급피임약을 복용했을 때 부작용 발현 양상에 특이사항이 없고, 부작용이 지속되지 않으며 48시간 이내에 사라진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마치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처럼 착각할 수 있는데 어디까지나 응급시 사용했을 때를 전제로 한 설명이다.  장기적으로 복용하지 않는다는 가정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응급피임약은 일반피임약의 10~30배에 달하는 고용량의 여성호르몬을 투여하는 것으로 한번 복용만으로도 복용자의 5~20%가 두통, 구역, 복통, 현기증 등을 반드시 겪는다. 무려 30%이상에서 자궁출혈이 나타난다. 세계보건기구가 응급피임약의 정기적 복용 후유증을 확인하기 위해 시행한 임상시험에서는 응급피임약을 일주일에 1알씩 지원자들에게 복용케 했다가 3주 만에 실험자의 70%가 자궁출혈을 일으켜 실험을 중단한 사례가 있다.
응급피임약 복용은 생리적으로 고용량의 호르몬에 노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 조치도 취하지 못했을 때 마지막 수단으로써 사용돼야 한다. 이 약을 상습적으로 먹으면 피임 실패 확률이 높아지고 호르몬 체계가 교란된다. 월경주기가 불규칙해져 생리를 아예 하지 않거나 너무 자주 하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상태가 반복되면 자궁내막에 문제가 생겨 자궁내막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피임약 재분류가 인공임신중절률을 줄일 수 있다?

원치 않은 임신과 낙태를 줄이기 위해 응급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한다는 식약청의 입장과 달리 1998~2006에 발표된 세계 각국의 23개 보고서는 응급피임약을 더 많이 보급해도 원치 않는 임신 및 낙태율이 줄지 않거나 오히려 증가했음을 증명했다.
미국에서 통제 없이 무료로 응급피임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연구에서 성관계 빈도가 증가함에 따라 응급피임약 복용에도 임신률이 오히려 상승했다. 스코틀랜드에서 여성들에게 응급피임약을 사전에 지급하고 16개월 후에 임신중절 여부를 추적한 결과 응급피임약을 미리 지참하고 있어도 낙태율에는 변화가 없었다. 복용자가 늘수록 응급피임약에 의존했다가 피임에 실패한 임신여성이 늘어났고 이것이 낙태 증가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식약청이 예로 들었던 응급피임약이 일반약으로 사용되는 외국(미국, 영국, 프랑스, 스위스, 캐나다)의 경우 사전피임약 복용률(2006)이 미국 14.32%, 영국 26.49%, 이탈리아 16.41%, 독일 29.80%, 프랑스 36.44%, 벨기에 42.06%로 우리나라 사전피임약 복용률 2.50%에 비해 훨씬 높았다.
한국은 이처럼 피임에 대한 인식과 실천문화가 요원한 상태이고 이로 인한 임신은 낙태를 유도하는 빌미가 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06년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가임기 여성의 임신중절 및 인공유산 경험은 34%로 나타났고 2004년 한 해 출생아 수가 47만명인 데 비해 인공임신중절은 34만건으로 집계돼 서구 선진국보다 인공임신중절률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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