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시작한 다이어트가 물거품이 된 후 분노하며 자신을 자책하곤 하다가, 이내 마음을 다잡고 ‘오늘부터 다이어트 시작’이라며 음식을 외면하고 있는 모습이 어딘가 익숙하다. 날씬한 몸매를 위해서 격렬한 운동, 식단조절이 필수라는 인식이 이제는 사람들에게 다이어트공식과 같다. 다이어트를 ‘통제’의 문제라 여기면서 자신의 참을 수 없는 식욕 자체를 혐오하고, 실패하면 후회와 자책에 시달리는 문제를 반복하는 식이다.
<식욕 버리기 연습>은 독일에서 섭식문제 심리치료 전문가로 유명한 마리아 산체스가 폭식문제의 해결방안을 인문학적, 심리학적 측면을 통해 보다 근본적으로 짚어보기를 권하는 책이다. 마리아 산체스는 과거 고도비만이었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사회적 통념과 의학교과서가 요구하는 ‘끊임없는 다이어트의 굴레’에서 벗어나 ‘배고프지 않는데 왜 먹는가’라는 핵심 질문을 제기하고 스스로 답함으로써 폭식문제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다이어트에 성공한 적이 없다고 해서 자제력이 없거나 의지가 약한 것이 아니다”며 ‘“폭식문제 해결방안의 문제점은 다이어트의 통제 메커니즘을 먹는 것과 연결지었다는 데 있고 심리적 허기를 효과적으로 달래야 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얼마 전 발표된 핀란드의 직업건강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에 상관없이 평소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스스로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사람일수록 폭식을 많이 한다고 한다. 연구결과는 식욕의 문제가 감정과 연계된 사실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먹어도 배가 고프다면, 배가 부른데도 계속 먹는다면 이는 심리적 허기에 사로잡혀 있다는 뜻이다. 자꾸 먹으려 하는 충동에 사로잡히고 폭식을 하는 행위를 단순히 차단할 것이 아니라 마음이 굶주렸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각자의 심리적 원인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감정의 문제를 어떻게 발견하고 해결해야 할까? 저자는 음식에 대한 욕구를 단순한 본능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그 이면에 잠재하는 감정과 접촉하고, 감정을 달래며 서서히 음식에 대한 욕구를 해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이어트에 실패한 후 자신의 게으름을 탓하고 자포자기에 빠져들 것이 아니라 잘 통제되지 않는 감정을 물리적 방법(다이어트 운동 약물 등)으로 조절하려 했던 자신의 방법이 잘못됐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 책은 ‘다이어트’라는 신체적 문제를 정신적 해법으로 풀어낸 차별화된 심리상담서로서 폭식을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훌륭한 도구’로서 활용하는 법을 제시하고 있다.
사람들은 흔히 다이어트를 통해 자신의 문제가 모두 해결될 수 있을 거라 착각한다. 자신에 대해 당당하지 않고, 사회의 압박과 타인의 시선에 못 이겨 하게 된 다이어트는 스스로를 옥죄고 다시금 자신을 심리적 허기에 맞닥뜨리게 한다. 이 책의 감수를 맡은 유은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Dr.유은정의 좋은클리닉 원장)는 “우리가 왜 지금까지 수많은 다이어트에 실패했는지에 대한 원인을 정확하게 꼬집는 동시에, 그 원인이 바로 해결책이라는 탁월한 전제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 전문의는 이 책에서 7가지 감정 유형에 따른 액션 플랜 처방을 함께 제시했다.
저자는 “몸에서 배고프다고 느끼지 않는데도 먹기 시작하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건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며 “우리가 좋아하는 것은 음식 자체가 아니라 먹는 순간에 음식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감정적 효과’”라고 말한다.
업무 압박과 학업 스트레스, 경제난 등 현대인들의 스트레스는 심화되고 있다. 필사적으로 부와 사회적 지위를 올리려 노력하는 지금의 사회에서 스스로 무엇을 잃고 있는지 성찰해보면 ‘참을 수 없는 식욕’이 나타나게 된 자신의 내면도 들여다볼 수 있다.자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감정을 치유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자아가 성장하고 폭식문제도 해결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비만은 정신질환이란 말이 있다.
한국경제신문 출간, 마리아 산체스 지음, 송경은 옮김, 유은정 감수. 264쪽, 1만3000원.